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심각한 과다수면을 앓았다. 수면 시간은 차츰 차츰 길어지더니 곧 15시간을 쉽게 찍고 있었다. 2년동안 코로나 때문에 학교라곤 5번도 채 나가지 않은 채로 졸업을 했다. 고작 그 정도의 경험을 하기 위해 장장 몇 년을 골머리 앓아가며 공부를 했지? 그리고 그동안 난 도대체 무엇을 배웠지? 의 물음에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대학교 4년 동안, 아니 사실 인생 전체를 통틀어 나는 굉장히 성실히 살아왔다. 이 꿈도 가졌다가, 저 꿈도 가졌다가 ... 근데 정말 그것이 오롯이 나의 의지에서 비롯된 목표이자 꿈이었나?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히 대답해 보자면 "아니다". 근데 문제는 그게 습관이 됐다. 아주 오랫동안 주입된 이상적인 사회적 "틀" 속으로 들어가고자 아등바등, 나를 우겨넣고 막 조급해 하는 거. 내가 여지껏 손톱 무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것 역시, 항상 내 마음의 귀퉁이까지 "빨리 무언가 되어야 한다"라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도, 친구도 하나 오지 않은 졸업식을 마치고 ... 나는 장장 3개월동안 내가 "100% 자의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이 질문이 쉬워보일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그 질문에 대답을 내리기까지 100일이 걸렸다. 100일이면, 수능 100일 전부터 d-day까지 문제 하나만 부여잡고 있던 것이다. 그 정도면 애초부터 꽤 난이도가 있는 문제였던 것이겠지.
고민하다가, 머리가 배터리 부품처럼 막 뜨거워졌다가,
도저히 못 찾겠다하며 컴퓨터 전원꺼지듯이 잠들기를 반복하던 ...
그 100일이 지나고서야 100% 자의적으로 하고 싶은 한 가지를 찾았다.
"사람 만나기"
어디가서 자기소개를 하거나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으면, 열심히 고민하다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사람 좋아한다'고 말하는 나였다. 좋아라 하는 요리도 매일 2번씩 하면 지겹고, 좋아라 하는 요가도 매일하면 힘들고, 책읽는 것도 글쓰는 것도 좀 하다보면 질리는 순간이 오는데 ... 사람 만나는 건 매일해도 좋다.
5월이 되었을 쯤 회사는 가기 싫고, 통장 잔고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기에 빨리 무언가 해야 할 때였다. 그렇게 앞으로 딱 1년동안, 사람 만나는 유튜브를 해보기로 결심한다. 혼자 사람들을 만나면 추억일 뿐이지만, 그걸 유튜브에 올리면 돈이 되고 콘텐츠가 되는 시대라니까 ... 그리고 구체적으로 만날 '사람들'은 자영업자로 정했다. 태초부터 나는 미용실 한 번 들어가면 미용사 아저씨의 딸의 친구 이야기까지 섭렵하고 오는 수다쟁이다.
내 꿈은 한 회사에 들어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한 번 뿐인 인생,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돈이 벌리든 말든 해보겠다. 24살 5월, 앞으로 딱 1년동안 전국구를 돌며 자영업자 사장님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을 유튜브에 올린다. 돈이 벌리든 말든 상관없다. 1년 뒤에도 나는 충분히 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