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이 보우하사
충격이었다
학식 두 번에 아이스크림까지 먹을 수 있는 값이잖아..! 명동의 한 편집샵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다. 스무 살의 주머니는 가벼웠다. 다섯 번 양말 구경을 가면 한 번씩 큰 맘먹고 널 데려왔다. 한 켤레씩 사서 집으로 오는 길이 뿌듯했다. 알바를 시작하고부터는 월급날이 되면 양말을 샀다. 습관이 됐다.
양말 덕후 생활 N년차,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다. 나 브랜드 양말 신는 여자야~라는 허세를 부리고 싶어서는 아니고. 보이는 양말마다 한 켤레씩 사 신다 보니 자연스레 생겨난 취향이다. 그중 싫어하는 월요일에 좋아하는 양말을 신는다던 사장님의 메시지가 선명해 더욱 좋아하게 된 곳이 있다. 저도 그래요! 발이 신나서 꼼지락거렸다.
양말 프로젝트의 시작
일단 지르자. 장바구니에 정신없이 담았다. 미친 듯이 담고 있노라니 역시 쇼핑은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은 망설였다. 갑자기 시작하게 된 사내 글쓰기 모임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 이건 아마도 전쟁 같은 ㅅ......
주제를 정해 오기로 한 날까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결국 주제 나누는 모임에 불참.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언제 또 찾아올까 싶은 계기회(계기이자 기회)였다.
며칠 후 세 가지 주제를 들고 조장님에게 SOS를 쳤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살고 있는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본격 양말 백 켤레 선물하기 프로젝트, 우사단로 이웃의 집 앞에 양말 두고 오기!
양말 백 켤레를 샀다. 두 달치 월세 값이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양말 한 켤레 가격이.. 그렇게 백 켤레.. 미친 거 아냐? 내 월급이 날 뜯어말린다. 잠깐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그래도 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다행히도
얼마 전 생애 첫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무이자 할부.라는 말은 마치 공부도 잘하는 애가 체육도 잘해, 얼굴도 어머머머 내 스타일, 성격도 펄풱ㅌ인데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그런 영롱하고 신비로운 느낌이다. 두려울 거 하나 없는 그 이름 무이자 할부.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무이자 할부로 태어나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래요.
기승전 물질만능주의 만세 만세 만만세!
박스 한가득 양말 백 켤레가 도착했다. 엄마한텐 절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