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태기가 왔다.
[글:태기] : 글을 쓰는 일이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읽고 쓰는 걸 좋아했다. 포인트는 좋아'했다'. 글태기가 왔다. 갑작스럽게 서서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서서히 멀어졌다. 다른 누군가가 좋아진 것도 아닌데.
읽는 게 부담이 됐다. 당연히 쓸 수도 없었다. 글을 피했다. 우연히 마주친 글들을 읽는 순간이 오면 왜 나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하는지만 생각했다. 열등감이 앞섰다.
하필 생애 첫 독립이 시작되었을 때, 슬럼프까지 와버렸다. 새로운 환경들에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더해졌다. 집으로 들어오고 나면 어깨가 잔뜩 아팠다. 겨울. 얼어버린 식물처럼 다가오는 찬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그 무렵 회사에서 반가운 글을 봤다. 글 쓰는 모임, 에 대한 모집글인 줄 알고 덜컥 신청했다. 이게 웬 걸. 출판이 목표란다.
내가 속하게 된 팀은 일상의 소소함. 오랜만에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원분들과 만나는 첫날, 약간의 수줍음과 비장함이 더해진 채로
본도시락을 먹었다.
맛있었다. 본도시락 만세. 한솥 눈 감아.
가장 먼저 먹어서 가장 먼저 왜 이 활동을 신청하게 되었는지 말했다.
" 제가 한동안 글태기에 빠져있었어요. 이 활동을 통해 글태기를 극복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나름 비장하게 말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미 책을 내본 분도 계셨다. 다들 이력이 화려했다. 아. 잘못 찾아왔나....
극복해야만 했다
아무것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었던 그 무렵의 나를. 주변에 수두룩하게 널린 글 잘 쓰는 사람들을. 내 앞에 놓인 글을. 빈 종이를. 갑자기 찾아온 계기 앞에서 나는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해야만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해보자.
다음 만남까지는 주제를 선정해오기로 했다. 쓰고 싶은 게 많았다. 고민이 길어졌다. 주제를 나누는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 뒤늦게 세 가지 주제를 적은 종이와 함께 조장님을 만났다.
그땐 몰랐다. 내가 일을 벌일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