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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2025년, 4박 5일간의 식도락 여행

영국이 담긴 아시아, 홍콩

by 플린

홍콩 여행 중에 계속 느낀건 '홍콩은 비싸다' 였다.

평소 여행을 가면, 자석 외에 그 나라 브랜드나 현지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을 사왔는데 홍콩은 그럴만한게 없었다.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만든 TAV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여기서 파는 아구모자가 무려 한화로 7만원... 예쁘긴 했지만 7만원이면 더 좋은 모자를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사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다 이런 느낌을 준다. 환율도 높아졌지만 홍콩의 물가는 예나 지금이나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 홍콩 여행은 '쇼핑' 이 아닌 '식도락' 으로 정했다.

2025년의 홍콩여행 - 홍콩의 음식, 홍콩에서 먹는 영국의 음식, 홍콩에서 먹는 중국의 음식으로 가득 채운 4박 5일이었다.



- 홍콩 가기 전 찾아볼 것들


(1) 홍콩 가성비 숙박

홍콩의 '셩완' 지역은 교통이나 맛집을 다니기에 가장 효율적인 지역이다. 그리고 셩완 지역 내에 있는 ibis와 같은 비즈니스 체인 호텔을 선택하면 시설이나 위치를 따졌을 때 다른 호텔보다 가성비 있게 지낼 수 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호텔 근처에 있는 편의점의 가격은 다른 편의점보다 2배 정도 비싸다는 것. (컵라면을 파는 편의점도 많지 않은게 신기했다.) 편의점을 이용할 땐 꼭 가격을 비교해보고 이용하자.


(2) 홍콩 환전 - 환전? 트래블 카드?

홍콩은 '옥토퍼스카드' 가 거의 필수처럼 쓰인다. 대중교통 뿐만 아니라 많은 가게에서 신용카드는 안받아도 옥토퍼스카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중교통도 이제는 신용카드(visa, master)로 충분히 문제없이 사용가능하다. 옥토퍼스카드는 디파짓이 있기 때문에 짧은 여행이라면 옥토퍼스 카드를 사지 말고 무료로 현금 출금이 가능한 트래블카드를 가지고 가고, 현지에서 필요한 현금을 출금해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보다 홍콩은 여전히 '현금만' 받는 식당이나 가게들이 많으니 꼭 현금을 챙길 것.


(3) 홍콩의 교통들

홍콩은 2층버스, 트램, 지하철이 아주 잘되어 있다. 리펄스베이나 디즈니랜드, 침사추이와 같이 먼 거리는 버스와 지하철로 충분히 편하게 이동이 가능하며 셩완에 숙박을 한다면 소호나 센트럴 지역 정도는 트램을 타는 것과 걸어가는게 시간이 비슷해서 교통비를 아끼고 싶다면 걸어가는 것도 괜찮다. 다만 날이 덥고 힘들 때는 트램을 타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홍콩 4박 5일,

개인 취향의 주요 여행지와 맛집

4월초 홍콩의 날씨는 아주 좋았다. 15년 전 8월에 갔던 홍콩은 습하고 덥기만 했는데 4월은 우리나라의 봄날씨만큼 상쾌하고 기분 좋은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어디를 가도, 계단을 걸어도 마냥 즐거웠다.

(1) 빅토리아 피크

홍콩은 이번까지 총 3번을 갔고, 마카오에 숙박하면서 하루를 홍콩에 들렸던 때에 피크트램을 타고 '빅토리아피크'를 갔었는데, 홍콩의 야경을 보기에는 너무 좋았던 곳이다. 하지만 매번 여행 때 마다 방문할 정도는 아니고 홍콩을 처음 간다면 꼭 가보면 좋을 만한 곳.


(2) 리펄스베이

리펄스베이를 간건 해변가를 가기 위해서가 아리나 에프터눈티로 유명한 The Verandah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서였다. 영국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레스토랑의 외관과 에프터눈티 셋팅. 맛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생일 3일전에 갔더니 happy birthday라고 쓰여진 초콜렛과 함께 미니 케이크 5종이 담긴걸 서비스로 주고 사진도 찍어서 엽서처럼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기념일이 있다면 그 쯤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약은 구글map에서 가능.

리펄스베이 해변가로 나오면 해변가를 따라 바다를 바라보며 음식이나 술을 마실 수 있는 식당이 늘어서 있다. 그 중 한 곳에 들려서,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샴페인과 칵테일 한잔을 했는데 이것이 여행이지 싶었다. 바다 주변에 별장같은 고급 빌라들이 밤이 되어 불이 켜지면서 바닷가가 더욱 유럽스럽게 보인다.


(3) 셩완 & 센트럴

셩완의 헐리우드로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했던 동네다. 미드레벨이 있는 퀸스로드 근처는 늘 사람이 많다. 유명한 가게도 많고 북적거리는 도심인데 조금 벗어나면 바로 헐리우드로드가 나온다. 홍콩은 역사나 문화를 즐긴다기 보다, 길거리를 걸으며 건물들을 보는 재미가 있는 도시라고 느꼈다.

-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그 옆에 bake house

본격적인 식도락 여행은 셩완 & 센트럴에서 이뤄졌다. 셩완&센트럴의 가장 유명한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다. 셩완의 길은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많은데,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135m의 고도로 꽤 높은 지역까지 올라간다. 그냥 에스컬레이터를 타는건데 길 한가운데 있다는 것만으로 명소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초입 근처에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bakehouse가 있다. 여기의 bakehouse는 페스트리도우에 속은 꾸덕꾸덕한 커스터드가 들어가서 일반 에그타르트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두명이서 6개를 먹었는데 12개는 먹었어야 했다... 그 외에 도넛이랑 페스추리빵도 먹었는데 다 맛있었다. 평일엔 줄을 안서고도 살 수 있었는데 주말엔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운 긴 줄을 발견할 수 있다. 꼭 평일 오전에 가보자!


- mott32

mott32는 서울에도 있지만 본점이 홍콩이라는 사실. 여기는 베이징덕이나 이베리코 바베큐가 유명한데 이 2가지는 사전에 예약을 해두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2명이다보니 베이징덕은 못시키고 이베리코 바베큐와 딤섬, 칵테일 그리고 디저트를 시켰는데 정말 하나하나 다 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 가도 좋지만 홍콩의 나이트 바이브를 느끼고 싶다면 저녁 타임에 꼭 방문해 보자. mott32 근처는 에르메스 건물이 있다. 다양한 명품 브랜드의 건물이 있는 고급진 동네에 야경 조명도 고급진 느낌. mott32들어가기 전에 한바퀴 돌아보고 가는 것도 좋다.

mott32의 바이브. 칵테일도 정말 맛있다.

- 싱흥유엔(勝香園), 란퐁유엔(蘭芳園) in 소호

홍콩에서 가장 특이하면서 맛있는 현지 음식을 꼽는다면 '토마토 라면' 이었다. 토마토라면에 크리스피번 with 카약잼 그리고 밀크티까지 먹으면 홍콩의 아침식사 완성. 밀크티는 black & white라는 홍콩의 유명한 밀크티 브랜드가 있는데 싱흥유엔에서는 이 제품으로 밀크티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면은 라면만 있는게 아니라 마카로니와 쌀국수도 고를 수 있는데, 실제 현지인들은 대부분 마카로니를 먹길래 마카로니로도 주문해봤다. 왠지 마카로니가 더 맛있는 느낌. 홍콩의 유명한 로컬 맛집에 가면 바로 옆에 모르는 사람과 합석하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

신흥유엔 - 토마토라면, 토스트와 크리스피번


란퐁유엔은 평일에 가도 줄이 길었다. 거의 오픈런 수준이었음에도 기다림은 필수였다. 여기서도 밀크티와 토스트는 필수. 개인적으로 신흥유엔보다 란퐁유엔이 더 맛있었다고 느껴졌는데 종류도 더 많고 왠지 모르게 오래 기다려서인지 더 맛있게 먹었다.

란퐁유엔 - 토스트와 밀크티가 정말 맛있었던 곳. 닭볶음면은 그냥 그랬다.


- 딤섬스퀘어 in 소호

홍콩에서는 '딤섬'을 꼭 먹고 싶었다. 루트 상 맛있어 보이는 가게를 들어갔는데 정말 하나같이 다 너무 맛있었다. 여기는 현금만 가능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현금 금액 이내에서만 시켜야 했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더 많이 시켜서 먹어보고 싶었다. 홍콩의 식당에서 기본적으로 차를 준다면, 이 차는 공짜가 아니라는걸 꼭 알고 가야한다. 대략 1인당 6홍콩달러 정도를 내게 된다. 이렇게 4개 딤섬을 먹고 낸 금액은 145홍콩달러. 이정도면 홍콩에서 아주 가성비있게 먹은거다. 우연히 들른 곳이지만 완전 강추하는 딤섬집.

소호에 있는 딤섬스퀘어


- 카우키, 침차이키 : 새우계란누들 완탕면과 고기국수

홍콩은 누들도 꼭 먹어야 한다. 소호거리에 있는 카우키 내부는 정말 좁아보였는데 거의 벽에 붙어서 국수 한그릇 간신히 놓을 만한 테이블에서 먹게 된다. 너무 좁지만 한그릇에 1.5만원정도 하고 휴지가 필요하면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 처음 받았을 때 양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고기가 많이 들어서 다 먹고 나니 배불러서 신기했다.

침차이키는 홍콩배우 장국영의 단골집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계란면이 정말 독특하다. 처음엔 고무줄인가 싶은 식감이었는데 먹다보니 요상하게 중독성이 생긴다. 계속 씹어보고 싶은 묘한 중독의 식감. 무엇보다 국물도 너무 맛있어서 한그릇이 적은 양이 아닌데 어느새 다 먹게 됐다. 여기도 줄은 길지만 회전율이 높아서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으니 꼭 기다렸다가 먹어보자.


카우키 - 쇠고기 안심 쌀국수와 카레 쇠고기 안심 및 도가니를 먹었다.


침차이키. 줄이 길지만 금방 먹을 수 있다. 새우완탕면 필수.


몽콕 & 침사추이

몽콕은 백종원이 추천한 맛집을 가려다 우연히 한정거장 전에 내려서 가게된 동네. 내리고 보니 우리나라 명동같은 느낌의 번화한 시내였다. 몽콕에서 조던역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레이디스마켓이 있다. 자석이나 홍콩의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사기에 좋은 길거리마켓. 침사추이역까지 계속 가다보면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이 있고, 침사추이에 가면 하버시티와 K11 mall, 스타의 거리가 나온다. 명품 쇼핑과 다양한 보세가게들로 쇼핑을 하기에 적합한 동네. 침사추이에서 밤시간을 보내는 일정을 추천해 본다.

레이디스마켓. 자석이나 신기한 보세들을 많이 판다.
몽콕의 거리. 길거리 음식도 한번 시도해보길.
침사추이의 하버시티와 K11


- 백종원의 맛집 힝키(hing kee) 레스토랑

여기는 홍콩의 솥밥을 파는 곳이다. 점심시간에 오픈을 해서 본의아니게 오픈런을 했더니 첫번째로 음식을 먹게 됐다. 백종원이 먹었다는 굴튀김과 솥밥 2개를 시켰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결국 남기고 만... 물가가 비싼데 음식의 양은 많아서 두명이 간다면 굴튀김 1개 솥밥1개 정도면 양은 충분하다. 여기에 중국에서 유명한 Blue Girl이라는 맥주도 함께 곁들여 보기를 추천해 본다.


- K11 뮤제아 4층 사천요리 맛집 Deng G shituan

사천은 아니지만 홍콩에서 중국요리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K11에서 우연히 사천요리집을 발견했다. 침사추이 야경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어 보여서 들어간 곳인데, 야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창가자리를 예약하려면 미니멈 1000홍콩달러를 내야해서 우리는 창가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창밖 야경이 보이는 곳에 앉았다.

홍콩 출발 전부터 먹고 싶었던 마장면과 무난한 마파두부 그리고 만두를 주문했는데 정말 하나하나 너무 맛있어서 이번 여행의 최고 맛집으로 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음식이 맛있다보니 샴페인과 와인도 기분좋게 주문하면서 900홍콩달러에 가까운 금액이 나온건 함정. 요리 하나하나는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지만 부가서비스와 기본적으로 깔아주는 스낵에도 charge가 붙는 것 때문에 구글 평점이 낮아보였다. 다음에 홍콩을 간다면 여기는 필수로 다시 가보고 싶다.


K11 4층에 위치한 사천요리 맛집, 마장면은 꼭 먹어보자.


mott32나 Verandah, 사천요리 레스토랑 등 고급레스토랑도 하루에 하나씩은 가보고 유명하다는 홍콩의 오래된 식당들도 가보면서 어느 음식을 먹든 맛없는 음식이 없었고 모두 만족스러웠던 식도락 여행이었다. 미슐랭식당도 많고 못가본 디저트 맛집도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홍콩은 비행기값이 저렴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됐다.


여행 마지막날, 마지막 식사로 호텔 앞에 있는 'De tour' 라는 건물 코너에 있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여행 중에 호텔을 나와 소호거리나 센트럴 쪽으로 걸어가게 되면 늘 지나가던 카페. 그리고 그 안은 테이블 몇개 없이 좁았는데 늘 외국인들이 앉아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하고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 여행 끝나기 전에 한번 들려보자 했는데 여기서 먹은 파니니와 브래드, 샐러드와 연어 모두 정말 완벽한 음식이었다. 이렇게 동네 구석에 있는 카페의 음식마저도 완벽했던 홍콩의 식도락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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