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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너 Jul 20. 2021

내게 방탄소년단(BTS)을 아느냐고 묻던 사람

몇 년 전 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남편과 쇼핑을 마치고 계산하던 때였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가게는 아니었기에 중년 여성이셨던 점원분이 우리를 보고는 어느 동네 사는지, 이 나라가 마음에 드는지 등 짧은 대화의 물꼬를 트셨다.

그러더니 정중하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셔서, 한국이라고 대답했더니 바로 질문하셨다.

"Do you know BTS?"

이건 보통 우스갯소리로 한국 사람들이 외국 사람들에게 묻고 뿌듯해 할 수 있다던 고유 질문들 중 하나 아닌가?

사실 이 나라에서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지만, 문법은 좀 틀려도 영어로 일반적인 의사소통하는데 지장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저 질문도 사실 엄연히 말하자면 맞는 건 아니지만, 그야말로 어떠한들 어떠하리? 

저 질문 하나와 함께 우리의 짧고도 기분좋은 대화는 순간적으로 폭발했다. 

 

그 어느 평범한 가게 아주머니는 상기된 목소리로, 

방탄소년단(BTS)이 여기 콘서트 곧 오는 거 알고 있느냐, 

우리 딸이 거기 멤버 중 한 명을 너무 좋아한다며, 어휴 진짜 장난아니야~ 

딸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를 열정적으로 말씀하셨

그래서 솔직히 대답했다.

그 멤버분의 이름, 처음 듣는다고. 아마 당신 딸이 우리보다 더 잘 알 것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는 다 같이 빵 터져 한바탕 웃었다. 공부해보겠다고 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방탄소년단을 검색해봤다.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왠지 좀 더 알아놔야 할 것만 같은 일종의 기분 좋은 의무감이 샘솟았었다.

그렇게 나는 멤버는 7명이고, 이름은 무엇인지, 요즘은 어떤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는지, 유럽뿐만 아니라 대륙을 횡단하며 해외투어를 하고 있다는 소식 등을 알게 됐다.

얼마 뒤 이곳 현지 뉴스 메인 1면에 대문짝만 하게 사진과 영상, 기사들이 실렸다. 한국의 보이그룹 BTS 콘서트 당일 경기장 밖을 가득 메운 팬들이 입장 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 이후로도 종종 큰 매장에서 한국어 가요가 나와 쇼핑하다 말고 깜짝 놀라 반가웠다. 사실 내가 누구 노래인지 당시 몰랐어서 그렇지 BTS 노래도 여러 번 마주치지 않았을까 싶다.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고가도로 아래서 BTS 그래피티를 본 적도 있다. 내게 본인이, 혹은 자기가, 혹은 자기 친구가 BTS를 좋아한다고 들은 경우도 여럿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훌쩍 지난 요즘도, 그들은 아직도 높은 하늘을 날고있나 보다.

BTS가 요즘 빌보드 1위도 하고, 본인들의 다른 곡으로 또 1위를 탈환했다는 뉴스를 보니 아직도 성공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개인적으로 모든 외국인이 한국을 무조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국을 모른다고 불쾌하지도 않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BTS)이 바다 건너 수없이 다른 문화 속 사람들에게도 성공적으로 다가갔고, 한국 그룹이라며 빌보드 1위 왕관을 쓰는 단계에 까지 올랐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반갑고 멋있다.

개개인 멤버가 알고보니 카메라 밖과는 다른 성격일 수도, BTS라는 페르소나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면 정말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개인적인 면을 다 차치하고라도 멋지다. 


나의 단편적인 검색과 영상 시청만으로는 얼마나 그들이 그동안 힘들었을지, 지금 힘든지, 앞으로 힘들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 분명한건,

BTS 멤버들과 같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외살이 한켠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웃음을 주고받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는 내 경험이다. 

그들의 노력과 성공이 아미가 아니었던 나에게도, 

지극히 평범했던 어느날 기분 좋은 순간을 선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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