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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베란다에서 고백받다.

시어머니의 예언, 그리고 베란다 사건....

by 감차즈맘 서이윤


시어머니와 시아버님을 처음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난 후,

남편이 시어머니께 물었단다.


“어떠세요, 제 여자친구…?”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하시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사람 잘 보기로 유명하다”던 시어머니께서 단호하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애는 착한데… 니 잘못 건드리면 뼈도 못 추린다.

말 잘 듣고 살 자신 있으면 결혼해라.”


그때 남편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 엄마 얼마나 착한데요, 내가 잡고 살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시어머님이 경고를 했을 때, 남편은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 했단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종종 이렇게 고백했다.


“엄마 말이 맞았어…”


내가 "나는 다 보여줬는데 무슨 소리냐"라고 하면,

남편은 눈웃음을 치며 농담처럼 덧붙였다.


“그땐 몰랐지… 그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당신은 나라를 구했고, 나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봐..."


연애 시절, 상견례까지 끝낸 뒤, 내가 먼저 “헤어지자”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남편은 기숙사 4층 베란다에 서서 소리쳤다.


“헤어질 거면, 나 뛰어내린다!”


나는 냉정하게 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건 네 운명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내가 상관할 바 아니야."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등뒤로

남편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떻게 그렇게 냉정하냐고!"


"몰랐어? 나 원래 냉정해.":


내가 단호하게 내뱉었을 때,

남편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내 팔을 붙잡았다.


물론 그 행동 때문에 다시 만난 건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흔들릴 만큼 나는 착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흔들린 건 사실이었다.


아마도 그때 이미, 나는 여전히 그가 좋았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고,

결국, 결혼이라는 걸 해버렸다.


돌아보면, 시어머니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도 남편은 종종 중얼거린다.

"엄마는 어떻게 알았을까...

한 번 수 틀리면 내가 뼈도 못 추린다는 걸...'


그리고 아이들이 "아빠 뭐 해?"하고 물으면,

구라쟁이 남편은 내 눈을 피하며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아빠.. 지금 바빠... 뼈 맞추고 있어.... 찾지 마라!"


사랑은 결국 예언을 이겼다.


남편은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내 속을 뒤집다가도,

또 몇 번씩은 나를 웃게 만든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결혼을 지탱하는 힘인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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