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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mine Sep 22. 2019

[Enough Alone]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4

# 까미노가 가르쳐준 것


"길 위에서 나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은 매 순간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때로 길을 둘러싼 외부환경에서 오는 것이었지만 대체로는 깊숙한 내면에서부터 기인한 것이었다. 과연 내가 이 길을 헤쳐나갈 능력이 있을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급기야 이 길에 오를만한 자격이 있었는지를 자문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옆에서 다독여주던 친구들 덕분에 새삼스레 깨달은 점이 하나 있었다. 나와 동행한 친구들은 반드시 나를 데리고(?) 목적지에 닿기를 그들의 목표로 세우기라도 한 듯이 주저 없이 먼저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뻗었던 것이다. 비단 일행들뿐만 아니라 까미노에서 만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수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었다. 그러므로 자책하며 바보 같은 질문을 할 필요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법을 익히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결과적으로 까미노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혹은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지만 여전한 고민들 속에서 내린 나만의 답은 존재한다. '과연 나에게 어떠한 조건이 더 가치 있는가' 하는 깨달음,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고 삶의 중심에 두고자 노력하게 된 점, 더불어 누구에게라도 어느 때라도 쉬이 흔들리지 않도록 스스로 중심을 잡은 채 살아나가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까미노에서 친구들에게 밝힌 ‘작업’에 대한 작은 바람을 실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용기가 내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마주하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덧붙여 까미노를 완주한 소감이 어떤지를 묻는다면 나는 항상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고 주저 없이 대답한다. 그리고 만약 그 곳에 다시 갈건지를 묻는다면 웃으며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네, 아마도요! 우리 함께, 또 홀로, 걸을까요?”



** 산티아고 사진에세이 [까미노, 같이 걸을까]에 대한 소식은 텀블벅 http://tumblbug.com/becam​ino

및 인스타그램 @becamino_book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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