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삼천마디 고래의 사랑 노래!

밴댕이, 이번엔 고래말에 울다!

by 감차즈맘 서이윤
IMG_8725 (1).HEIC 삼천마디가 그날따라 너무 피곤했다.

요즘 나는 아들만 보면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하루에도 몇 번씩 잔소리를 퍼붓는다.

진심으로, 내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그나마 LA Times 본사에

인턴 하러 가는 날이면 좀 낫다..

인터뷰도 하고 기사도 써야 하니 바빠서 그런지,

그럴 때면 아들도 잔소리를 잠시 멈춘다.


그런데 요즘은 기사가 다 끝났는지,

온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컴퓨터 켜라", "프린트해라",

"컴퓨터 할 때는 어깨를 펴라....."는 등....


사진저장도 엉뚱한 곳에 했다고

그걸로 또 한참 잔소리다...


잔소리에 채찍질까지,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딸의 마음을 이해하라고

일부러 이런 시간을 주는 건가?

아니면 그저, 내가 변해야 할 시간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엄마, 나 없으면 누가 도와줄 건데?"

시간 없다고 했지, 계획표도 내가 다 짰으니까,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이제 곧 8월 19일, 아들은 공부하러 멀리 떠난다.


그래서 그러는 걸까?

요즘엔 입만 열면,

자기가 없으면 누가 도와줄 거냐고,

8월 19일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자기가 계획표랑, 시간표 만들었으니

그대로 따라서 배우라는데....


내가 배우는 속도 하고는 상관이 없다.

아무리 나중에 한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나 고3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해도 모르겠다..

머리가 지끈 아프다...


"엄마 내가 이제 대학 들어가면,

수업도 많아지고

시간도 달라서

엄마 도와줄 수도 없고

전화도 못 받을 수 있으니까

빨리 배워야 돼"


채찍질하는 아들이 너무 심하다.

나는 그냥 떠나기 전까진 재밌게 놀고 싶고,

그저 좀 잔소리 덜하고,

덜 걱정하는 아들을 원할 뿐인데...

그게 힘든가 보다


산책하러 가서도

어깨를 펴라고,

강아지 줄을 똑바로 잡으라고

잔소리가 끝이 없다.


한편으론, 그렇게 철저하게 계획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참 대견하면서도 서글펐다.


그토록 많은 시간들을 나와 함께 보낸 아들이

이제는 엄마걱정까지 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천 마디 아들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였는데

내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내가 아들에게 '

걱정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인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좀 걱정하지 마"

언성이 높아졌고,

아들은 문을 '쾅'닫고, 들어가 버렸다.


문틈 너머로 느꺄지는 감정.

잠시 후 들어가 보니,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들은 침대에 앉아있었다


엄마를 두고 떠나야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묘하게, 가슴을 찌르며 나도 눈물이 났다.


한참 감성애 젖어 헤어 나오지 못할 무렵,

아들의 한마디가 나를 깨웠다.


"엄마, 이리 와 봐.... 다시 알려줄 테니까...

제대로 배워야 돼. 배워야 된다고!"


아들은 다시 태연하게 내게 다가와

무언가를 알려주려 한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 그만 알려줘도 돼.....

엄마, 그냥 오늘은 좀 쉬고 싶어'"


그렇게 오늘도

한숨 섞인 하루가 지나간다.


삼천마디 아들

말이 너무 많아 미칠 것 같다가도,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여름,

떠나가는 아들이 나에게 남긴 건

걱정과 잔소리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밴댕이 엄마의 다음 이야기도 곧 이어집니다 :)

이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 공감으로

구독으로 함께 해 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좋은 날, 밴댕이 속 터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