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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비상하고 싶다

무엇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 했을까?

by 감차즈맘 서이윤


롤로그

"글을 쓰게 만든, 딸의 말 한마디"


아이들이 중학교를 들어가던 해,

나는 조금씩 일을 놓기 시작했다.


그 선택은 '잠시 멈춤'이라 믿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멈춤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기 시작했다.


편은 왜 그러냐며,

계속 일을 했으면 했지만

나는 내 마음을 밀어붙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아이들에게도 온전히 돌려주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첫째가 갭이어를 선택했을 때도,

나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마치 내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조용히 그 옆을 지켜줬다.


그런데 대학을 들어가고,

첫 해가 끝나갈 무렵부터,

마음 안에 알 수 없는 서운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둘째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

나는 기뻤다.

장학금을 받고 대학 학비 걱정을 덜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그런데 그 기쁨 속 어딘가엔 나도 모르게,

‘나도 수고했어'라는 말이 듣고 싶다는 마음이 스며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던 감정들이,

슬슬 나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딸이 아스펜으로 떠나기 전날 밤—

내 안의 감정이 활화산처럼 터지고 말았다.


큰아이는 뭔가를 나에게 증명하고 보여주고 싶어 울었고,

나는 단지 위로받고 싶었다.


억울함과 서글픔,

그리고 이유 모를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와 울었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 건지,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

아이들이 하나둘 내 곁을 떠나간다는 것,

그리고 “나는 이제 뭘 하며 살아야 하지?” 하는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리고 다음 날,

내가 딸에게 물었다.

"엄마는 너에게 무슨 의미야?"


딸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사자고, 나는 호랑이야.”


그 한마디가, 나를 멈춰 세웠다.

원하지 않아도, 멈춰야 했다.


왜 나는 그 소박한 시간 하나도 갖지 못했던 걸까?


그래서 결심했다.

딸의 한마디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거다.


억울했다. 서글펐다.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데,

얼마나 시간과 감정을 다 쏟았는데—

그걸 아무도 몰라준다는 게 서러웠다.


딸의 얄미운 말투 하나에도

서운함이 폭죽처럼 터져 올랐다.


그 순간,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내 엄마도 그랬겠지…’

나는 너무나 미안해졌다.


릴 땐 몰랐다.

엄마가 얼마나 애썼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그렇게 울컥한 마음으로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기였다.

말도 안 되는 억울함을 풀곳이 없어,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잊고 있던 나의 학창 시절,

찬란했던 내 20대가 문득문득 떠올랐다.


'나, 다시 시작해도 되겠구나.'


아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엄마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그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나는 엄마이기 전에

분명히 ‘나’였다는 사실.

그걸 이제야 다시 꺼내어 들여다본다.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은 채

내 이름을 잊고 살아온 건 아니었을까.


지금 나는 어른이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아이 하나가 산다.


억울해하고, 삐치고, 오기가 나고…

그러다 또 웃고, 다짐하고, 감동받고, 울고.

그런 사람으로 살아간다.


딸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이 길.

결국 딸에게 또 한 번 배운다.

내 엄마가 나를 키워냈듯,

이제는 딸이 나를 자라게 한다.


그 오랜 시간, 나를 잊은 채 달려왔던

엄마의 삶과 나의 삶을 돌아보며

이제, 그 성장의 기록을

이곳에 천천히 되짚는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배우는 이 길 위에서

내가 걸어온 시간들이

누군가의 하루에도

작은 위로가 되어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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