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 듯 꼰대 아닌 꼰대 같은 나
1~2년 사이, 일명 MZ세대와 꼰대 사이의 세대갈등은 회사에서 큰 이슈였다. 인사팀에서는 보직자들에게 일명 '꼰대'가 되지 않는 '설명서' 같은 책자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고연차와 저연차 직원의 갈등이 심해진 계기로 추정되는 원인은 젊은 직원들의 '인내심 부족'이었다.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 선임에게 업무 때문에 혼나면서 듣는 선배의 말씀을, 요즘 친구들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여기고 사소한 말까지 모두 고충상담소에 제보를 한다(어떤 회사는 '힘희롱'이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왜 그런지 충분히 공감을 했다. 나 역시 아무리 내 잘못 때문에 선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가끔 그 때문에 퇴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나 때(라떼)'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말이야.', '혼나야 일을 빨리 배우지.'이런 말을 들으며 선배의 입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지금까지 아름답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일명 '요즘 친구'들은 참지 않는다. 신입 사원들은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아니면 가정환경 분포에 변화가 생겼는지 거침없는 그들의 행동 때문에 가끔은 '신인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인사팀에서도 고연차 직원들에게 말조심, 행동조심하라는 지령이 내려질 정도이다. 일단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감사를 받으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입사 1~2년 차 때 생각만큼은 MZ 세대에 가까웠다. '왜 칼퇴근을 하면 눈치가 보일까', '아무리 잘못했어도 내가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휴가도 마음대로 못쓰는 건가?' 등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심한 성격과 말주변이 없어 늘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속으로 삼키곤 했다. 하지만 6년 차가 넘어가는 지금은 '꼰대'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후배 직원을 보며 '저것밖에 못하는 친구가 아닌데?', '왜 하필 행사가 있을 때 휴가를 낼까?', '저 친구는 센터장님을 봐도 인사를 안 하네..?' 등등 점점 꼰대 마인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선임들이 그 시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이해가 된다. 현재 나의 위치는 아래의 세대와 윗세대에 끼어 모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가끔은 중간 다리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맬 때가 있다.
직장 선배의 입장: '쟤 좀 어떻게 해봐!', '선배가 돼서 후배 한 명 컨트롤 못해?', 'oo샘은 내 마음 이해 하지?'
직장 후배들의 입장: '선생님은 제 마음 아시죠? 저랑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남은 휴가마저 쓰는 게 잘못된 일인가요?'
두 세대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낀대는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일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한 직장인의 푸념을 늘어놓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