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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특수반 생활은 뭐가 다른가?

by 잰걸음

저희 아이는 5세에 특교자로 단설유치원 특수반에 입학했습니다. 원래 저희 동네에 특수반이 있는 유치원이 귀했는데 마침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즈음에 시립 유치원이 생겨서 특수지원센터를 통해 특교자 등록 후 배치되었습니다.


실제로 유치원 특수반에 다녀보면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특수반 전담 교사와 보조 인력

5세 (만3세)반은 가장 어린 나이이므로 유치원에서도 보통 한 반의 인원을 많이 안 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선생님 한 명 당 10명 내외의 정원으로 운영하고 만 4세부터는 20명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반면 특수반의 경우는 아이들의 특성을 감안해서 선생님 당 학생 수를 4명 정도로 제한합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 자체도 특수교육 전공자들이 맡게 되므로 특교자의 니즈 및 교육법에 대해서 경험이 많습니다. 또한 유치원의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담임 선생님 이외의 보조 선생님 그리고 사회복무요원 (공익)들도 함께 돌봐주십니다.


우리 아이들의 특성과 상태가 전부 다 다르고 수업을 하다 보면 돌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 아이들을 적절히 케어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고 없고는 너무나 큰 차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도 수업 시간에 한 두 명 통제가 안되기 시작하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요즘 더 무서운 건 다른 학부모들의 컴플레인입니다.

아직 유치원이라서 그런 컴플레인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아이랑 다니다 보면 심지어 사정을 설명해도 알 바 아니라며 자기 애만 챙기는 매몰찬 어른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지만 예민한 부모 한두 명이 면학 분위기 망친다는 등 컴플레인하기 시작하면 선생님을 포함해서 서로 참... 힘들어지죠.


'따로 또 함께' 하는 통합교육

특수반 아이들에게는 두 명의 담임 선생님이 있습니다. 통합반 담임 선생님과 특수반 담임 선생님.


기본적으로 특수반이 있는 유치원은 '통합'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가 소속된 특수반은 더 큰 통합반 안에 '포함'이 된 구조입니다. 따라서 커리큘럼에 따라 특수반 아이들은 다른 통합반 아이들과 수업을 따로 또 같이 하게 됩니다. 특히 자유놀이 시간이나 단체 활동 등을 주로 함께 합니다. 입학 초기에는 통합 시간을 하루 30분에서 시작했다가 점진적으로 시간을 늘리고 있습니다.


따로 수업을 하는 시간이 많기에 기본적으로 특수반의 공간은 따로 있습니다. 보통 아이가 등원할 때 특수반으로 갔다가 통합 시간에는 통합반으로 놀러 가서 다시 특수반으로 돌아오는 구조이고 가끔은 반대로 통합반 아이들이 특수반으로 놀러 오는 '역통합'도 진행을 합니다.


이렇게 통합 시간을 갖다 보니 우리 아이도 특수반 내 친구들도 있지만 통합반에서 친한 친구들이 한 두 명씩 생기는 것이 보입니다. 물론 가끔 돌발 행동을 보여 친구들이 놀랠 때도 있지만 두 담임 선생님들이 개입해 주셔서 잘 설명 및 교정해 주시고 나에게도 상황을 전해주어 필요하면 집에서 더 훈련을 시킬 수 있습니다.



개별화 시스템으로 맞춤형 교육

특교자가 되면 '개별화 교육' 대상자가 됩니다. 즉, 아이의 발달 상태를 검사하고 학부모 상담 후 아이에게 맞는 개별 교육 프로그램을 해당 학기에 적용한 후 보고서까지 만들어 교육부에 제출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특교자면 모두 해당되고 설령 특교자가 일반학급으로 배치를 받아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입학 후 발달 검사를 위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와 교사가 상담을 진행하며 아이의 발달 상태와 교육 방향을 논의합니다. 상담 내용을 반영한 개별화 교육 계획서가 마련되며, 학부모의 확인 후 한 학기 동안 이를 기준으로 교육이 이루어집니다. 학기 말에는 교육 진행 상황과 아이의 발달 상태를 정리한 보고서를 학부모에게 공유하고, 검토 후 교육부에 제출합니다.


일단, 우리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선생님들과 교류하고 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짠다는 것 자체가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걸 매 학기마다 반복하기에 아이의 발달 상황도 계속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담 후 교육 계획서 및 교육 보고서를 선생님과 학부모가 동의를 하고 시간 내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담당 선생님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이고 실제로 이걸 일종의 무기(?)로 삼아 아이에게 더 필요한 환경을 위해 싸우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자폐 아이의 특성이 워낙 천차만별이라 특수반에 있는 것이 모든 아이에게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 역시도 1년 넘게 있다가 결국 옮겼으니까요. 물론 뭐가 특별히 나빠서 옮긴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교육 기관에 적응을 할 때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받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초반에 적응을 잘하도록 유도하고 한 살 한 살 커가면서 조금씩 성장하게 되니 특수반에서 먼저 시작하고 나중에 아이가 준비된다면 일반반으로 옮겨도 될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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