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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 헤아림 Feb 14. 2024

나를 수용하기 싫어서 내가 나를 괴롭힌다.

나에게 게으르다 누가 그랬는가.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라는 세상이 참 재밌고 신기하다.


네이버 사용인구가 많으니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블로그에 나의 기록을 쌓는 것이

다양한 기회들로 찾아오려는 듯 신호를 보낸다.


김칫국 마시는 거란걸 알고,

첫 술에 배부르겠냐만,

육아를 하면서 반짝거리지 않았던 나의

개인적인 일상에

전기가 연결된 듯해서 짜릿짜릿하다.


그래서일까.

욕심이 나고

왜 진작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을까

후회가 물밀듯 들면서도

지금이 가장 적절한 때였다고 생각해 본다.


개인 상담의 기회

강의에 대한 문의

조언을 구하는 문의

등등 흥미로운 일들이 생기는 반면

내가 가진 에너지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참 애석하고 수용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초등학교의 기나긴 방학은

엄마인 나에게도 강제로 쉼을 제공한다.

그러나 마음은 잘 쉬지 못하는 상태.

절대적인 개인 시간의 부족과

이로 인한 불만이 스트레스가 되어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든다.


시간이 없다는 것도,

에너지를 쥐어짜 낸다는 것도

수용하고 싶지가 않다.


결국은 또 수용의 문제구나.




오늘 부모 번아웃에 대한 글을 썼다.

사실, 내 얘기였다.


요즘 들어 예전 같은 엄마가 아닌 듯한 내 모습

아이들과 정서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자꾸 정서 조절이 되지 않는다.


계속 툴툴거리고 삐딱해지는데

그런 내 자신을 목격하는 것이

많이 불편하다.

죄책감, 자책, 수치심 등등이 나를 더욱 자극하니

마음이 더 쉽게 지쳐버린다.


이것이 부모 번아웃의 결정적인

증거라기에

간이 질문지를 해보았다.


 심각하진 않았고 번아웃 중간 위험이라 해서

안심(?)을 했지만

좀 더 솔직해지면

안심하면 안 되는 상태 같기도 하다.




많은 것을 하고 있지 않다고

내가 나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면에서는

아래와 같은 말들이 흐른다.


‘뭘 그만큼 하면서

칭얼대나

그 정도는 다들 하지

더 노력해야지

얼마나 했다고

번아웃이네 마네 하냐

그만 좀 징징대고

오늘 해야 하는 거 해라

그렇게 게을러서 어쩌냐’



맙. 소. 사.

내가 게으르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구나.

아니라고 하고 싶으면서

나 대단히 부지런히 살고 있다 여기고 싶은데

“게으른 나”

이것이 내면에 떡 ~~ 하니 버티고 있다.




게으름은 또 거슬러 올라갈

이야기가 있지만

그건 차치하고.


결과가 나지 않고

수익이 없는 이유는

나의 “게으름”이 원인이라고

내가 나를 못마땅해하며 괴롭힌다.


어휴, 참 인생 고달프게도 산다.

누가 그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내가 나를 가장 홀대한다.


남에겐 그리도 친절하면서

나에겐 이토록 어려울까.



한국말 참 재밌다.

“적당히 열심히”

균형을 잘 잡으란 말을

이렇게도 한다.


나는 적당히 열심히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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