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드벤처스 Thesis, Part I
기술 혁신은 매번 새로운 가치 제안,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예고한다. 다양한 가치 제안 중 볼드벤처스는 현재 ‘소유’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사용자의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에 귀속되어 있는데, 이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플레이어들은 암호화 기술, 분산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소비자 요구에 응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2000년 저서 「소유의 종말: The Age of Access」에서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를 선언했다. 인터넷 시대의 개막으로 물건을 소유하는 시대에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일시적 사용권을 취득해 접속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언이다.
무려 22년 전에 발간된 책이라는 점이 놀라울 정도로 리프킨의 예언은 적중했다. 우리는 오늘 음반을 소유하는 대신 음악을 스트리밍하고, 값비싼 가전제품이나 차량은 렌탈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멤버십 서비스에 가입하여 컨텐츠를 구독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라이센스를 구매하는 대신 월 구독료를 지불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접속'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앞으로 접속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소유의 형태도 변하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소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직카우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음악저작권 지분을 1주 단위로 쪼개어 소유할 수 있으며, 창작자를 후원하며 음원 수익도 소유권만큼 배분받을 수 있다. 데이터에 대한 주권도 강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가 인터넷에서 만들고 전송하는 모든 데이터는 플랫폼에 귀속되었지만, 암호화 기술, 분산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소유가 가능한 데이터 경제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NFT 역시 데이터의 소유권을 구현해주는 기술이다.
볼드벤처스는 ‘접속’의 형태를 다양화하고 ‘소유’의 영역을 넓혀줄 서비스의 예로 다음의 네가지 투자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① B2B SaaS/API, ②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③ 디지털 신원과 보안, 그리고 ④ 웹 3.0.
B2B SaaS/API - ‘접속’을 심화시켜주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서비스(B2B Software-as-a-Service) 스타트업이 더 많이 생기고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B2B SaaS는 기존 소프트웨어보다 가볍고 유연해 회사 성장에 맞춰 기능을 쉽고 빠르게 추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미 북미에서는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 중 80%가 B2B SaaS 회사일 정도로 업무용 소프트웨어 구독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소프트웨어 시장의 역학 구도가 변하고 있다. 구글, 네이버, 오라클, SAP 등의 대형 플레이어 중심 시장이었는데, 신규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국내 SaaS 회사의 성장을 전망하는 이유는 고공행진하고 있는 개발자 몸값과 구인난 때문인데, 기업들은 비싼 인건비를 지불하며 모든 분야를 직접 개발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국 SaaS 산업의 확산은 수요와 공급의 이치에 따라 필연적인 미래다. 개발자 구인난 속에서, SaaS 구독은 nice-to-have에서 must-have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고객응대관리 소프트웨어부터 회계나 마케팅 등 사업현황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Saas/API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데, 클라우드 시대의 도래로 B2B SaaS는 비즈니스 운영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중 특히 국내에서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SaaS 분야는 법률, 세무, 채용 등 ‘현지화'가 필요한 비즈니스 영역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 손쉽게 창작물을 노출시켜 주목받는 시대에서, 창작물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형성되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말 그대로 창작자들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하면서도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체제를 말하는데, 온라인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창작물이 디지털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요즘, 카메오(Cameo), 서브스택(Substack), 고스트(Ghost) 등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지원하는 차세대 서비스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투자 분야는 이러한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있는 관련 B2B 생태계이다. 크리에이터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콘텐츠 제작과 편집을 쉽게 도와주거나 전문 촬영 장비 및 공간을 대여하는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앞으로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더 다양한 B2B 서비스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컨텐츠와 팔로워는 해당 플랫폼에 귀속되어 있는데, 창작물과 고객과의 소통창구를 직접 소유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들도 대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신원(Digital Identity)과 보안(Security) - 현재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신원(digital identity)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사용자는 홈페이지 혹은 서비스마다 아이디를 개설하고 있는데, 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통제하고 있어 사용자가 잠시 대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따른 문제가 많다. Google과 Facebook 등 플랫폼 기업의 보안이 뚫리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해당 플랫폼이 사라지면 데이터도 모두 없어진다. 정교한 신원 레이어의 부재는 사이버 범죄와 아이디 도용의 주요 원인이며, 정보수집 업체들의 힘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최근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면서 디지털 신원과 개인정보를 개인 자신이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고 분산ID 기술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는 블록체인과 분산ID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원 관리, 인증 및 보안 서비스가 탄생하여 웹 유저들이 직접 본인의 신원을 소유하거나 데이터 통제권이 강화된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갑에 신분증을 들고 다니듯이 디지털 지갑에 분산ID를 소지하는 셈인데, 데이터를 만들어낸 개개인이 데이터 통제권을 갖게 되면서 데이터는 다른 서비스들을 이용하기 위해 활용하거나 판매하는 자산이 될 것이다.
웹 3.0 - 실은 소유를 표방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블록체인과 분산 기술을 기반으로한 차세대 인터넷, 웹 3.0이다. 인터넷 초기, 웹 1.0(“Read Only”)의 사용자는 정보를 소비하는 수동적인 역할만 했으나, 웹 2.0(“Read, Write”)에는 인터넷이 플랫폼화되면서 컨텐츠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바뀌었다. 웹 3.0(“Read, Write, Own”)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자 자신이 만든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를 누릴 수 있고 서비스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즉 웹 3.0은 ‘읽고 쓰기’란 웹 2.0의 두 가지 개념에 ‘소유하기’라는 가치를 덧붙인 새로운 인터넷이다. 토큰(token)이라는 새로운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통해 운영되는데, 벌써부터 수많은 신규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참가자를 규합하는 소유권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은 단순 투자대상이 아닌,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하나의 인센티브 메커니즘이자 집합적으로 유지 관리되는 ‘인프라’ 기술이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빠르게 발달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과 금융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Web3.0이 보편화 될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NFT가 아니어도, 소유와 통제를 조금씩 구현해주는 서비스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다. 제 3장부터는 각 투자 분야에 어떤 구체적인 기회가 있고, 어떻게 소유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고 전개될지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에 앞서 소비자의 가치변화에 대한 증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아직 웹 상에서 ‘소유'란 생소한 개념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것이 구현 가능한지, 사용자들이 정말로 원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되기 마련이다. 물론 아직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편의성(convenience)와 통제권(control) 중에서 전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사용자들이 다양한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데이터 소유권과 통제권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찾아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형 테크 기업으로부터 이탈을 하고 있는 현상이 보인다. 제 2장에서는 소유권과 통제권 주장에 대한 증거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최근의 변화를 더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다.
목차:
[제 2장] 소유권 주장에 대한 1차 지표: 프라이버시 보호 서비스
[제 3장]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제 4장]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제 5장] 디지털 신원과 보안
[제 6장] 웹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