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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리너 May 01. 2021

조금 더 자유로운 강아지와 고양이들

한국 집에선 이젠 어느덧 10살 넘은 반려견이 우리 가족 구성원 중 하나인데, 이 나라에 와서는 따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입양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 


대신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Pawshake라는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반려견, 반려묘를 돌봐주고 있다. 

일명 펫시팅(petsitting)을 해주는 일로, 펫시팅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본인의 사진과 설명을 담은 프로필을 올리고, 펫시팅을 부탁해야 하는 사람은 본인 집 위치나 프로필 등을 고려해서 예약할 수 있다. 

몇 년 동안 많은 강아지, 고양이 손님을 맡아주고 좋은 리뷰를 많이 받다 보니 어느덧 나는 꽤 예약 문의를 자주 받는 펫시터가 됐다.


처음에는 사람과의 교감도 좋지만, 강아지와의 그 교감이 그리워서 시작했다. 그런데 수많은 종, 다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애, 정말 생긴 건 너무 험악하고 덩치도 큰데 진짜 너무 얌전했어." 라거나,

"그 애는 한국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인데, 정말 멋진 애였어."라는 말을 나누며 우리에겐 먼 훗날 이 곳의 삶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 추억 조각들이 되었다. 


심지어 우리에게 강아지를 맡겼던 한 부부와는 친해지면서 주기적으로 서로의 집에 번갈아 방문하며 같이 점심을 먹는 귀한 인연이 됐다. 한국을 경유해서 고국으로 휴가를 간다기에 우리가 서울에서 꼭 가볼만한 곳, 먹을만한 메뉴들을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이드북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수많은 반려견, 반려묘들을 만나며 발견한 점은 그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친구들보다는 대체로 조금 더 자유롭다는 점이다. 


우리가 만난 이곳 강아지들은 100% 실외 배변을 한다. 배변패드를 쓰는 강아지 손님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하루 세 번 산책시키는 게 이 곳 견주들에게는 당연한 일과와도 같다. 비바람이 불어도 나간다. 

주말 아침, 최대한 이불속에 오래 파묻혀 있고 싶어도 일단 강아지와 한 바퀴 걷고 온 다음 돌아와 다시 누워야 한다.

그리고 어릴 때 견주와 반려견의 사회화 교육을 받는 일이 일반적이다 보니, 얼핏 보면 무서울 법한 대형견들도 훈련이 잘 돼있다. 강아지가 목줄 없이 뛰노는 장면은 공원을 갈 때마다 만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 곳 고양이들은 외출을 사랑한다.

아파트가 아니라 일반 주택이다 보니 가능하겠지만, 모쪼록 여기도 자동차가 다니고 집들이 벽을 맞대고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도 이 곳에선 고양이를 자유롭게 다니게 놔둔다. 

테라스 문을 열어두고 있던 어느 날은 웬 고양이가 우리 집에 유유히 들어와 한 바퀴 구경하고 나간 적도 여러 번 있다. 한 번은 아예 어느 날 저녁 우리 집에 들어와 침대에서 같이 자고 돌아간 고양이도 있었다.

물론 고양이가 너무 멀리 진출하는 바람에 1주일 넘게 집에 돌아오지 않아 내 친구는 전단지를 붙이고 집사 애간장을 태우다가 한참 먼 곳에서 목격자 제보를 받고 출동했던 적도 있다.


위 사진은 우리가 산책하고 돌아가던 어느 저녁 마주친 고양이 두 마리인데, 한참을 둘이 저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 곳의 많은 반려견, 반려묘들은 행동반경이 넓고, 여기저기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여러 동네 친구들을 만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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