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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mine Mar 03. 2022

S#.4 열흘만의 외출 (위드 코로나)

코로나를 앓고 나니 봄이 문턱 앞에 와 있네

간밤의 꿈이 남긴 여운에 뒤척이다 눈을 뜨니 창 너머로 투명하게 푸른 하늘이 보였어요. 머리맡의 휴대폰 화면을 톡 하고 건드리자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입니다. 망설임 없이 눈을 감았다가 회사 동료에게 얘기할 거리가 생각나는 바람에 눈에 힘을 주고 메신저를 켭니다. 이런, 전송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알람이 울리네요.


오늘은 약 2주 만에 회사에 출근하는 날입니다. 열흘 만에 동네를 벗어나는 날이기도 하고요. 코로나 증상으로 침대에서 앓는 동안 한 주가 지났을 뿐인데 어느새 문턱에는 봄이 와있습니다. 겨우내 아무렇게나 걸치고 다니던 패딩 대신 체크무늬 코트를 걸치고 집을 나섭니다.


강변북로에 들어서기도 전에 마음이 초조해지는 건 한강을 지나기 전에 머릿속에 맴도는 멜로디를 귀로 들어야 직성이 풀려서 그렇습니다. 유튜브 뮤직을 켜고 검치단 플레이리스트를 찾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어디 있더라? 초여름인가? 4월의 봄인가? 노을 지는 퇴근길인가? 익숙한 플레이리스트들을 둘러보다가 눈길이 가는 앨범 커버 이미지를 발견합니다. 빨간색도 아닌 것이 핫핑크도 아닌 것이, 꼭 친한 동료가 손에 쥐어준 딸기에 맺혀있던 물방울 같은 색깔입니다.


금세 익숙한 전주가 귓가에 흐르고, 마음이 일렁입니다. 어쩌면 애타게 찾아헤맨 멜로디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건 더 이상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언젠가 즐겨 듣던 노래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으로 성큼 데려다주었으니까요.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잊고 싶지 않은 기분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한여름의 제주 해안 도로를 달리는 중입니다. 차창 밖으로는 시리게 푸른 바다가 반짝이고 그 곁에는 애정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다가, 늘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검정치마단을 자랑하기도 하고요.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아, 혹시 어떤 노래였을지 궁금하실까봐.

제가 들었던 음악은 검치단 플레이리스트 [당신을 위한 위로]에 수록된

Troye Sivan -Strawberries & Cigarettes 입니다.




지난해, 클럽하우스가 성행하던 때에 우연히 알게 된 '검정치마단'(검치단) 방송을 들으면서 여러 계절을 보냈습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누군가가 추천해준 노래를 들으면서 설레고 내가 추천한 노래를 나만큼이나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참 많이도 행복했습니다. 평소에 '행복하다'는 말을 쉬이 입밖으로 내지 않는 저이지만 여기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꼭 적절할 것 같아요.

이처럼 작고 소중한 마음을 담아 보낸 편지가 검치단의 재형님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 글의 제목과 부제도 재형님이 붙여주신 것이고요 :)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우리가 같은 취향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르고 쓰는' 재형님의 검치단 레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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