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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BENIX] 육아의 본질은 무엇일까?

베베닉스(BEBENIX) 브랜드 존재의 이유를 찾아간 과정

by BEBENIX


앳홈의 비전은 고객의 숨겨진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브랜드 그룹이다.



좁은 공간의 솔루션 '미닉스'

피부 관리의 대중화를 꿈꾸는 '톰'

여성들의 단백질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티원'을 운영 중이다.



회사는 24년 기준, 전년비 145% 달하는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각 브랜드의 성장 배경에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앳홈의 DNA가 그대로 녹아 있다.



베베닉스의 시발점에 대표님이 조명했던 문제는 육아 과정의 복잡성과 불편함이지만, 저 두 단어 안에 포함된 수많은 표면적인 문제들을 꿰뚫는 단 하나의 본질적인 문제 정의부터가 나의 몫이었다.



표면적인 문제점 줄 세우기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육아 가전을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불편함도 있었고 워킹맘으로서 현생을 살며 평소 느껴온 사회/문화적 차원의 아쉬움도 많았다.


엄마로서, 소비자로서 그간 해왔던 생각이 비교적 선명했기에 생각의 흐름대로 현상을 재확인하고 연결했다.



먼저, 출산율이 낮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0.72 수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압도적인 꼴찌라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사회, 문화, 경제적인 원인으로 꼬집어 말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아이를 낳게 되면 그동안 누려온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살면서,

이 사람과의 육아라면 생각보다 나의 삶을 덜 포기하며 살 수 있겠다?라는 확신 아래 임신을 결심할 수 있었다.




분만은 제왕절개를 선택했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오랜 산통 끝에 제왕절개를 하게 된 지인도 많았고 자연분만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감내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언제 시작해서 끝나는지, 회복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제왕절개가 훨씬 마음이 편했다.



처음 만나보는 신생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연약했고, 잘못 안아주면 목이라도 꺾일까 봐 무서웠다.

이 작고 여린 아기가 나의 실수로 인해 잘못될까 봐 매일 두려웠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막중한 책임감이 엄습했던 기억이 난다.



산후 조리원은 돈이 더 들더라도 컨디션이 좋은 곳을 택했다.


지독한 입덧과 먹덧으로 20kg이나 불은 살을 빨리 빼고 싶어서, 마사지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그렇게 내 몸의 케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선택한 조리원이지만, 조리원 생활을 떠올려보면 수유텀에 지배당했던 기억뿐이다.



3시간에 한 번씩 수유텀이 돌아온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10분간 수유하고, 2시간 50분을 쉴 수 있는 게 아니라 1시간 수유하고, 1시간 유축하고, 1시간 겨우 쉴까 말까 하다는 걸 겪어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모유 수유 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처럼 비몽사몽하며 2주를 보내고 나니, 조리원 퇴소 시기가 왔다.



모유가 아이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분유는 빨리 시작했다.

모유 양이 적은 이유도 있었고, 빨리 식단 조절을 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유식은 시판 이유식으로 먹였다.

이유식을 직접 만들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 식재료를 사는 돈이나 내가 투자해야 하는 시간, 에너지 대비 사 먹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나조차도 아이를 낳기 전까진 선입견이 있었다.


무릇 엄마라면

나보다는 아이를 우선시하고

자기 계발보다는 아이 교육을 우선시하고

사회적 명예보다는 가정의 평화를 우선시하고

트렌디한 취향이라기보다는 아줌마 취향으로 바뀌고

얼리어답터보다는 트렌드에 늦는 사람이며

도전보다 안정을 중시할 거라는.


하지만 막상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엄마가 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중요했고,

나는 여전히 나를 가장 사랑했다.


물론 어떤 결정은 오롯이 아이를 위해서 희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를 위한 결정도 많았다.



무조건 나를 희생하고 포기하는 관계로는 내가 행복할 자신도 없었고,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아이를 사랑했고,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나 자신을 사랑했다.



육아 과정은 상대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절대적으로 행복했다.

많은 육아 선배들에게 들어왔던 만큼

힘들었고,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때로는 고독하고, 좌절도 했으나

실은 그보다 훨씬 더 큰 기쁨과, 흐뭇함과, 놀라움과, 뿌듯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런 생경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남편이라는 가족이, 동지가,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를 잃지 않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육아할 수 있었던 건 남편의 절대적인 지지와 육아 가담이 주요했다.


우리는 육아 과정에 필요한 어떠한 노동이든 한 사람의 몫으로 정하지 않았다.

서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희생했고, 서로를 측은하게 여겼다.


오롯이 둘만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과 경험을 쌓아가며 아이를 포함한 세 가족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지지를 통해 무한한 감동과 행복 안에서 우리는 다시 태어나고, 나날이 성장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내가 경험하는 삶은

예상치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억울할 지경인데


시중의 육아 가전 브랜드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들이 발화하는 메시지는 지나치게 익숙했다.


엄마라는 역할에 대해 여전히 내 선입견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육아는 엄마의 것이라는 전통적 관념 중심의 한계가 여실했다.

게다가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었다.


둘 중에 하나다.

"아이가 너무 중요하잖아, 아이를 위해 나를 선택해"

"아이만큼 엄마도 중요하잖아, 육아 힘들지? 우리가 도와줄게"



육아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고,

육아는 수고롭고 번거로운 엄마의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육아의 본질은 달랐다.

육아는 아이를 돌보는 하루하루의 과정과 경험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는 과정이었다.

육아는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과정이자 성장의 경험이었다.

엄마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었고,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나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세상을 전부터 알았더라면,

이 과정을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대하고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베베닉스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새롭게 육아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육아는 힘들 것이라고, 막막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가 주는,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기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내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을 가득 담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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