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댕이, 이번엔 고래말에 울다!
요즘 나는 아들만 보면
피해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뭐가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하루에도 몇 번씩 잔소리를 퍼붓는다.
진심으로, 내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다.
그나마 LA Times 본사에
인턴 하러 가는 날이면 좀 낫다..
인터뷰도 하고 기사도 써야 하니 바빠서 그런지,
그럴 때면 아들도 잔소리를 잠시 멈춘다.
그런데 요즘은 기사가 다 끝났는지,
온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컴퓨터 켜라", "프린트해라",
"컴퓨터 할 때는 어깨를 펴라....."는 등....
사진저장도 엉뚱한 곳에 했다고
그걸로 또 한참 잔소리다...
잔소리에 채찍질까지,
귀에 피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딸의 마음을 이해하라고
일부러 이런 시간을 주는 건가?
아니면 그저, 내가 변해야 할 시간인가....
나도 잘 모르겠다.....
"엄마, 나 없으면 누가 도와줄 건데?"
시간 없다고 했지, 계획표도 내가 다 짰으니까,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이제 곧 8월 19일, 아들은 공부하러 멀리 떠난다.
그래서 그러는 걸까?
요즘엔 입만 열면,
자기가 없으면 누가 도와줄 거냐고,
8월 19일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자기가 계획표랑, 시간표 만들었으니
그대로 따라서 배우라는데....
내가 배우는 속도 하고는 상관이 없다.
아무리 나중에 한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나 고3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해도 모르겠다..
머리가 지끈 아프다...
"엄마 내가 이제 대학 들어가면,
수업도 많아지고
시간도 달라서
엄마 도와줄 수도 없고
전화도 못 받을 수 있으니까
빨리 배워야 돼"
채찍질하는 아들이 너무 심하다.
나는 그냥 떠나기 전까진 재밌게 놀고 싶고,
그저 좀 잔소리 덜하고,
덜 걱정하는 아들을 원할 뿐인데...
그게 힘든가 보다
산책하러 가서도
어깨를 펴라고,
강아지 줄을 똑바로 잡으라고
잔소리가 끝이 없다.
한편으론, 그렇게 철저하게 계획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 참 대견하면서도 서글펐다.
그토록 많은 시간들을 나와 함께 보낸 아들이
이제는 엄마걱정까지 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삼천 마디 아들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함께였는데
내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내가 아들에게 '
걱정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인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좀 걱정하지 마"
언성이 높아졌고,
아들은 문을 '쾅'닫고, 들어가 버렸다.
문틈 너머로 느꺄지는 감정.
잠시 후 들어가 보니,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들은 침대에 앉아있었다
엄마를 두고 떠나야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묘하게, 가슴을 찌르며 나도 눈물이 났다.
한참 감성애 젖어 헤어 나오지 못할 무렵,
아들의 한마디가 나를 깨웠다.
"엄마, 이리 와 봐.... 다시 알려줄 테니까...
제대로 배워야 돼. 배워야 된다고!"
아들은 다시 태연하게 내게 다가와
무언가를 알려주려 한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이제 그만 알려줘도 돼.....
엄마, 그냥 오늘은 좀 쉬고 싶어'"
그렇게 오늘도
한숨 섞인 하루가 지나간다.
삼천마디 아들
말이 너무 많아 미칠 것 같다가도,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여름,
떠나가는 아들이 나에게 남긴 건
걱정과 잔소리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밴댕이 엄마의 다음 이야기도 곧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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