사진이 모두 그림이 되는 곳, 알파마(Alfama)에 머물다.
[Ep1.]
- 알파마 지구에 있는 어느 멋진 숙소에서.
- 알파마의 골목과 28번 트램 그리고 파두 하우스.
- 리베르다데(Liberdade) : 명품샵과 고급호텔이 있는 거리. 그리고 Jazz club
- 벨렝(Belem) :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제로니무스 수도원 그리고 에그타르트.
[Ep2.]
-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 상 페드루드 알칸타라 전망대
- 바이후 알투, 시아두에서 빈티지 케이블카
- 타임아웃 : 약 40여개 상점이 있는 마켓.
- 산타클라라 플리마켓
- LXFactory : 소품 편집샵과 디자인 제품의 거리
- 리스본 해양수족관
몰타에서 다른 유럽 여행지를 찾던 어느 날, 구경삼아 에어비엔비의 숙소들을 보는데 리스본에 멋진 숙소가 하나 보였다.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구역인 알파마(Alfama)에 있는 집. 집 안의 인테리어도 너무 훌륭했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건 이 문구였다.
매주 화,목에는 정원에 물을 직접 주셔야 합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정원에 물을 주는 경험을 하는 숙소라니. 별거 아니었지만 개인 정원이 딸린 이 숙소에 꼭 머물고 싶어졌다. 이곳은 인기가 많아, 숙소 예약이 가능한 날을 나의 리스본 여행날로 잡았다. 이런 좋은 곳에 혼자 머문다는게 아까울만큼 숙소 하나로 리스본을 떠날 명목이 충분했다.
2018년 8월 1일 ~ 5일까지. 이 때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폭염이 몰아치던 시기다. 문을 열고 나가면 습식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그런 여름. 기온은 40도가 다되는데 체감온도는 그보다 높았던 경악스러운 무더위에 유럽에서 가장 덥다는 리스본에 도착했다.
알파마는 골목이 좁고 오르막, 내리막길이 많아서 택시에서 내린 후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간신히 내가 예약한 숙소를 찾을 수 잇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집 근처를 배회하다 눈에 띄는 카페가 하나 있어 들어갔다. 묘하게 힙한 바이브가 느껴진 곳이었는데 리스본의 첫 방문 장소로 너무 완벽했다. 편안하고 자유롭고 맛있는 커피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첫 식사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한 5일간의 리스본 여행. 리스본을 다녀온지도 6년이 넘어서 어떤 순서로 여행을 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름다웠던 그 순간들을 기록하고 공유해본다.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명물이다. 이 트램하나로 리스본의 많은 여행지를 갈 수 있기 때문에, Viva viagem 이라는 1일 무제한 교통권을 사서 즐기면 된다. 트램을 타는 것 자체가 여행이기도 하고, 트램이 지나가는 리스본의 전경들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트램이 매우 붐비기때문에 아침 일찍 타거나 종점에서 타는 걸 추천! 운행거리는 약 7km이고, 안내리고 쭉 타면 40-50분 정도 소요된다. 대체로 오전 6시~밤 10시 사이에 운행하지만 운행시간은 달라질 수 있으니 잘 찾아보고 타기를!
리스본은 사실 '파두' 공연이 유명하다. 파두는 알파마지역에 있는데 굉장히 어둡고 밤에 공연들이 시작해서 혼자 여행을 다녔던 난 낯설음에 선뜻 들어가보지 못했다. 대신 평소 그나마 친숙한 Jazz bar를 가보기로 했다. Jazz bar는 날이 어두워진 저녁 8시쯤 갔다. Hot Club Portugal이라는 유명하다는 곳 중에 한 곳을 찾았다. 밤의 리스본도 무척 멋있다. 공연도 물론 너무 좋았다. 파두 공연을 꼭 볼 생각이 없다면 jazz club을 추천해본다.
이렇게 집에 밤 11시가 다되어 도착했는데, 가방에 집 열쇠가 없었다. 숙소는 열쇠로 문을 열게 되어 있는데 그날 밤 다시 집을 나오면서 열쇠를 집 안에 두고 문을 닫은 것. 문은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는 시스템이었다. 성수기라 근처 숙박시설도 다 만실이었고 날은 덥지만 혼자서 길바닥에서 자기는 어렵고, 새벽까지 하는 클럽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도 무섭다는 생각에 집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숙소 주인의 배려(?) 덕분에 난 우버를 타고 20km가 떨어진 숙소 주인집으로 갔고, 그곳에서 1박을 한 후 주인분의 차를 타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이 때 다시한번 느꼈다. 여행은, 어떻게든 할 수 있게 되는구나.
이날은 체감온도가 50도에 달하던 그런 날이었다. 수도원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고 물속에 있는 벨렝탑도 분명 멋있었는데 내 기억엔 더위를 먹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수도원과 벨렝탑의 거리가 멀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할 거리였지만 사브작 사브작 걸어봤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에그타르트를 3개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먹는 순간 그 더위가 갑자기 사라지는 듯한 기분도 기억이 난다. 리스본 수도원의 레시피로 만든 에그타르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레시피를 본따서 여러 에그타르트가 나왔지만 역시 원조는 원조였다. 벨렝탑과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아닌 정말 이 에그타르트 때문에라도 리스본을 다시 가고 싶을 만큼 잊지 못할 맛이었다. 누군가 간다면 꼭 적어도 10개는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리스본은 정말 발걸음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기는 그런 멋진 도시였다. 어떤 도시는 한번으로 충분하지만 어떤 도시는 가도가도 생각이 나는데 리스본이 딱 그렇다. 아직 한 번밖에 안가봐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조만간 여름이 아닌 또 다른 계절에 리스본의 좋은 숙소를 발견하면 또 가봐야겠다.
다음 편에는 리스본의 또 다른 주옥같은 여행지들을 더 소개할 예정이다. 발이 닿는 곳곳이 다 명소이고 다 멋진 추억이 있어 한편에 마무리하기가 어려운 리스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