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캠퍼스 헤드 티처 이정백, 질문에 질문하다 #5
혜화역 2번 출구 앞, 대학로의 역사를 함께 해온 '공공일호'건물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거꾸로캠퍼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점심시간을 지난 평일 오후에 거꾸로캠퍼스에 들어섰을 때, 4월의 나른한 햇살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졌는데요. 전면 유리로 이뤄진 교실 공간마다 학생들의 활기가 가득 넘쳐 흘러 순식간에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시 서서 색다른 분위기에 적응하며 인터뷰이를 기다리는 동안에 그가 이야기하는 교육의 가치는 어떤 모양과 색깔을 지녔을지 궁금증과 기대가 차올랐습니다.
* 인터뷰어: 도모 자스민(제스) / 인터뷰이: 거꾸로캠퍼스 이정백(쩜백)
제스: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려요.
쩜백: 거꾸로캠퍼스에서 헤드 티처 직책을 맡고 있는 이정백 이라고 하고요. 저희는 별명을 다 쓰고 있는데, ‘쩜백’이라고 합니다.
제스: 직급이나 호칭을 제외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볼 수 있을까요?
쩜백: 비슷한 일을 하고 계신 분들과 얘기해보면 ‘하고 있는 일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가 되게 어렵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과 얘기할 때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시거든요? 저도 한 마디로는 어렵지만… 조금 거창하게 설명하자면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간다’. 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될까라는 데에서 하나의 상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걸 제대로 만들어서 확산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제스: 거꾸로캠퍼스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겠어요?
쩜백: 거꾸로캠퍼스는 21세기 핵심 역량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학교예요. 전 세계적으로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냐고 이야기할 때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서 역량 중심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역량 교육이 실현되었다는 곳을 찾기가 어렵거든요. 물론 사례를 많이 볼 수는 있지만, 그래서 역량 교육이라는 게 뭔데? 하고 물어보면 정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보통 그 핵심 역량이라고 하면 협업 능력, 소통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등인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하는 것과 두 번째는 학생 주도성이라고 하는 건데요. 두 가지를 중심에 놓고 교육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이 프로젝트 학습이자, 그걸 가능하게 하는 교사들의 코칭과 학교 안에서의 배움을 넘어서 내외부 네트워크를 연결해서 역량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을 디자인하는 곳이 바로 여기, 거꾸로캠퍼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스: 그러면 지금 맡고 계신 헤드 티처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쩜백: 제가 하는 역할은 거꾸로캠퍼스의 운영 방향성을 결정하고, 그 방향성이 실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씀드리면, 리더십인데요. 이제 막 리더가 되어서, 그 역할을 찾아나가고 있는 새내기 리더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은 기간이지만 리더로서 중요한 역할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최대한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끊임없이 대화 나누는 사람이라고 저 스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스: 학교의 규모가 궁금한데요, 연간 재학생 수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쩜백: 평균적으로 재학생 수가 80명 정도 됩니다. 대안학교 중에선 학생 수가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합니다.
제스: 거꾸로캠퍼스에는 기본교육과정이 있고 선택교육과정이 있는데, 지금 하는 활동들은 선택교육과정인가요?
쩜백: 크게 보면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오전은 기본교육과정과 선택교육과정으로 이뤄져요. 기본교육과정은 혜화랩이라는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혜화랩에서는 한 모듈마다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중 하나를 주제로 선정해서 그 주제를 중심으로 융합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주제와 관련된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준하는 수준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역사 같은 교과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그 교과 수업내용을 융합해서 자신들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한 학생의 여정으로 보면 신입생이 일년 동안 혜화랩 과정을 밟고, 그 이후에는 선택교육과정 중에 알파랩이라는 게 있거든요? 알파랩은 문제해결의 실질적인 스킬을 기를 수 있는 곳으로, 디자인이나 메이킹, 코딩, 데이터 사이언스 같은 것들을 공부하고, 선택형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기본과 선택, 그 둘에 섞이지 않는 별도의 프로젝트가 있어요. 개인주제 프로젝트, 팀 프로젝트 같은 프로젝트들이 이루어지는데, 저희가 가장 핵심으로 놓고 있는 건 팀으로 진행하는 문제정의 프로젝트입니다. 학생들이 진짜 세상 속에 있는 문제를 스스로 찾아서 그 문제를 정의 내리고 해결책을 찾아 내놓고 실제 세상에 적용해보고 효과성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신입생들은 처음 들어오면 부트캠프처럼 빠르게 그 과정을 겪어보고 그 다음에는 같이 문제를 찾거나 찾은 문제를 정의하는 친구들도 있고, 문제해결 과정까지 가는 학생들까지 있어요. 문제해결 단계는 또 별도의 교육과정으로 거의 스타트업이나 창업 팀처럼 하루 종일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해요.
제스: 연간으로 보면 보통 3월에 새학기가 시작되잖아요? 거꾸로캠퍼스에서도 3월에 한 학기가 시작되고, 지금이 3월 말이니까 이제 막 아이디어들이 도출되는 단계일까요?
쩜백: 거꾸로캠퍼스에서는 한 학기를 둘로 쪼갰어요. 총 4개의 모듈로 이뤄지는데 지금은 1모듈 중이고요. 1모듈에서 시작되는 팀들이 있고, 이미 전부터 유지되어 왔던 팀들도 있기 때문에 팀마다 상황은 조금씩 달라요.
제스: 기본적으로 등하교 시간이나 수업 시간은 일반 학교와 비슷하게 운영하시나요?
쩜백: 네. 9시에 시작해서 5시에 끝나고요. 일반 학교에서는 5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으로 50분씩 다른 수업이 이뤄지잖아요? 저희는 수업 시간에 종을 안 치고, 오전에 이뤄지는 교과수업으로 한 과목을 쭉 해요. 3시간 정도를 블록으로 수업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선생님들 나름대로 조정해서 쓰시죠.
제스: 그럼 지금(오후 시간)은 학생들이 팀 단위로 모여서 활동하고 있는 중이군요?
쩜백: 그렇죠. 어떤 학생들은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요. 오전에는 수업, 오후에는 프로젝트로 나눠져 있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그 안에는 굉장히 복잡한 단계나 선택들이 들어가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제스: 왠지 학생들이 등하교 할 때 의무적으로 학교에 가는 느낌이 아니라 보다 주체성을 가지고 ‘오늘은 이 프로젝트를 하러 간다’는 기분으로 올 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쩜백: 맞아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온라인 교육을 한다고 하면 대개 반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예요.(웃음) 일단 주도적으로 설정한 뭔가를 하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몰입해있는 학생들이 되게 많고, 학교를 올 때 그런 느낌을 갖고 오는 것 같아요.
제스: 대학교 동아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면 좀 더 심도 있게 대화를 나누게 될 텐데, 그전에 먼저 학교를 조금 둘러볼까요?
쩜백: 그러시죠.
쩜백: 저희가 예전에는 이 건물 3층의 2/3만 쓰다가 학생들이 많아져서 4층 전체를 쓰고, 또 많아져서 5층 일부까지 확장을 해왔어요. 주로 이런 분위기입니다. 일반 학교에서 두 시반 정도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죠?
제스: 네, 보통은 이제 춘곤증이 몰려오는 시간인데…(웃음) 거꾸로캠퍼스에 선생님의 개인 공간도 있으세요? 아니면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교무실 같은 공간도 있나요?
쩜백: 여기(인터뷰 중인 회의실)가 약간 그런 곳이고요. 사실은 공간적인 한계도 있지만 저희만의 이유가 있어서 선생님들만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지는 않았어요. 여기가 일과 시간 중에는 선생님들이 사용하고, 일과 시간이 끝나면 개방해서 학생들이 와서 회의를 한다든가 하는 용도로 쓰거든요? 그래서 개인 공간은 없다고 보시면 돼요. 또 수업을 할 때도, 일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다른 수업 중에 들어가지 않잖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거의 안 들어가는데, 저희는 다 오픈해 놓고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하시는데 뒤에 앉아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오후에는 보시는 것처럼 프로젝트 코칭을 하기 때문에 항상 학생들이랑 같이 앉아서 얘기를 하거나 돌아다니거나 하고 있어요. 한번 돌아보니까 어떠세요?
제스: 활기찬 분위기가 새로워서 너무 좋아요. 제 경우엔 고등학생 때나 대학생 때 열심히 학교생활하고 나름 재미있긴 했는데, 어른이 돼서 드는 생각은 기본적인 교육 시스템 자체가 학생들이 진짜로 자아 찾기를 해야 되는 시기를 필연적으로 늦추게 만든다는 거거든요? 그나마 저는 대학 때 예체능을 전공했기 때문에 실습을 많이 하면서 찾아갈 수 있었는데, 보통은 대학생들조차 맹목적으로 취업을 목표로 매달리다 보면… 심지어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자아를 못 찾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개인의 성향이나 성격을 형성하는 시기도 20대 이후라고 보는데, (이런 시스템에서는) 그런 시기들을 앞당겨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쩜백: 맞아요. 그 말씀 들으니까 생각나는데, 학생 한 명이 거꾸로캠퍼스에 대해서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청소년 시기는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아갈 거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등등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시기인데, 일반 학교에서는 오로지 대학, 수능이라는 목표로 정말 고민해야 하는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이 굉장히 크다고요. 그래서 그 시기에 거꾸로캠퍼스라는 곳을 만나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해준 게 여기서 얻은 가장 큰 거라고 얘기하더라고요.
내가 어떤 일을 할 거고 또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이런 것들이 결국엔 가치의 문제잖아요. 그러니까 평상시에 그런 가치를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단순히 ‘난 이런 게 좋다고 생각해’라는 걸 떠나서 진짜로 발로 뛰고 손을 움직여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다른 경험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거꾸로캠퍼스를 소개할 때나 왜 있어야 되느냐라는 이야기를 할 때, 그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 같아요.
제스: 교과 과정으로 구분해서 문제정의와 문제해결 파트라고 한다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라든지 성향을 파악하는 것, 그걸 가지고 솔루션이라든지 해결능력을 찾는 것으로 앞에 형성된 자아가 성취감이라든지 하는 부분들까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거꾸로캠퍼스에서 추구하는 바가 어떻게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지 좀 그려지는 거 같아요.
쩜백: 방금 말씀하신 대로 앞단에서는 학생들이 입학하고 나서 개인 주제 프로젝트라는 걸 하게 되거든요. 그 시간이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진짜로 좋아하는 건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완전히 개인의 관심사에서 시작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니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이고, 그것이 또 문제정의나 문제해결 프로젝트로 이어지면서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내 관심사가 여기에 어떻게 연결되면 좋을지를 계속 생각해 내는 거예요.
제스: 거꾸로캠퍼스는 비인가형 실험학교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에 교사의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 여긴다고 하더라고요. 거꾸로캠퍼스에 오시기 전에 하신 교직 생활이나 혹은 교직에서 활동한 것은 아니더라도 연관된 경험이나 커리어가 궁금해요.
쩜백: 교직에 있었고요. 10년 정도를 일반 고등학교에 있었는데, 그 학교에 있을 땐 저도 평범한 교사였죠.
100%는 아닐 수도 있지만, 흔히 교사들에게는 약간의 사이클이 있거든요. 처음에 들어가면 일단 젊고, 그래서 학생들과 굉장히 친밀하고 수업에서 뭘 해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시기가 있어요. 신규 교사들의 열정이 넘치는 시기이죠... 그 시간이 3~4년 정도 지나면 점점 수업에 대해서 두려움이 생기는 때가 오는 거예요. 내가 아는 것들이 어느 정도 머릿속에 자리 잡혀가고 그게 반복적으로 이뤄지다 보면 발전이 더뎌지는 때가 오는데, 그러면 이제 방법적인 고민을 하게 돼요. 콘텐츠에 대한 건 어느 정도 매니징이 되는데 ‘내가 지금 하는 게 맞나?’ 하고… 쉽게 얘기하면 학생들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수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대화가 안 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나 혼자 얘기하고, 학생들은 자고, 그러면서 얘네들은 왜 이러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는 때가 오더라고요. 너무 힘든 거예요, 그때가.
이걸 극복하는 방법이 선생님들마다 다른데, 사실 부끄럽지만 가장 쉬운 것이 학생들 탓하기거든요. ‘학생들이 문제가 있어서 내 수업을 잘 안 들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어떤 선생님들은 나의 수업을 어떻게 바꿔야 될까를 고민해요. 저도 처음엔 학생 탓을 하다가,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교사니까, 교실에서 수업을 되게 많이 하잖아요. 삶에서 대부분이 수업 시간인데, 내가 학생들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지 못한데 나랑 같이 하는 저 학생들은 또 얼마나 행복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 학생들은 이런 시간이 하루 종일, 매일 매일 반복되는 거고요. 이게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수업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때부터 이건 아니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뭔가를 찾아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때 ‘거꾸로 교실’이라는 수업 방법을 만나게 됐고요.
거꾸로 교실은 수업에서 강의를 빼고 그 시간에 학생들이 활동을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였어요.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하는 강의는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미리 제공하거나 수업 시작 전에 보게 해요. 학생들은 그 강의 영상을 보고 수업 시간에는 활동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형태로 바꿔보는 건데, 그걸 만나고 나서 이 정도면 해 볼만 하겠는데?라고 생각해서 바로 실천했고요. 그게 업그레이드 되면서 실제로 그 수업을 하시는 분들의 네트워크에 참여해서 거꾸로교실 캠프라는 형태의 연수를 많이 운영했었어요. 그리고 2017-18년 정도에 사회 교과 중에 ‘통합사회’라는 새로운 과목이 등장했거든요. 과목이 새롭게 등장하면 그 과목에 대한 연수를 선생님들께 해드려야 해요. 제가 거꾸로교실 연수를 많이 하다 보니까 연결이 되어서,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연수의 연수팀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 때 전국의 사회 선생님들을 만나서 연수를 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요. 그런 일들이 있었네요.
제스: 말씀하신 경험들이 거꾸로캠퍼스에 오신 계기가 되었겠네요.
쩜백: 네. 제가 거꾸로캠퍼스라는 곳을 오게 된 건, 교육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바뀔 수 있는 구조인가 라는 고민에서였어요. 제가 하는 수업은 바꿀 수 있지만 학생들은 그 사회 수업만 경험하는 게 아니잖아요? 학교라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만나는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다 바꿀 순 없고, 선생님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도 되게 어려운 거잖아요? 여기에 모인 선생님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단순히 나의 수업을 하나 바꾼다고 해서 진짜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 그거 자체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순 있지만, 더 큰 변화를 만들려면 학교 자체가 변화해야 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아요.
사실 거꾸로캠퍼스가 2017년에 만들어질 때도 제안이 왔었는데 처음에는 거절했었어요. 그때는 제가 원래 있던 학교를 변화시켜봐야 하겠다는… 헛된 꿈을 꾸고 있었어요.(웃음) 물론 여기 오는 게 도전이기도 했고요. 딱 일 년 지나고 나서 다시 연락이 왔을 때, 그때는 제가 있는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다시 합류했어요.
교육의 변화라고 하는 게 굉장히 다양한 측면에서 압력과 바람 같은 게 일어나는데, 실제로 변화되어야 하는 대상인 교사를 바꾸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교사 한 명, 한 명이 바뀌면 분명히 교육이 바뀔 거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시스템이라는 게 너무나 공고하게 잡혀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를 고민해보지 않으면 진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다 하고… 물론 학교는 사회라는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에 전체 사회 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변하지 않고서는 학교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내기가 어렵겠지만, 그래도 학교를 한번 바꿔보면 거기서 좀 더 많은 걸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은 보시다시피 기존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교육을 하고 있고 이 일이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물론 조금씩 인정은 받고 있지만.
제스: 거꾸로캠퍼스를 보면서 ‘교육의 변화가 모든 변화의 시작’이라는 모토를 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했었거든요. 방금 얘기를 토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럼 이제 그런 고민을 안고 헤드 티처가 되셨는데, 거기서 고민되는 지점도 있으실 것 같아요.
쩜백: 사실 모든 선택의 순간이 항상 고민의 연속이에요. (학교를 운영하면서) 눈 앞에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어서, 방향성과 관련된 더 큰 고민을 뒷전에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실제로 발생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아차 이걸 놓치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만큼 방향성에 대한 것을 항상 고민하고 있는 건 맞아요. 물론 저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니고 선생님들과 함께 결정하는 거지만 어쨌든 제가 중심을 잡아야 되니까, 어떤 식으로 중심을 잡아야 될까. 내가 하는 어떤 선택이 학생들의 주도성이나 협력적 문제해결이나 실제로 우리가 길러내고자 하는 그 능력들을 길러낼 수 있는 방향일까?
왜냐면 교육과정이라는 명시적인 과정도 중요하지만 거꾸로캠퍼스 안에 들어있는 문화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지금 이렇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문화가 잘 작동해서에요. 왜냐면 시스템은 좋은 걸 갖다가 베낄 수도 있지만, 문화라는 건 토대부터 차곡차곡 쌓아놓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거잖아요. 그래서 시스템은 저희 안에서 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적으로도 생각하고 더 좋게 만들어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이 가장 큰 고민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시스템과 문화를 학생들의 주도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만들 것인가. 또 그 두 개가 맞물려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어려워요…
제스: 그러실 것 같아요.(웃음)
쩜백: 저희 자체가 레퍼런스가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하는 하나하나의 선택들이 학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하는 게 항상 고민이죠.
제스: 선생님은 이 안에서는 ‘쩜백’이고, 밖에서는 어떻게 불리세요?
쩜백: 이정백 선생님이라고 하고요, 교장이 되고 난 다음에 만나는 분들은 교장선생님이라고 하는데 아직 많이 어색해요.
제스: 학생분들도 별명을 사용하시는 거잖아요. 그러면 일반적으로 교사와 학생들 간에 소통할 때는 별명을 부르면서 존칭을 사용하는 걸까요? 어떤 식으로 소통하시는지?
쩜백: (부를 때) 뒤에다가 ‘님’ 자나 ‘쌤’을 안 붙이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형, 누나, 언니, 오빠 이런 호칭을 안 붙이고요. 무조건 별명으로만 부르고 있어요. 학생들하고 코칭 쌤들 사이에서도 위계 같은 것을 없애려고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가지는 권위가 있잖아요? 그 권위를 좀 내려놓고 ‘선생님들도 틀릴 수 있다’ 하는 부분이 있고, 같이 성장해나가는 거지 일방적으로 누가 누구를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
또 더 중요한 건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후배 문화라든가 언니, 오빠, 이런 나이에 따른 문화들을 없애려고 노력했던 부분들이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문화가 가진 큰 부분 중의 하나가 나이에 따라서 줄 세우는 거잖아요. 그래서 보면 (여기에선) 중3 학생하고 고3 학생이 같이 학습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누가 중3이고 누가 고3인지 구분이 잘 안 될 때가 있어요. 왜냐면 어떤 배움이나 역량에 있어서 나이에 따라서 성장하는 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나이에 따라서 발달 단계가 있어서 성장하지만, 지금은 또 배움에 나이라는 게 거의 의미가 없는 시기라서 어느 때 보면 초등학생들이 훨씬 더 다양한 지식들을 갖고 있는 때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봤을 때 위계에서 오는 서로 간의 소통 단절이나, 또는 내가 이런 얘길 해도 될까? 저 사람과 이런 얘길 나눠도 될까? 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는 게 저희의 중요한 문화 중에 하나죠. 그래서 별명을 사용하고 있고.
제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회의하거나 소통하실 때 동일하게 적용하시는 건가요?
쩜백: 맞습니다.
제스: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저는 밖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제스라고 불리고 회사에서는 자스민이라고 불리는데 누군가 친근감의 표시로 언니나 누나라고 하기 시작하면 애매한 권력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회사에서도 호칭을 빼고 서로 닉네임을 부르지만 오래 지내다 보면 상급자는 하급자에게 자연스럽게 반말을 쓰고, 하급자는 상급자에게 존댓말을 쓰게 되고. 이걸 어떻게 해야 실질적으로 효용이 있을까라는 고민이 문득문득 들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쩜백: 저도 그 부분은 조금 고민이 돼요. 저희 안에서도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 있기 마련이거든요. 학생들 사이에서는 딱히 정해놓진 않았어요. 되도록이면 코칭 쌤들은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소통을 할 때는 주로 존댓말을 쓰도록 하고, 비공식적으로 쓸 때는 반말을 쓰기도 하고요. 존댓말과 반말도 되게 많이 작용을 하더라고요.
제스: 아까 한 학생이 거꾸로캠퍼스에서 얻은 가장 큰 경험을 이야기했던 내용을 전해주셨는데 그거 외에도 일반적인 학교랑 다른 데서 오는 에피소드나 인상 깊었던 일이 있으실까요?
쩜백: 이 질문에 뭔가 여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얘길 해야 될 거 같아서 고민했어요. 일단 맨 처음에 왔을 때 수업을 하고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생각나거든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그런 피드백도 기억이 나고.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제가 들어오고 1-2년 정도에 있었던 일인데요. 저희가 워낙 학생들과 수평적인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까, 학생들이 이런 방향으로 교육과정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서를 써서 선생님들한테 제출한 거예요. 학생들이 거꾸로캠퍼스 교육과정에 대해서 나름대로 불만이 좀 있었던 것 같은데, 보통은 ‘뭐가 마음에 안 든다’ 이렇게 뒤에서 욕을 하잖아요. 근데 학생들이 회의를 소집해서 자기들이 생각하는 걸 정리하고. 그래서 선생님들이 굉장히 뜨끔했던 경험도 있었고요.
그때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학생들한테 단순히 교육과정의 참여자와 같은 느낌으로 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니까 결국은 우리가 새로운 학교에서 교육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고 할 때 실제로 교육을 함께 하는 주체로서 학생들을 생각해야겠다. 물론 그러면서도 교육과정에 대한 코칭 교사의 디자인 능력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중요하고 교육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건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전체 교육과정이라는 함수가 있으면 학생들을 하나의 변수로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같이 방정식을 만들어나가는 주체로서 생각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냥 단순하게 억누르는 것이 답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거 말고도 제가 코칭을 하면서 학생들하고 만들어갔던 이야기들도 기억에 남아요. 예를 들면, 언잇브* 친구들도 그렇고, 언잇브 전에는 퍼기* 팀도 상당히 오랫동안 미디어를 만들어오면서 재밌는 일을 했었고. 그전에는 루미너스라고 해서 시각장애인들의 산책 경험을 개선해 주고자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었는데, 그 팀에서는 서울에 있는 산책로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앱으로 실시간 길 안내까지 제공했었거든요. 그걸 만드는데 산책로 데이터라는 게 사실 없어요. 산책로 길이가 어떻고, 화장실이 어디에 있고, 계단이나 벤치 같은 건 어떻고, 시각장애인 보조시설은 뭐가 있고 이런 정보들이 모아져 있는 게 전혀 없어서 학생들이 직접 서울에 있는 산책로를 발로 뛰면서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 산책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 거예요. 그 학생들은 거꾸로캠퍼스 안에서 프로젝트를 하다가 졸업을 하고 나서도 이어나갔는데 그때 그 일이 일어났던 거죠. 많은 사람들에게서 280개 정도의 산책로 정보를 받아서 전국적으로 모았던 일도 있었어요. 그것도 기억에 남는 일 중에 하나였습니다.
*언잇브, 퍼기 팀이 참여한 '미니' 데모 데이 (살펴보기)
제스: 들을수록 너무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네요. 선생님께서 거꾸로캠퍼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혹은 교사로서, 교육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쩜백: 제가 누군가와 인터뷰하면서 했던 말이고, 항상 꿈꿔온 것 중에 하나이긴 한데요. 사람들이 항상 이야기할 때 ‘사회적으로 봤을 때 교육이 문제다’라고 얘길 많이 하잖아요. 저는 일단 첫 번째는 교육이 문제가 아닌 때가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넘어서 교육이 문제를 해결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그 방법이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문제정의, 문제해결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여기 있는 학생들도 지금 굉장히 많은 사회문제들을, 진짜 세상 속에 있는 문제들을 찾아서 자기들 나름대로 정의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경험 자체가 학생들 스스로의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 내기도 하지만 그 동시에 사회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그 사회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라는 걸 넘어서 학생들의 손에 의해서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는 모습을 봤으면 해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여기 있는 학생들이 자기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능력과 역량, 이런 것들을 발휘하면서 실제로 해결해 내는 모습까지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떤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거꾸로캠퍼스 학생들이 해결해냈다, 그 효과가 검증된다고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거꾸로캠퍼스에서 제가 갖고 있는 목표는 일단은 그겁니다.
그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으로서는 창업 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프로젝트들이 더 연결되어서 실제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지속 가능한 혁신 모델이 되고 창업으로 연결돼서 진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학생팀 중에 한 팀이라도 제대로 창업을 하고 소셜 이노베이터가 되는 학생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제가 갖고 있는 이상적인 목표고요.
제스: 그러면 이제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파고 들어가 볼까 하는데요. 교육 쪽으로 진학한 계기가 어떻게 될지, 선생님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지도 궁금하고요.
쩜백: 정말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어요.(웃음) 사실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교육을 바꿔보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진 않았어요. 대학을 선택할 때는 교사가 안 되고 싶었거든요.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교사 빼고 다 괜찮다고 생각했었어요.
제스: 그럼 주변에 어른들이 권유한 직업일까요?
쩜백: 약간 그런 것도 있고. 그때는 교사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중요성에 대해서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교사는 자아가 형성되거나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에 인격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나가는 단계에 있는 존재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래서 ‘내 인격으로는 도저히 교사는 못 할 거 같고 교사 빼고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가잖아요. 재수는 하기 싫어서 일단 사범대를 갔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교사는 하고 싶지 않아서 경영학과 같은 복수 전공을 하고 그랬거든요. 근데 결국 삶의 방향이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이후에 어떤 사립학교에 들어가서 교사로서 일을 시작했고,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은데. 항상 그런 건 있었어요. 학생으로서 살아갈 때에도, 교사로서 살아갈 때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졌던 것 같아요. 내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면 그 일에서 힘듦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특히 여기 거꾸로캠퍼스에 오게 된 것도 일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하는 행동, 학생들에게 하는 말 하나하나가 ‘왜 내가 (학생들에게) 이 얘길 해야 하는 거지?’, ‘왜 내가 이 학생을 혼 내야만 하는 거지?’ 등등 ‘왜’라는 질문에 대해서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면 학생들에게도 얘기하기가 되게 어렵더라고요. 나도 설명이 안 되는 뭔가를 하고 있는데,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도대체 나는 이걸 왜 하고 있어야 될까’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쭉 흘러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저로서는 그런 고민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엄청난 용기를 갖고 난 다른 길을 갈 거야 하면서 발 벗고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거나 하지는 못했던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여기 와서 실제로 하고 있네요.(웃음)
제스: 제가 여기 오는 길에 어떤 스타트업 대표님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내가 지금 이 일을 잘 하고 있나?’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더라는 얘기가 있더라고요.(웃음)
쩜백: 그랬으면 좋겠네요.(웃음)
제스: 치열하게 고민하시면서 흘러오지 않았을까… 그럼 사회 과목을 선택한 시기는 언제쯤인 거예요?
쩜빽: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경우는 국어교육과에 들어가면 국어 선생님이 되는 식인데 사회나 과학 같은 경우는 그 안에서도 세부 전공이 있고, 사회과는 역사, 지리, 일반 사회 이런 식으로 2학년 때 정도에 나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합니다.
제스: 선생님께서는 정확히 어떤 과를 선택하신 거예요?
쩜백: 저는 일반사회 교육과인데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법학 등을 공부하는 과목이에요. 대학교 1학년 때는 학부로 들어와서 2학년 때 학과로 전공이 나눠질 때 선택했었어요.
제스: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일과 삶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도 고민하던 때에 일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갔었는데 거기서 했던 게, 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10개 꼽아 보고 거기서 하나씩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남는, 내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게 뭔지를 봤을 때 정말 다양한 답들이 나오더라고요. 선생님은 어떤 게 남을 것 같으세요?
쩜백: 저는 예시로 주신 단어 중에서 ‘재미’가 눈에 딱 들어왔어요. 사실 이전에 학교도 재미가 없어서 나온 거였거든요.(웃음)
제스: 거꾸로캠퍼스에서 일하시면서 재밌으세요?(웃음)
쩜백: 네, 지금은 재밌어요. 재미라고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즐거움이라고 하는 재미보다 뭔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에 따른 선택을 하고 선택에 따라서 뭔가 결과가 나왔을 때에 느껴지는 재미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거꾸로캠퍼스는 어떻게 보면 교육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또는 새로운 교육을 개척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니까 기존에도 비슷한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은 이렇게 계속해서 개척해 나가는 게 거의 처음이라고 생각하고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되게 재밌는 거 같아요. 만들어나간다는 거 자체가. 그래서 저는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그걸 만들어내면서 느껴지는 재미,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될까 고민했는데 재미라는 말 밖에 표현이 안되네요.
제스: 거꾸로캠퍼스에서 함께 하고 계시는 것도 선생님의 삶을 놓고 봤을 때 하나의 과정이고 선택이잖아요? 그러면 앞으로도 수많은 선택들을 하시고 꼭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경로로도 다른 일이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을 텐데, 앞으로 선택하는 방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시나요? 그게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일하고 싶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쩜백: 처음 든 생각은 카페를 하고 싶다?(웃음) 사실 그건 많은 사람들이 한적하게 일한다고 하는 이미지만 보고 꺼내놓는 거기 때문에… 사실 지금은 거꾸로캠퍼스라고 하는 이 학교 자체가 시스템이 잘 만들어지고 잘 돼서 좋은 레퍼런스가 되는 게 목표인데, 결국엔 전체 교육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진짜로 해보고 싶은 건 교육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여기 있는 학생들이나 거꾸로캠퍼스를 거쳐나가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앞으로 몇 천명이 될 수 있고… 그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살아나가야 하는 청소년들과 관련이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또는 그 청소년들이 성장해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거니까, 결국 이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게 학교를 바꿔나가는 방향이든 전체 교육을 바꿔나가는 방향이든, 그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스: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인 이슈는 무엇인가요?
쩜백: 요즘엔 뭐니 뭐니 해도 대선인데요.(웃음) 거꾸로캠퍼스가 등록되어 있는 것도 대안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의 지원은 어떻게 될 것인가 관심이 있고요. 저희도 일종의 비영리 섹터잖아요? 결국은 비영리 섹터가 갖고 있는 취약점이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뭔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을 한다고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 지속 가능하려면 그만큼의 필요한 자원들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등등이 지금 겪고 있는 관심과 이슈죠.
제스: 선생님의 일상이나 삶에서 일에 대한 비중이 어떤지도 궁금한데… 이런 이야기와 관련해서 이 전의 인터뷰이가 해주신 질문을 던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미디어오리의 강혜련 디렉터 님께서 주신 질문인데요, ‘일을 사랑하나요? 어떻게 사랑하나요?’
쩜백: 저의 전 직장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냥 ‘교사’라고 하면 모든 게 설명되는 곳이었고 거기서 사표를 내고 나온다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과연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내가 일을 사랑하느냐 사랑하지 않느냐 또는 일을 통해서 행복한가 아닌가라는 건 하루하루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는 그 길에 내가 거길 가고 싶은지 가고 싶지 않은지. 조금이라도 ‘안 가고 싶은데… 오늘 가기 싫은데…’ 그런 마음이 든다면 어떻게 보면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일 거고, 일에서 의미를 못 찾고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저는 그렇진 않아요. 어떻게 사랑하는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설명드렸던 거 같고요.
제스: 꼭 일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개인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꼽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쩜백: 이 질문을 받고 요즘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는 뭐지? 생각해 보니, 요즘에 뭔가를 선택하거나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족이거든요? 왜냐면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예요. 제 애들이 어려서 가족들을 케어해야 되는 시기라서. 모든 결정의 우선순위가 아이들, 가족들 이렇게 되는데 그건 삶의 시기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추상적으로는 이 시기가 지나면 나는 뭘 바라보고 살아야 될까라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요. 일할 때나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한데,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긍심을 갖고 ‘이런 이유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거나, 아니면 그런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왜?’ 라는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대답이 될 거 같아요.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제스: 본인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시는 건 일에서만이 아니라 많이 반추를 하는 편일까요?
쩜백: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인 거 같아요, 지금은. 근데 그게 워낙 일에서의 파이가 크다 보니까 다른 부분에서는 조금 어렵고, 진짜 그러고 있나 하면 살짝 고민되긴 하지만?
제스: 그러면 교사라는 타이틀을 떼고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에 남고 싶은지? 이정백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사람들이 이미지를 가지면 좋겠다는 그림도 있으세요?
쩜백: 이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왜냐면 교사라고 하는 옷을 입은 지가 14-5년 됐기 때문에. 교사라는 옷을 지운 채로 제가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 걸 얘기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스: 그러면 교사로서는 어떤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으신가요?
쩜백: 중복되는 얘기이긴 한데, 결국은 학생 주도성을 길러내는 시스템과 학교 문화를 만드는 사람. 그렇게 기억되고 싶네요. 주도성이라는 게 교육 단계에서는 학생 주도성이지만 교육 단계를 넘어서면 삶에서의 사람이 갖고 있는 주도성이고, 그러면 삶에서의 사람이 갖고 있는 주도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인데. 이 교육이 정말로 학생들의 주도성을 높이는 것일까? 하는 고민들이 있어요.
아주 일부의 선생님들만이 주도성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학생 주도성과 학생 중심이라고 하는 건 또 다르거든요? 학생을 중심에 놓고 교사가 판단을 내린다는 것과 학생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뭔가를 개척해 나간다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요. 후자가 더 어려운데, 그걸 길러내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현실화 시키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스: 거꾸로캠퍼스에 대해서 많은 설명들을 해주셨는데 학생 주도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든지 기존의 교육 시스템과 다르게 차별화를 만들려고 노력하시는 부분이라든지에 대해서 거꾸로캠퍼스 안에는 이런 게 갖춰져 있다, 아니면 이렇게 나아간다, 하고 좀 더 설명해 주고 싶으신 부분 있으세요?
쩜백: 일단 제일 중요한 차이점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수업도 프로젝트형으로 이뤄지고 교과 수업의 내용들을 연결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또 하나 해야 되고요, 문제정의나 해결 프로젝트를 해야 되고, 개인 프로젝트도 하게 되는데요. 학생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학습에 대한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죠. 그중에서 교사가 프로젝트 거리를 던져줘서 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프로젝트 할 거리를 찾아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선택부터 학생에 의해서 이뤄지는 경우엔 훨씬 더 어렵죠. 뭘 가지고 할까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굉장히 큰 결정이기 때문에. 그 중요한 결정을 학생들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중요한데, 그것이 학생 주도성의 출발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요즘에 드는 생각은, 학생 주도성이라고 했을 때 단순하게 생각하면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면 된다고 많이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무턱대고 선택권을 주면 주도성이 올라가느냐 하면 그렇지 않고 무조건적인 선택권을 주는 것보다는 바른 선택을 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택지만 늘어놓고 스스로 선택하세요라고 하는 건 쉬운 방법이잖아요. 그중에서 진짜 나에게 필요한 게 뭐고, 앞으로의 배움과 성장을 따지고 봤을 때 어떤 방향의 선택을 하는 것이 진짜 좋은 선택인가라는 걸 코칭 하는 건 훨씬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약에 학생의 선택권을 중요시한다면 코칭이라는 시스템도 필요 없는 건데, 결국 코칭 교사라고 하는 존재들이 단순히 ‘이렇게 하는 게 좋은 거니까 그냥 해’가 아니라 '현재 너의 상태는 어떻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방향의 선택을 하는 게 더 좋을 거야’하고 학생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진짜 어려운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거꾸로캠퍼스가 학생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와주는 곳. 지금은 교육 안에서의, 배움과 성장이라고 하는 틀 안에서의 선택이라고 하면, 이런 선택들이 계속해서 이뤄져서 앞으로 삶을 살아나갈 때 어떤 선택을 내려야 옳은가를 스스로 알고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교육의 목적일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지 않나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스: 그 선택의 기준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향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을까요?
쩜백: 그런 경우도 많아요. 일단 학생들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래요. 눈앞에 보이는 걸 먼저 달성해내려고 하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프로젝트의 성공은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그게 실제로 사람들에게 쓰이기도 하고, 그랬을 때 자기의 스펙 또는 경력이 되는 거니까요. 근데 그러면서도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어떤 삶을 살아나갈 것인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이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의 생각이고, 숙제 같은 거죠.
방정식으로 봤을 때 일차 방정식이 아니라 다차 방정식인 거 같아요. 단순히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젝트의 성공 만이 아니라 내가 이 프로젝트 안에서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해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것. 그리고 그 방향이 자기의 진로나 가치관, 이런 것과 어떻게 연관돼있느냐 하는 것까지 연결되니까요.
제스: 말씀을 들었을 때는 그 과정 또한 중요하게 여기실 거 같은데, 외부의 관점에서는 결과에 포커싱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거꾸로캠퍼스에 대해서 가장 차별점으로 부각되는 부분이 이 안에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거나 성적표가 따로 없다, 이런 부분일 거 같은데요. 학생들 스스로가 평가하게 한다면 평가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할 거 같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예시로 들어주는 기준점 같은 건 뭐가 있을까요?
쩜백: 어떤 게 성장이냐 하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희만의 기준과 룰을 갖고 있어요. 그 룰에 따라서 학생들이 ‘내가 무엇은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체크하고 자기의 성장을 기록하는 시스템이고요. 여기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분명히 성장의 목표 지점이 있고, 아무런 기준 없이 ‘네가 성장했다고 느끼면 성장한 거야’라고 하는 건 아니에요. 앞서 얘기한 역량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학생들이 제대로 성장했느냐, 성장 방향으로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를 가늠해 줄 수 있는 방향타가 될 거고요. 그래서 ‘네가 이 역량 분야에서는 어떤 것들을 지금 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은 아직 못하니까,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되는 건 이쪽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분명히 피드백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평가의 기준이 없다는 건 수치화하는 기준이 없다는 거지, 성장의 방향이라든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제스: 피드백을 주는 방식도 되게 고민이 많으실 거 같은데요. (인터뷰어가 소속된) '도모'라는 조직도 서로의 피드백이 중요한 회사거든요. 평가보다는 ‘동료의 인정’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고 실제로 피드백이 중요한. 근데 그런 시스템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려요. 다들 사회생활을 몇 년 차씩 해본 성인들임에도 불구하고요. 학생들에게는 조금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피드백을 주는 방식에서 고민하시는 지점이나,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하면 전달이 더 잘 되더라 하는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쩜백: 저희는 피드백이라고 하는 게 거꾸로캠퍼스의 문화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름의 피드백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래도 많은 학교들에서 피드백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알고 있는데, 저희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피드백이라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학교고. 그래서 지금까지 쌓아온 피드백의 문화라는 게 있어서,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이나 자기 것을 꺼내놓고 피드백 받는 걸 굉장히 자연스럽게 생각하곤 있어요.
근데 그 피드백이라는 것도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까 피드백 시스템이라는 걸 만든 거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형성적 피드백이는 표현을 쓰는데, 한 모듈 동안 이뤄지는 프로젝트의 과정에서 처음 주제를 찾을 때부터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해결하거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 단계마다 필요한 피드백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단계에 따른 피드백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교사에 의한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동료 간의 피드백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동료 간의 피드백뿐만 아니라 전문가나 학부모 등 외부 사람들의 피드백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네트워크나 피드백할 수 있는 시간들도 마련해 놓고요. 그게 이제 매 모듈 마지막에 이뤄지는 배움 장터라는 행사를 통해서 외부 분들을 초청해가지고 피드백 해주는 것이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사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피드백할 때 단점과 약점을 찾아내는 건 쉽고 잘 해요. 재미있어하고. 근데 오히려 잘하고 있는 점이나 강점을 찾아주는 건 되게 어렵고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저희는 그런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단순하게 ‘피드백 해주세요’ 이게 아니라, ‘이 팀이 무엇을 잘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한지를 이야길 해달라’는 식으로 피드백 시스템을 만들어서 진행하죠. 그런 점이 일반적인 피드백과는 다른 점일 것 같아요.
제스: 이제 이 다음에 이어서 일을 통해 가치를 추구하는 분을 인터뷰하게 될 텐데요. 다음 분에게는 어떤 질문을 던져보고 싶으세요?
쩜백: 제가 떠오른 질문은 이미 질문에 들어가 있어서 되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질문은 “당신은 그 일을 ‘왜’ 하고 있나요?”예요.
제스: 스스로에게 던졌던 그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던져 보는 거네요? 좋습니다.
쩜백: 그냥 궁금해요, 항상. 저는 제스님께도 궁금해요. 왜 일을 하고 있을까.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인터뷰이가 던진 마지막 질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거꾸로캠퍼스가 학생들을 격려하는 방식과 같이 스스로에게 더 많은 기회와 선택지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제 여러분께 질문해봅니다.
지금 하는 일을 '왜' 하고 있나요?
인터뷰이 이정백 @거꾸로캠퍼스
인터뷰어 자스민 @domo
사진 김규형 @keembal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