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판다 같아!

by 정주다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쌀쌀하게 바뀌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던 9월 하순이었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칙칙한 느낌이 들어 저녁목욕을 마친 후, 얼굴에 마스크팩을 붙였다. 아이도 종종 마스크팩을 한 내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낯설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 했던 마스크팩은 안에 들어있는 에센스도 하얀색이라 시트를 붙인 부분은 유독 더 하얗고, 눈, 입술, 코 부분은 대비가 되어 더 어두워 보였다.


내 얼굴을 본 아이가 갑자기 "엄마, 판다 같아!"라고 말했다.

"응? 판다?"라고 하니,

"응, 얼굴이 판다 같아!" 하면서 놀리듯이 검지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가리키며 깔깔깔 웃었다.

마치 나를 놀리고 싶어 하는 듯했다.


함께 깔깔깔 웃으며 "진짜 엄마 얼굴이 판다 같네? 고마워~"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아이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졌다.

"왜 고마워?"라고 반문했다.

"새별이가 엄마를 귀여운 판다 같다고 해줘서 고맙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아니야! 판다는 안 좋아! 엄마는 엄마판다라 귀여운 게 아니야!"라는 아이에게

"엄마는 판다가 정말 귀엽고 좋던데? 엄마판다도 엄청 귀엽잖아~"라고 해주었다.


상대가 의미 없이 놀리는 행동에 유쾌하고 긍정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더불어 엄마를 놀리려고 판다에 비유하면서 엄마판다는 귀엽지 않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엄마판다도 귀엽다고, 너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아이가 나에게 기대했던 반응과는 다른 반응을 해주었던 것이다.


아이가 5살이 되면서 친구들과 놀이하며 서로 놀리고, 놀림당하는 일이 많이 지던 때였다.

하루는 어린이집 친구가 첫째 아이를 '똥'라고 놀렸다고 했다.

아마도 별 뜻 없이 친구와 서로 놀리기를 했는데,

'똥'라는 말에 첫째 아이가 마음이 조금 상했는지 자기 전에 그 얘기를 하며 친구와 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말에 아이가 혹여나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생각을 전환해주고 싶었지만,

'똥'라는 말이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이가 나를 놀리며 '판다'라고 한 것이다.

속으로 '기회가 왔다!' 생각했다.

상대가 나를 놀리기에 판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별로 없는 단어였고,

심지어 귀여운 판다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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