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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mine Jun 26. 2021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MGRV 경험 기획자 김동일 매니저, 질문에 질문하다 #3

오프라인 공간에서 운영되는 취향 기반의 커뮤니티가 유행하던 3년 전, 한 커뮤니티의 멤버로서 김동일 매니저를 처음 만났습니다. 커뮤니티 멤버십이 끝난 이후로도 각자의 일터에서 또는 개인 작업의 일환으로 실행하는 프로젝트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느슨한 연결이 이어졌는데요. 시간이 흘러, 코리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맹그로브’의 브랜드명이 여러 차례 눈에 들어오던 시기에 LG 유플러스에서 UX(User Experience) 매니저로 일해온 그가 MGRV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쌓여온 이야기들을 담아내고자 [질문에 질문하다]의 세 번째 인터뷰이로 섭외를 요청하면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던 어느 지점이 조금 더 단단한 매듭을 짓는 느낌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이번 인터뷰의 방향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MGRV 시니어 매니저로서 만나 뵈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 마디로 설명해주신다면요?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웃음) ‘경험 기획자’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설명하자면 저는 기획 분야 중에서도 일반적인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 경험 기획자 등 분야별로 시작하는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사람을 먼저 보느냐 돈을 먼저 보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은 굉장히 사람 중심, 고객 중심으로 시작하고 돈은 나중에 생각하거든요. 일단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와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냐에 대해서 고민하고 기획한 다음에 이게 사업적으로 가능한가? 서비스로 구현이 가능한가? 이 부분은 뒷순위로 두는 포지션이에요.


MGRV에서는 구성원들을 ‘임팩트 디벨로퍼’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일단 MGRV의 시작이 HGI라는 사회적 기업의 부동산 팀에서 시작되었다가 보니까 사회적으로 임팩트를 주는 거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데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요소가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공감대가 있어요. 그러니까 비즈니스가 성공해야만 사회적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HGI랑 MGRV가 갖는 첫 번째 공감대인 것 같고, 거기서 ‘부동산을 통해서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까?’라는 측면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결국엔 임팩트 디벨로퍼에서 ‘임팩트’는 사회적 기업을 뜻하고, ‘디벨로퍼’는 부동산 업을 뜻하는 거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부동산 비즈니스를 활용해보자’, 제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습니다.(웃음)

- MGRV를 맹그로브라고 불러도 되나요?

회사명은 MGRV이고, 서비스명이 맹그로브라고 보시면 돼요.



MGRV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코리빙(co-living) 사업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부동산 회사인데요. 코리빙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고, 그중에서 첫 번째로 2030 사회초년생들을 타겟으로 코리빙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그러면 지역이라든지 타겟은 확장될 여지가 있는 건가요?

네. 저희는 공간 기획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고 그중에 하나가 2030 타겟의 코리빙일 뿐이지, 이 서비스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앞으로에 대해서 기대가 많이 될 것 같아요.

사실 회사를 옮긴 큰 이유가 그런 점에 있었죠.


MGRV에 합류하시게 된 계기는요?

이전 회사를 6년 다녔는데 IT 회사에서 경험을 기획한다는 건 아웃풋이 디지털 중심이라서 사람 냄새가 덜 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워낙 기술 중심적이다 보니 2-3년 뒤에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2년 뒤에 이게 정말 잘 될까?’하고 확신이 없다거나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요. 고객의 피드백을 받기도 더 어려웠는데, 그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경험 기획을 하고 싶었고 그전부터 공간에 대한 욕심도 있었어요.

그리고 서비스 디자인을 계속 공부하고 있는 상태에서 회사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경험의 매끄러운 연결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공간을 만드는 회사로 이직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브리크 매거진의 인터뷰를 보고 MGRV를 알게 됐고 마침 제가 도전해볼 만한 포지션이 오픈된 것을 보고 바로 연락을 드렸죠.

- 그럼 공간에 대한 소구가 있었던 건데 꼭 소셜 임팩트 분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으셨어요?

그건 아니었어요. 원래 비즈니스에 더 관심이 많고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크거든요. 근데 여기서 말하는 지속 가능성은 사회적인 임팩트 측면이 아니라 브랜드 쪽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어요. 브랜드가 새로 생기면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보다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하려면 비즈니스가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관점에서도 MGRV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앞에서 설명해주신 걸 들어보니까 MGRV가 처음 런칭한 서비스가 맹그로브인 거잖아요? MZ세대들 사이에서 소유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면서 공유 문화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반영되었을까요?

일단 맹그로브가 2030을 타겟으로 그들의 문화에서 시작된 것보다는, 주거 문제의 해결이라는 관점으로 봤던 것 같아요. 부동산 업계가 워낙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고, 특히나 2030 세대들한테는 의식주 중에서도 집을 얻고 사는 것에 대한 문제가 큰데요. 서울 안에서도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가장 문제를 겪는 세대가 누굴 거냐?’라고 했을 때 2030으로 보고 ‘어떤 해결책을 줄 수 있을까?’라는 대안으로 코리빙을 기획한 거로. 그래서 조금 순서가 다른 것 같아요.

- 말씀하신 것처럼 의식주 중에서 ‘의'나 ‘식'은 어느 정도 일자리가 안정되면 해결이 가능한데 ‘주’는…(웃음)

지금 형태로는 서울에서 ‘주’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불가능해진 영역을 조금은 리즈너블(reasonable)하게 소비하거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코리빙에서 찾은 것 같아요.

코리빙을 비즈니스적인 측면, 부동산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면 ‘누구한테 먼저 팔 거냐’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데, ‘코리빙을 누가 더 잘 경험하고 지불할 수 있느냐?’ 하면 MZ세대일 거고요. 그러다 보니 ‘MZ세대가 많이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공간이 어디냐?’ 했을 때는 사실 강남이죠. 그런데 강남이나 연희동 쪽으로 가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높다 보니 월세가 150만 원 선까지 구축돼서 결론적으로 2030 세대한테 150만 원짜리 방을 팔게 돼요. 그건 결국 소수만을 위한 거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사회 문제에서 시작해서 2030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간들을 제공하기 위한 게 첫 번째 목적이기 때문에 강북에서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임대해서 ‘리즈너블한 가격으로 고객들한테 전달할 수 있겠다’를 먼저 사업적으로 검토한 거 같아요. 비용이 맞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고 있어요.



맹그로브의 입주 조건에 기간이나 연령 제한이 있을까요?

일단 연령제한은 없어요. 맹그로브의 투어를 진행하면서 코리빙에 대한 이해가 있으신 분들을 유도하고요. 그런데 대부분 40-50대 분들은 코리빙이라는 형태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거나 불편한 부분들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겟이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기간에 있어서는 지점별로 다르긴 하지만 1호점인 숭인점 같은 경우엔 최소 계약기간이 6개월이에요.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계약하는데 보통 2년으로 기준을 잡고 집주인분이랑 얘기를 잘해서 1년 또는 3년으로 만드는데 결국 2년 뒤에 집값이 오른다거나 하는 문제들이 있잖아요. 저희는 정가 기준으로 6개월부터 계약기간을 자유롭게 가져가는 부분이 소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지어 2호점으로 오픈 예정인 신설점 같은 경우에는 하루 단위로도 계약할 수 있어요. 물론 비용은 12개월 계약했을 때가 조금 더 저렴한데, 계약 기간에 대해선 제약을 두고 있지 않아서 대학생분들의 경우는 서울에 올라왔을 때 4개월만 지내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고, 유학생분들이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방학 기간인 2개월 동안 지낼 수 있을 만한 공간으로 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제가 어제 들은 얘긴데, 요즘 대학이 거의 온라인 강의가 많다 보니까 대학생들이 모텔을 잡아서 공부를 한다고 해서 놀랐거든요. 그 이유가 일주일 내내 학교에 상주하는 게 아니다 보니 월세 자체가 부담이라서 학교 오는 날을 하루 이틀로 몰아서 그때만 모텔을 잡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가의 모텔들이 리모델링을 하고… 그 얘길 듣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맹그로브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고 하니 재미있네요.

네, 그렇게 하면서 일주일만 살아도 되고 한 달만 살아도 되고... 계약기간을 굉장히 유연하게 가져가는 주거 모델이죠. 주거 시장의 문제 중 하나가 계약기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그 부분을 해결했다고 보고 있어요.  


공간이 주는 의미가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남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잖아요. 운영하시는 공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세요?

회사 차원에서 정해놓은 가치들이 있어요. 총 세 가지인데 첫째는 안정된 일상을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 둘째는 느슨한 연결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 셋째는 건강한 성장을 목표로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가 저희의 가치라고 볼 수 있어요.

- 개인적으로 동일님께서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저는 거기에서 안정된 일상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지를 고민해왔어요. 뒤에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비더클라우드’라는 모임을 시작한 이유가 느슨한 연결과 건강한 성장이었는데, 제가 처음 접한 브리크 매거진 인터뷰 안에 그 내용이 있거든요. 그걸 보고 나서 ‘이 사람들이랑 같이 일해보면 재밌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운영 중이신 맹그로브 1호점이나 앞으로 생길 2호점의 지역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로컬과 연결되는 부분도 있을 텐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지향하는 바는 어떤 점인가요?

최근 들어서 해외나 국내에 커뮤니티 호텔 같은 형태가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커뮤니티 호텔은 이용하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머물다 보니까 커뮤니티가 발생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로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장소에 모이게 하는 요소들이 생기는데 어떻게 보면 카페 같은 공간이 될 수 있는 거죠. 결국 단기로 숙박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있는 로컬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운데, 맹그로브는 중간 형태를 띠는 거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2개월, 4개월 거주하면서 로컬에 대한 경험도 충분히 생길 수 있고, 동네 사람들과 커뮤니티도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론 단기 모델에 대해서도 고민하지만 중장기 거주 모델들에 대해서 더 고민하고. 그런 관계들 속에서 커뮤니티가 더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말해주실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금 맹그로브의 정책이나 제도 안에서 지역 커뮤니티랑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나, 기획하고 있는 사례가 있을까요?

맹그로브 안에서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소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운영해요. 그것들을 다 내부 조직으로서 운영하는데 로컬의 맛집을 찾아다니고 공유한다거나, 같이 동네를 뛴다거나,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뛰는 플로깅 형태를 띤다거나 하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기획하고 진행할 예정이에요. 동네에 있어서도 좀 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이전에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코리빙 서비스들과 맹그로브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짚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자랑을 한번(웃음) 내가 이렇게 좋은 경험을 만들었다!

아직 2호점을 오픈하지 않았으니까 저는 만들고 있는 중이고요. 그에 앞서 제가 입사하고서 1호점을 처음 갔을 때 느낀 건 고객들의 집에서 발생하는 행동들을 넛지(nudge)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예로 들면 1호점에는 24가구가 살고 있는데 모두 다 같은 현관을 통해서 지나가요. 현관 옆에는 거실을 둬서 항상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거나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있고요. 키친이 오픈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머무르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같이 요리를 한다거나 혼자 먹더라도 분리해서 먹을 수 있는 공간들이 있고, 여러 면에서 배려된 점을 느낄 수 있어요.



정확한 통계나 수치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거주하는 분들의 직업군 등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요?

저희의 타겟 자체가 '사회초년생'인데 사회초년생 중에서도 첫 독립을 하시는 분들을 잘 지원해드리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생 분들이 많으시고, 또는 첫 직장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직군은 다양한데 세대로는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숭인점 24가구 중에 70% 이상이 첫 독립이세요.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맹그로브가 보증금이 저렴하고, 월세는 어느 정도 일을 해서 낼 수 있는 수준이다 보니 부모님의 손을 크게 벌리지 않고 독립함에 있어서 부담이 덜하고요. 가구나 집기들이 다 비치되어 있다 보니 추가적인 부담들이 덜해서 많이 찾으세요. 저희도 그런 분들이 많이 오셔서 짧은 기간이라도 혼자 사는 연습을 해보신 뒤에 나가시길 기대하고 있죠.


코리빙이나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초반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분야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가 점차 생겨나는 추세인데, 익숙하지 않은 운영면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발생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MGRV에서 CX그룹 인원의 70%가 커뮤니티 매니저로 구성되어 있어요. 맹그로브가 갖고 있는 가치 중에 하나가 소프웨어적이나 휴먼웨어적인 측면의 가치를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거기에 대한 인력 투자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요.


MGRV 홈페이지의 저널 페이지에 거기 거주하시는 분들이나 직원분들을 인터뷰한 콘텐츠를 보면서 재밌었던 게 회사일이든 개인 작업이든 하러 1층 카페에 가면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사람들이 앉아 있다, 그런 얘기를 보면서 상상한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설명해주시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더 흥미롭네요.

숭인점 같은 경우가 딱 코워킹 스페이스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 카페가 같이 있어서 그것들을 잘 이용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설점은 1층 카페가 로비의 역할을 하고 있고, 코워킹 공간은 분리되어 있긴 한데 오히려 신설점은 운영시간을 앞당기고 있어요.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에 살면서는 건물이 깨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거든요. 왜냐면 아침에 일찍 출근할 때는 조명이 꺼져 있는 경우도 있고 좀 삭막한 느낌들이 있는데요. 신설점은 1층에 카페를 두고 오픈 시간을 일찍 당겨서 출근할 때 커피 향도 맡고, 머신 돌아가는 소리도 듣고,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현관 출입문까지 나갈 수 있는 경험들을 만들고 있어요.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커리어 전환을 이루면서 본인에게 가장 다가온 키워드는 무엇이었나요?

제 스스로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었어요. ‘어떤 새로운 경험들을 더 만들 수 있을까?’가 3년 차 때부터 계속된 고민이었는데 IT 업계에서 이직하는 건 가봐야 똑같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계속 이직을 미루고 있었고요. 근데 공간을 만드는 회사들 중에서는 IT에 친화적인 회사들이 거의 없어요. 왜냐면 건설사들이 거의 대부분 외주 에이전시를 쓰는 형태지 내부적으로 경험을 만들어내는 조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곳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죠.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대기업에서 소셜 임팩트 분야로 커리어 전환을 하셨는데, 이직을 준비하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고민되었던 지점이 있었다면요?

사실 전혀 없었어요.


보통 대기업은 안정적이고 복지가 좋은데 아마 스타트업이나 소셜 임팩트 쪽으로 가면 워라벨이 깨지거나 불안정할 거라는 편견을 갖고 이직을 두려워하잖아요. 혹시 그런 이유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일단 대기업이 안정적이지 않고(웃음)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라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20년, 30년 다니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한테는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구체적으로 (이직 과정의) 시간을 따지면 MGRV 포지션이 오픈된 날에 바로 포트폴리오를 보내서 다다음날 첫 인터뷰를 보고 그다음 주에 대표님 인터뷰를 봤는데, 포지션이 오픈되고 제 입사가 결정되기까지 열흘이 안 걸렸어요.

- 준비된 인재였네요.(웃음)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거죠.


일하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겪게 된 변화도 있으신가요?

작은 부분에서는 책상과 모니터 크기가 작아졌고(웃음) 그런 부분들은 있지만 제가 일하는 데 있어서 습관적으로 달라진 것들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이전 회사가 주 40시간을 명확하게 지키면서도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회사였어요. 예를 들어 7시에 출근하면 4시에 퇴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해서 저녁에는 개인 생활을 갖는 삶이었고요. 그런 패턴을 여기서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출근은 계속 일찍 하고 있어요.


지금 맡고 계신 실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소속된 팀은 ‘이노베이션’이라는 팀이고 제가 오면서 만들어진 팀이에요. 상위 그룹으로 CX(Customer Experience)라고 고객 경험을 만드는 역할이 되어 있고, 그 안에 전략을 짜는 부분, 실제 운영을 하는 부분, 세일즈를 하는 부분, 그리고 제가 이노베이션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IT적인 측면들, 홈페이지나 내부에서 부동산을 관리하는 툴이랑 입주민들이 사용하는 앱을 만들어가고 있고 그것과 더불어서 고객 경험 측면에서의 기획에 모두 참여하고 있어요.



그러면 이전에 UX 매니저로서 쌓아온 경험이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은 어떤 게 있나요?

IT 관련된 부분들이 기본적으로 이전 회사에서 하던 일들이기 때문에 저한테 부담이 적은 일이긴 해요. 이전에는 기술 수준이 갖춰진 상태에서 더 나은 걸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웠다면, 여기는 기본을 만드는 과정 중에서 겪는 어려움들이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전 회사에서도 IT 관련된 것만 아니라 공간 UX나 컨설팅 등을 해왔는데 그런 분야의 비중이 늘어나서 여기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설된 1 인팀으로 일하는 건 어떠세요? 제가 리드하고 있는 임팩트 콘텐츠팀도 신생팀으로 비슷한 상황이라서, 어떠신지 궁금해요.(웃음)

신설팀이고, 1 인팀이고의 부담은 없는데 팀 이름에 대한 부담은 있어요.(웃음) 저를 뽑는 과정에서 팀 이름을 이노베이션으로 바꾸셔서 제가 좀 더 넓은 영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것도 있고, 그만큼 기대하는 바가 더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부담이 좀 있죠.

- 그러네요, 뭔가 야망이 느껴지는 이름이에요.

네, 여기서 무엇을 더 혁신할 것인가? (웃음)


일에서 추구하는 방향 또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좋은 경험을 만들어가는 일을 계속하고 싶고, 누군가가 겪지 못한 ‘좋음’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왜냐면 저는 '좋다, 나쁘다'는 경험하기 전까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해지거나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 나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더 좋은 경험들을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 본인의 삶에서는 어떤 점을 추구하고 지향하시나요?

그게 저한테는 '재미'가 큰 것 같아요.

- 일에서 느끼는 재미?

네. 그거에 대한 재미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고요.

- 본인이 일하면서 ‘나는 이런 거에 재미를 느끼는 거 같아’ 하는 포인트를 알고 계신가요?

음… '이게 좋은 경험인가?' 그런 고민이 드는 지점을 생각해내고, 같이 일하는 동료나 고객분들께 전달했을 때 많은 공감을 받았을 때 보람이나 재미를 느껴요.


관련해서 이전의 인터뷰이가 던진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내가 삶에서, 내 직업에 있어서 죽어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신념이 있다면요?”

일과 관련된 것과 별개로 ‘자기다움’인 것 같아요. 자기다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분이든 또는 고객이든 물론 그들의 기준이나 받아들이는 정도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전달할까?’, ‘전달하는 내용이 나다운가?’라는 고민들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당연히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더라도 그게 전부인 냥 그대로 행동하는 거에 대해서는 매우 지양하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일하다 보면, 특히 대기업 같이 큰 조직에 속해 있을 땐 자기다움을 잃어버리기 쉽잖아요.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그것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회사 안에서는 무모한 걸 수 있지만 자기 의견 피력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어떤 직급에 관계없이. 그런데 대부분 대기업 문화에서 그런 것들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제가 전에 속해있던 조직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자유로웠고, 저도 의견 피력을 많이 하고 설득도 많이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겠구나 깨달았던 것 같아요.



‘비더클라우드’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신데,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계기와 어떤 커뮤니티인지 소개해주세요.

‘비더클라우드’를 시작한 건 2013년 12월에 시작해서 지금 8년 차로 하고 있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스스로가 느슨한 연결과 건강한 성장에 있어서 니즈가 있었어요. 그리고 대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때 제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분들까지 다섯 명이서 처음 그 모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서로 다른 분야에 있지만 넓은 분야들을 이해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자기다움, 이런 부분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가자’는 취지로 모이기 시작했어요.

- 저도 한번 비공식 모임에 참여한 적 있었는데 <기생충>을 보고 카페에 가서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재밌었어요.

최근에는 그런 모임들이 굉장히 많아졌죠. 3-4년 전부터 활발하게 만들어졌는데 ‘비더클라우드’를 시작했던 8년 전에는 없었어요. 그래서 시작했던 것 같고, 그 안에 모인 인원들과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전시도 같이 보고 이야기하면서 각자의 관점을 공유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요즘에는 대면 모임이 어려운 시기인데 어떻게 연결이 되고 있어요?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처음엔 구글밋, 줌 같은 걸로 온라인 모임을 했었는데 사실 대면하는 것만큼 교감이 발생하진 않더라고요. 특히나 일이 아니라 감성적인 교감을 만드는 대화들이라 그게 어려워서 했다 안 했다 하는 텀이 좀 있었고, 최근에 코로나가 조금 완화되고 나서는 같이 전시를 보는 형태로 유도하고 있어요. 전시 공간들은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는 편이다 보니 그 안에서 같은 콘텐츠를 경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작작’이라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잖아요. 그것도 비더클라우드에서 파생된 건가요?

네. 비더클라우드 안의 작은 모임들 중에 ‘작작’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는 거예요.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들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 ‘작작’은 어떤 의미인가요?

되게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한글로 ‘작작해라’가 이런 표현처럼 “적당히 해라”하는 뜻도 가지고 있고, 꽃이 핀 모양이나, 산뜻하고 깨끗한 모양들도 다 작작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노션으로 아카이빙을 하고 있고 2018년도부터 하고 있어요.

- 지금 꼽아주신 사진은 주제가 뭐였어요?  

'새벽'이었어요. 어떻게 표현할까 하다가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을 법한 주제를 선택해서 첫 차 시간에 맞춰 나가서 첫 차를 찍었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사진집도 따로 만드신 경험이 있잖아요. 콕 집어 사진이라든지 본인의 일상에서 환기를 시켜주는 활동은 뭐가 있을까요?

일단 처음에는 사진에 찍히기 싫어서 시작했고요.

- 저랑 비슷하시네요.(웃음)

그 시점이 중학교 때였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 첫 디지털카메라를 사서 그때부터 계속 사진을 찍고 있고 또 하나의 의미는 제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니즈도 있었는데 손으로는 그림을 잘 못 그리겠는 거예요. 그래서 저에게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도구 중에 하나였어요. 그리고 지금의 의미는 사진으로 돈을 벌기도 하니까…

- 자아실현인가요?

자아실현은 회사일이 더 가깝기는 해요. 경험을 만드는 것. 저는 이게 제가 회사를 안 다녀도 했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돈을 받고 인정을 받으면서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사진은 일 외에 제 생각이나 감성들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이걸 통해서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요.

 

일명 ‘사이드 프로젝트’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는 시기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점이 있다면요?

이 질문은 (전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같이 하는 친구들도 이걸 사이드라고 생각하지 않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면 자기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고… 회사에서는 자기다움을 조금 내려놓고 돈을 받는 조건으로 일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대부분 이 프로젝트를 같이 했던 친구들은 회사에서 무언가 자아실현하기를 기대하기보다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자기가 성장하거나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다들 사이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큰 것 같아요. 

- 제가 이 질문을 정할 때는 마케터로서의 자아가 작동한 건데요, 사실 저도 답변 주신 내용에 공감해요. 물리적으로 시간을 많이 들이는 일이라고 해서 본업이고 그렇지 못하면 사이드고, 혹은 수입의 비중이 많거나 적거나... 그런 식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고 봐요.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불리는 모임들을 비더클라우드 안에서 많이 하면서 회사에서 못했던 것, 자기다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해소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온전히 자기를 표현하거나 하고 싶었던 것들을 같이 하는 분들에게 설득하고 실제로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나 돈이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아요.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해나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자기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 제 경우엔 자아실현의 욕구는 오히려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인의 일을 할 때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그 의지가 크면 클수록 회사 외 프로젝트들을 참여하거나 같이 하는 데 있어서 더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요.



현재 하고 있는 활동 외에도 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세요?

공간을 만드는 걸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어요. MGRV에 들어온 것도 나중에 제 공간을 만들거나 비더클라우드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 때,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연습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그러면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으세요?

지금은 꼭 어떠한 형태여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지금 같이 (고민)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최종적으로는 죽기 전에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카데믹한 학교라기보다는 한국에서는 대안학교와 같은 것들로 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독일의 바우하우스와 같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연령에 관계없이 전파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게 제 목표이고. 그 안에서 가능하다면 게스트하우스나 기숙사처럼 숙박 형태도 가능할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대부분을 MGRV에서 같이 만들고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다음 인터뷰이에게는 어떤 질문을 던져 보고 싶으세요?

자기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MGRV 일원들이 일하고 있는 헤이그라운드의 라운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성수동의 전경 너머로 MGRV가 만들어갈 풍경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김동일 매니저는 늘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기획자의 관점으로서도 ‘좋은 경험’을 고민해온 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그 안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캐치할 수 있었는데요.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가 지나온 행보에서 쌓을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치가 담겨있었기 때문일 거라 짐작해봅니다.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시도로써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전해주리라는 기대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지으며, 독자 여러분께 다음의 질문을 전해드립니다.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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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 김동일 @kimdongil​​ @by.kimdongil

인터뷰어 자스민 @domo​​

사진 김규형 @keembalance

기획 도모 임팩트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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