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예뻐서 집이 잘 팔리나 봐.

by 정주다

첫째 아이는 집에서 있었던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아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비단 우리 아이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여섯 살이 되면서는 말도 정말 잘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표현이 풍부해져서 듣기만 해도 상황이 그려지기까지 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어린이집 친구의 부모님과 별다른 왕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이야기만 듣고도 친구들의 주말 일정이 모두 파악될 정도였다. 누구는 토요일에 어디를 갔고, 어떻게 갔고, 거기서 무얼 보았고, 무얼 먹었고, 무슨 일이 있었고, 기분은 어땠으며 얼마나 신이 났는지...... 아이가 어릴 땐 들은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기억할 수도 있고 또 순서를 뒤죽박죽 말해주어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6살 정도 되자 아이가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참이었다.


아이를 직장어린이집으로 보내기 위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신혼집은 전세를 주었다. 소형평형의 아파트이다 보니 혼자 혹은 두 명 정도 사는 주민이 많은 아파트였다. 대부분 청년, 신혼부부이거나 어르신들이 살았다. 우리가 살다가 전세를 주면서 이후에는 계속 내 또래의 남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임차인으로 들어왔었다.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 결혼이나 내 집 마련을 하며 2년 만에 새로운 계약을 하였다.


첫째 아이가 4살 일 때 두 번째 전세계약이 있었다. 아이가 좀 크기도 했고, 차분히 기다리는 것을 곧 잘하게 되었던 시기여서 계약을 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갔었다. 계약을 하러 가는 길에 아이에게 가는 곳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오늘 가는 곳은 우리가 예전에 살던 집인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야 해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했는지 어쩠는지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부동산에 도착하니 여러 낯선 사람이 있어서인지 조금은 엄숙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이는 조용히 앉아서 기다렸다. 서류작성이 모두 끝나고 새로운 임차인과 집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예전 집으로 갔다. 아이도 함께 쭉 둘러보았다. 궁금한 게 많은 눈빛이었지만 올 때 했던 당부 때문인지 그 자리에서 묻진 않았다. 둘러보기까지 모두 마치고 계약과 관련된 모든 일정이 끝나고 차에 타니 아이가 바로 물음을 던졌다.


"여기가 새별이가 애기 때 살던 집이야?"


"응, 맞아."


"그런데 왜 지금은 여기에 안 살아?"


"여긴 새별이 어린이집이 너무 멀어서 지금 집으로 이사 간 거야. 그리고 이 집은 우리가 살기엔 너무 좁아."


"너무 좁아서 새별이 놀잇감을 둘 자리가 없어서?"


"맞아"


당시 아이는 모든 상황을 자신의 놀잇감과 연관 지어 생각하던 때였다. 트램펄린이나 인디언텐트 같이 큰 장난감을 놓아주기는 힘든 집이었다. 자신이 보아도 지금 살고 있는 곳보다 훨씬 좁은 예전 집을 같이 보았기에 잘 이해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가만히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또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나와 남편이 공동명의로 되어있는 집이다 보니 계약을 할 때 같이 가야 했다. 더불어 새로운 임차인까지 시간을 맞추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결국 토요요일에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때도 첫째를 동행해야 했다. 평일이었으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을 동안 처리하면 되었다. 하지만 주말에 일정이 잡혀 계약하러 간 동안 시부모님께 쌍둥이를 돌봐달라 부탁드렸는데, 차마 첫째 아이까지 세 명을 맡기기엔 너무 힘드실 거 같았다. 그래서 첫째는 남편과 내가 데리고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또 어디에 가는지, 그곳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니 아이는 알겠다고 했다. 2년 전 함께 갔었던 것이 기억이 나는지 한 번의 설명에도 곧잘 상황을 이해했다.


이전과 같이 모든 계약과정이 끝나고 우리 가족만 남으니 아이는 또 자신이 궁금했던 걸 물었다.


"이 집을 왜 다른 사람한테 빌려줘?"


"우리는 이 집에서 살 수 없고, 팔려고 했는데 사는 사람이 없어서 빌려주게 됐어."


"지난번에 빌려준 아저씨 말고 새로운 아저씨한테 빌려주는 거야?"


"응, 맞아. 아까 부동산에서 본 아저씨가 새로 우리 집을 빌려가는 아저씨야."


"팔리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러게 말이야."


집이 팔리면 뭐가 좋은지 알고 하는 소린지, 뭐가 아쉽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맞장구를 쳐줬다. 그리고는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지 집과 관련해서는 묻지 않고,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들을 조잘거렸다.


얼마 후, 주말나들이를 가던 차 안이었다. 아이는 또 전날 어린이집에서 누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는 중이었다.


"어제 친구가 점심만 먹고 집에 갔어."


"그래? 친구가 왜 점심만 먹고 갔을까?"


"집을 팔러 간대."


응? 처음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이내 아이의 말을 유추하여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부동산 관련 계약을 하는데 부모님이 친구를 데리고 간 모양이었다. 운전을 하고 있던 남편이 궁금하다는 듯 아이에게 물었다.


"친구 부모님이 집을 팔러 간 게 아닐까? 어린이집에서 놀아도 됐을 텐데 친구는 왜 데리고 가셨을까?"


나와 남편이 같은 상황이라면, 부동산 계약을 하는 자리에 아이를 동행하는 게 번거로울 수 있으니 그냥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갔을 것이다. 아마 남편은 시간 여유가 있는데 친구의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간 게 의아하여 아이에게 질문을 던진 것 같았다.


"친구가 예뻐서 집이 더 잘 팔리나 봐. 예쁜 친구가 같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집을 더 많이 사갈 거 같아."


푸하하하하하. 아이의 대답을 들은 동시에 남편과 나는 웃음이 빵 터졌다. 아이의 발상이 귀여우면서도 순수해서였다. 그리고 아이는 집을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팔 듯 얘기했다. 예쁜 사람을 보고 '아 예쁘다'하면서 '저도 주세요.', '저도 살게요.'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참을 웃던 남편이 아이를 놀리는 말을 하며 입을 열었다.


"새별아, 친구가 예뻐서 집이 잘 팔릴 거 같은데, 그럼 우리 집은 왜 안 팔렸을까?"


"설마...... 설마......" 내가 추임새를 넣었다.


"설마 우리 집은 새별이가 안 예뻐서 안 팔린 건가?"


크크크크크큭. 남편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 안은 또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한 사람, 첫째 아이는 동조하지 않는다는 듯 별말 없이 열심히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 집은 이미 다른 사람이 빌려가서 안 팔린 거야. 새별이가 안 예뻐서 안 팔린 게 아니라!"


아이가 한 대꾸가 그럴듯했다. 용케 얼마 전 전세계약을 하고 온 일을 기억해 내어 논리적으로 대꾸했다.


"그래, 맞아. 그 집은 이미 다른 아저씨가 살고 있어서 안 팔렸어."


남편이 맞다고 맞장구를 치며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금세 아이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러고는 엄마 아빠가 언제 저를 놀렸냐는 듯 또 다른 이야기를 조잘거렸다.


한 번씩 아이의 참신한 표현에 한참을 웃을 때가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때마다 웃음이 터지기 전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에 눈이 마주치는 게 아닐까. 언제 이렇게 커서 제 논리를 가지고 조리 있게 대꾸하고, 상황에 맞는 말을 할까.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는 아이를 보면서 한참 부모로서의 뿌듯함과 아이에게 느끼는 기특함이 함께 느껴지는 시기였다.



이전 06화아기가 아빠한테 대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