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처음 말을 시작한 시기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번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니 그때부터 급속도로 빠르게 말이 늘었었다. 발음도 꽤 정확한 편이어서 어린아이였지만 말이 늘기 시작하면서 간단한 대화도 잘되는 아이였다.
아이가 성격이 급하다 보니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부터 내뱉었다. 그래서 말 중간중간에 '아..., 어..., 음...'과 같이 말도 아닌 소리들을 연달아 내며 말했다. 그 말도 아닌 소리들을 내는 때 아이는 자신이 뒤이어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거나, 해야 할 말들을 정리하는 듯했다. 좋은 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아이에게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고 싶은 내용이 다 정리된 후에 얘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아이는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하는 새에 습관처럼 어...... 어...... 를 붙이면서 말했다. 한동안 아이의 습관을 고치려고 애를 써 봤지만 크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아이가 너무 어렸고, 또 자신이 뜻하지 않게 하는 행동이다 보니 교정이 쉽지 않았다. 지금은 논리적인 말하기를 배워 '왜냐하면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언니가 되어서 육하원칙에 따라 말하려고 노력한다. 아직도 급하게 말하는 것이 완전히 고쳐지진 않았지만, 이제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서 말해볼래?"라고 얘기해 주면 곧 잘하는 편이다.
문제는 급한 성격으로 인한 말하기 습관이 '아... 어...'정도가 아니었다. 첫째 아이는 자신이 들리는 대로 단어를 들은 후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들리는 대로 듣고 말하는 게 무슨 문제냐 할 수 있겠지만, 그 단어가 틀린 단어라고 알려주어도 고쳐 말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얼른 말을 내뱉어야 하기에 잘못된 단어를 바로 잡아주어도 그냥 자신이 내뱉고 싶은 대로 내뱉고 말았다. 지금은 아이가 어리기에 잘못 내뱉은 단어를 귀엽게 여길 수 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말실수였다. 그래서 엄마로서는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어느 날 저녁, 가벼운 식사를 하기 위해 마트 델리코너에서 먹거리를 둘러보고 있었다. 엄청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아이에게도 보면서 먹고 싶은 걸 골라보라고 했다. 꽤 골똘히 먹거리를 고르던 아이가 질문을 던졌다.
"엄마, 타코향기 매워?"
아이에게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을 수 없는 음식의 구분은 매운지 맵지 않은지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질문에 바로 대답해 줄 수가 없었다.
"응? 타코향기가 뭐야?"
"타코향기! 엄마 타코향기 몰라?"
도대체 그게 뭔지, 엄마는 평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아이는 답답하다는 듯 얘기했다.
"저기 있잖아. 저기!"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냉장고 안에 타코야키가 놓여 있었다. 아! 타코향기의 정체를 알고 나니 웃음이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왜 타코향기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타코야키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새별아, 저건 타코향기가 아니라 타코야키야. 그런데 새별이는 타코야키를 어떻게 알아?"
나는 타코야키를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길거리 음식인 타코야키를 어린아이와 사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타코야키를 먹을 수 있는 일이 없었는데 알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내 질문을 듣더니 아이가 대답했다.
"아기들이 보는 동영상에 나오잖아. 엄마도 맨날 들으면서 몰랐어?"
"아기들이 보는 동영상에 타코야키가 나와?"
그날 저녁, 쌍둥이들에게 틀어주던 동영상을 쭉 같이 봤다. 진짜 타코야키 노래가 나왔다.
♬♩♪ 동글동글 동글 타코야키, 뜨거운 철판 위에 빙글빙글 ♬♩♪
아기들에게 틀어주고 잘 본다 싶으면 다른 할 일을 하느라 무심코 흘려 듣던 노래 중에 타코야키가 있었다. 노래를 듣다 보니 타코 부분에는 강세가 들어가 있고, 야키 부분은 약하게 가사가 들려 이 부분을 향기라고 들은 듯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타. 코. 야. 키.라고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타코향기라고 말한다. 타코향기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쉽게 바꿔지지 않는 데다가 잘못된 단어라는 것이 떠오르기 전에 말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듯했다. 누굴 닮아 저러나 싶다가도 나를 닮아 저런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를 대할 때에는 나도 급한 성격을 누르고 차분하게 말하고 재촉하지 않으려는 엄마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