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보다 더한
"여행 갈래?"
갑자기 카카오톡에 툭 던져놓은 친구의 말이 아니었다면 올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단지 맛있는 음식이 많아 보인다는 이유로 덜컥 기차를 예매하게 된 이곳에 대한 배경지식이라곤 '이성당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다더라'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용산으로부터 네 시간 안 되게 기차를 타고 군산엘 왔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에 '1박 2일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든 이유, 소박하고 낮은 건물과 피식 웃음이 나오는 간판 때문이었다.
스리랑이래! 하고 하하하 웃고 있는데, 이곳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과 눈이 마주쳐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말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담고 있었던 군산의 거리, 그리고 간판은 제 각기 나름의 색을 담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수탈 기지로 사용되었다는 군산은 특이하게도 그때 지어졌던 건물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픔을 상기시키는 것들을 허물지 않고 견뎌내어 준 덕에 옛 시간을 마주할 수 있게 되어 고마웠다. 그렇게 거리를 걸을 때마다 불쑥 보이는 옛 건물들은 문득 책을 펼쳤을 때 언제 끼워둔 것인지 모를 단풍잎을 발견하는 느낌이었달까.
멋모르던 때 어떻게 친해진지도 모르게 그렇게 10년이 훌쩍 넘었다.
매일 만나 같은 생각, 같은 친구들, 그렇게 입게 된 같은 교복을 벗게 되고 다른 교복, 다른 생각, 다른 친구들, 그리고 전혀 다른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다.
그 사이엔 정말 많은 일들이 자리하고 있다. 즐거운 것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물론 지금에야 돌아보니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내가 그런 적이 있었다고?"
"그래. 너 그때 그랬다니까?"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예전의 내 모습을 선명하게 이야기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
"갑자기 왜 여행 가자고 한 거야?"
"그냥. 너랑 여행 간 지 오래된 것 같아서."
무심한 듯 긴 시간을 버티고 선 이곳의 건물처럼, 다소 무뚝뚝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는 우리가 새삼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지내온 너와 나의 사이에도 독특한 간판 -스리랑 우정 현상소 같은- 하나 달려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1박 2일 내내 배불러 소리를 쉴 새 없이 할 만큼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맛은,
중첩된 시간을 품고 있는 군산 거리,
그 위를 함께 걷는 걸음을 스치는 옛 기억의
달콤 씁쓸함이었다.
(카카오 72%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