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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Jan 24. 2017

달콤 씁쓸한 오후 네 시

바르샤바에서의 첫 날

  일 년 만에 온 바르샤바엔 비가 내렸다. 그곳을 캐리어와 함께 걸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훈련. 숙소에 엘리베이터가 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갔으나 호스텔 직원은 아직 방 청소가 덜 되어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초조해졌다.

 떠나오기 전, 비행기표를 득템 했다는 기쁨에는 금세 염려가 더해졌다. 겨울 유럽 여행은 비추라는 글을 봤기 때문이었고, 그 이유 중 하나는 해가 짧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얼마나 짧길래.. 어차피 난 올빼미 족이라 괜찮아'하고 개의치 않았다.

 체크인을 겨우 마치고 나오니 오후 세 시. 밖은 정말로 슬슬 어두워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는 왔다 안 왔다 하고 있어서 나도 우산을 폈다 접었다 했다. 올빼미 족이라 괜찮을 것 같았던 나는 온통 낯선 거리에서 괜찮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겨우 낮 세 시에!




  그렇게 약간의 안 괜찮은 느낌과 괜찮은 느낌으로 축축해진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올드타운 한편에서 유독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입구로 들어가니 작은 마켓이 한창이었고,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줄 서있는 곳엔 각종 초콜릿과 빵이 가득했다.






  나는 하나에 천 원도 안 하는 초코바를 하나 사서 나왔다. 견과류에 초콜릿 코팅이 된 초코바를 입에 넣고 오도독 씹었다. 여전히 거리엔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나도 따라서 옷에 달린 모자를 썼다 벗었다 했다.

  익숙한 구석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거리를 걷는 여행의 첫날은 바라는 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땀을 뻘뻘 흘리며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했으며,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했고, 정말로 해는 빨리 져버렸다.

  그나마 이 뼛속까지 달달해지게 만들어주는 초코바 덕분에, 그 모든 안 괜찮았던 것들은 괜찮아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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