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대학 동문을 만났을 때

참 넓고도 좁은 세상이다.

by Olivia

오늘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거래처에서 부서에서 구입한 물건을 납품하러 오는 일정이 있었다. 오후에는 다른 미팅이 잡혀 오전부터 정신이 없었던 하루였다. 구입한 물건 설치를 특수한 작업 환경에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해서 관련 서류를 챙기고 입실 안내를 준비하고 있던 차에 거래처 분들이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중 가장 직급이 높은 분은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 인사를 나누고 작업 준비를 하던 찰나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원래 알던 얼굴보다 얼굴이 더 동그랗다. '어디서 봤는데...'

잠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작업 준비를 위해 작성할 서류를 드리고 입실을 도와드리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 있었다. 근데 그 익숙한 얼굴을 가진 직원분도 힐긋힐긋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불쑥 떠오른 한 얼굴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봤던 뿔테안경을 쓴 뾰족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친구는 내 기억으로는 학교 활동 열심히 하고 선배들이랑 친한 일명 '인싸'였다. 나는 반대로 아직도 교수님들께 '조용한 학생'으로 기억되는 학생으로 그 친구와는 반대 선상에 있는 '아싸'였다.(교수님들이 나를 기억하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그 친구는 군대를 일찍 가서 나와 학교를 같이 다닌 기간은 2년도 채 안되었을 것이다. 4학년 때는 내가 학교를 거의 가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당연히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안경도 쓰지 않고 얼굴도 더 둥글게 변해 나도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었다.


작업이 마무리되고 거래명세서 사인을 할 때 궁금함을 참지 못했던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 혹시, 저랑 대학 동기이신 거 같은데..."

갑자기 씩 웃더니 맞다고 한다.

사실 마지막으로 얼굴 봤던 게 거의 10년이 다 된 거 같은데 서로 알아본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안 그래도 같이 작업하러 왔던 과장님께는 내가 본인의 대학 동기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근데 대학교 시절이 떠오르면서 저 친구는 '인싸' 나는 '아싸'의 틀이 박혔던 건지... 그 순간

"근데 저희 안 친했어요.."라고 말을 해버렸다.

순간 같이 온 직원 분들이 빵 터지셨다. 내가 그 친구를 곤란하게 했던 것인가? 생각이 들면서 이 사태를 수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학교 같이 다닌 기간이 얼마 안 되어요!!"

이 사태를 수습(?) 하려고 횡설수설 몇 마디 하다 보니 반가웠다. 서로 명함도 주고받았다.

앞으로 우리 기관을 담당한다고 들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어색하고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헤어지게 되었다. 비슷한 업계에 있으니 계속 만나게 되겠지...


사람끼리의 '우연한 만남'이란 게 참 신기하다. 정말 살면서 절대 다시 만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을 의외의 장소, 서로 다른 위치에서 만나게 되니 말이다.

집 앞 응급실을 갔을 때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지금 일하는 회사 건물의 입주기관에 취업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기도 하고, 일하던 도중 대학교 동창을 만나는 일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부모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 중 신기한 만남도 있었는데 부모님 친구의 아들이 곧 결혼을 하는데 아들의 장인어른이 될 분이 부모님 친구와 같은 직장에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는 서로 몰랐던 두 분이 지금은 제일 친한 술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뭔가 사람마다 보이지 않는 경계를 치고 그 안에 포함된 사람들은 과 같은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어 인생에서 인연이 되는 것 같다. 과거에 만나자마자 친해질 수도 있고, 과거에는 친해지지 못했더라도 미래에 다시 만나 친해지기도 하고...

정말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논리나 법칙에 의해 설명될 수 없음을 오늘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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