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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백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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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바 Aug 28. 2018

조금 달라지면 어때  


 첫 번째 피드백 이후 수많은 피드백이 오지 않을까 설렜다.

괜히 설렜다.

피드백은 없었다.

해시태그로 검색도 했다. 역시나 없음.


 예상했던 일이다. 이럴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이러니까 그래도 좀 그렇다. 로또 안될 걸 알지만 1g의 희망을 안고 추첨 방송 기다리는 것처럼.

 궁금하다. 내 새끼 같은 양말들은 잘 지내나. 짝 잘 만났으려나.

 방 안 박스 하나. 아직도 양말은 가득이다. 그만큼 내가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뜻


 반응이 오든, 오지 않든 남은 양말들이 있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에게 이 양말이 작은 행복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그래서 편지를 썼다. 양말을 붙였다. 마침 늦봄, 아쉬움과 기다림 그리고 설렘이 뒤섞인 때였다.





 즐겁게 시작한 일인데 달라지면 어때?


 계획은 예외없이 틀어졌다. 매일 붙이려고 했던 다섯 켤레는 그날의 날씨와 업무의 양, 급약속 등으로 때론 고스~란히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 다섯 켤레씩 붙이려고 했는데...(쭈글쭈글)'하며 자책의 ㅈ정도를 하고 의지를 다졌다.


 꼭 이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움 꾹 누르고 골목 사이에 서 양말을 붙이던 밤 열두시 무렵이었다.


 지인들과의 급약속이 생길 때면 가방 속 양말을 떠올리고 왠지 모를 (약간 오바 보태서) 죄짓는 심정(?)으로 놀게 되는 것(안 놀지는 않음), 늦은 시간 골목에 설 때 내 자신을 염려하면서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


지나친 의무감은 이 프로젝트의 성격과 맞지 않아!


그래서 좀 느슨해지기로 했다. 비오면 오예! 오늘 휴식이다! 하고 좋아하기로. 약속이 잡히면 오예! 오늘 맛있는 거 먹는다! 하고 좋아하기로.

 

 다른 날 몇 켤레의 양말을 더 붙이면 된다. 좋아하는 일은 조금 달라져도 여전히 좋아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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