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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 Jun 01. 2022

니모는 살 길을 찾아서 유튜브로

유튜브라는 커다란 생태계 속에서 꾸물꾸물, 오늘도 정말 느리게 헤엄쳤다. 니모는 3주동안 5개의 영상을 올렸으며 구독자는 60명이 좀 넘었다. 내 카톡 연락처에는 40명도 없는데, 유튜브에 벌써 60명의 친구가 생기다니 참 이례적인 일이다. 요즘은 오래된 친구보다 아예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SNS 속 누군가가 더 편하다. 서로 영원히 만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오히려 이런 저런 이야기들까지 두런두런 하게 된달까.


오히려 과거에 친했지만 요즘은 연락이 끊어지고 멀어진 지인들은, 내가 손수 SNS 계정을 찾아서 차단시켜 버린다.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변했음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논평할 것만 같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둘 다 별로 달갑지 않다. 왜냐면 지금 나의 상황은, 내가 꿈꾸는 것에 100분의 1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편안하게 누군가를 만나서 "이런 걸 이뤄냈어. 그동안" 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을 텐데


대학교 졸업을 누구보다 재빠르게 하고 나서도, 취업에 대한 동기부여는 단 한 톨도 찾지 못했다. 코로나 2년동안 그 어떤 선배도 교수도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이지 '회사에 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어린아이들이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에 대한 동경심 같은 걸 키워나가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다정한 목소리들이 필요했었을 텐데. "사회에 나가면, 그래도 이런 수호천사도 있고. 이런 어른도 있고. 너도 커서 이 거대한 왕국의 일원이 될 거야." 등의 ...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변은 만무하고 손가락을 통해서 소통하는 SNS 이웃들에게도 사회에 대한 판타지는 전해들을 수 없었다. 블로그 이웃이신 배가본드 작가님은 나에게 "취업을 하면 퇴준생이 된다"라고 말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한 문장을 듣고는 취업을 바로 포기해 버렸다. 그래, 저게 나의 미래다. 가슴 속에 차오르는 동기가 없는 일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박차고 나와버리는 나다. 고작 알바를 하면서도 부당한 일 좀 당하면, "저 그만두겠습니다" 시전하는 배짱의 내가 감히 회사를?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들었던 정보는 중요하다고 인식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년까지 유튜브를 깔지도 않았던 내가, 살 길을 찾아서 유튜브를 시작했고 그래도 한 달째 그것만 붙잡고 있다. 왜인지 여기에 내 살 길도 있을 것만 같아서. 참고로 유튜브 누가 부업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2022년인 지금은 전업으로도 힘들다. 선점 효과의 시기가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났기 때문에, 어지간한 콘텐츠는 그 속에 다 들어있다. 모방을 기가막히게 해내거나, 아니면 미친 척 어그로라도 끌면 좀 빨리 키울 수 있을지도 ...


그래도, 그래도 참 좋은 점은 나에게 책임감이라는 게 생겼다는 거다. 지역상인, 소상공인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컨텐츠 주제를 잡았던 것도 사실 그것을 위해서였다. 나는 나 혼자 일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뭐든 빨리 질려하기 때문에 ... 다 질러놓고 해내겠다고 약속해 둬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든 지키려고 버둥거리니까.


누군가에게 길을 알려주는 오지랖 넓은 스토리텔러로서 살고 싶다. 유튜브를 좀 키우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이 권유해드리고 도와드리고 싶다. 당장은 나도 쪼렙이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니까. 니모도 결국 살 길을 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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