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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가 별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가 삶을 바꿀 때

저는 슬픈 발라드를 참 좋아했어요

by Rebecca B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 누군가의 한마디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 때가 있습니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말이, 어느새 삶의 결을 은은히 바꿔놓기도 하지요.


저는 한때 슬픈 발라드를 참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이 H.O.T.와 젝스키스를 이야기하던 중학교 시절, 저는 전람회와 이승환을 좋아했어요. 조금은 다른 결을 가진 음악에 마음을 빼앗겼던 저는, 자연스럽게 가사와 멜로디가 건네는 섬세한 감정에 오래 머물곤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가볍게 말을 건넨 기억이 있어요.


“슬픈 노래를 많이 들으면 인생도 슬퍼진대. 밝고 긍정적인 노래를 들어봐.”


무심한 듯 던진 한마디였지만, 제 마음속에 조용히 일렁거리더라구요. 그 말이 깊이 남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때의 제가 누구보다 행복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일거예요.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또렷해진 저는, 그날 이후로 슬픈 음악을 일부러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밝은 팝과 경쾌한 재즈를 찾아 들으며, 가사보다는 리듬에 기대려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요즘, 다시 글을 쓰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 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흘려듣던 노랫말이 다시 또렷이 다가왔고, 어느새 저는 슬픈 노래들을 다시 곁에 두고 있어요.


요즘 저는 오랜만에 80년대생들의 가슴을 울렸던 옛 노래들을 듣습니다. 세월을 건너온 그 노래들은 새삼스럽게 가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일깨워주고 있어요. 멜로디가 마음을 여는 열쇠라면, 가사는 그 마음에 조용히 자리를 틀고 앉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문득 글이 가진 힘도 다르지 않다란 생각을 합니다. 한 줄의 문장, 한 편의 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을 바꿔놓고, 그 사람의 시간을 조심스레 이끌어주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다시 글을 쓰고, 다시 노래를 듣습니다.


이제는 밝음과 슬픔, 그 서로 다른 감정의 결을 고요히 품으며 살고 싶어요. 감정을 구분 짓기보다 스며드는 대로 두고, 억지로 밀어내고 외면하기보다는 그저 지나가도록 허락하면서요. 어쩌면 그렇게 모든 감정을 통과한 끝에서야, 우리가 오래전부터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진짜 행복이 조용히 서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 친구의 작은 한마디가 제 삶을 바꾸어놓았듯, 이 글도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에 가만히 머물러주기를 바랍니다. 잊힌 듯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문장 하나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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