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연히 봤던, 기억에 남는 유머가 하나 있다. 주방에서 멸치를 까고 있는 엄마 곁에 5살 아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멸치를 까는 엄마가 아들에게 질문했다. "아들! 멸치는 생선일까 동물일까?" 한참을 고민하던 5살 아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반찬이요!"
맞다! 정답이다. 멸치는 반찬이다. 그리고 멸치는 모든 국물 요리의 기본이다. 우리 집은 아들 반찬 말고는 집에서 반찬을 잘 만들지 않는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는 늘 '장모님' 찬스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찬 말고 찌개나 국은 직접 손을 거쳐야만 한다. 이때 거의 모든 국물 요리의 베이스는 '멸치육수'가 사용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멸치+다시마' 육수인 데, 다시마가 없으면 그냥 '건멸치'로만 육수를 내도 맛에 큰 차이는 못 느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건멸치로만 육수를 내고 있었는데 불현듯 궁금해졌다. ‘왜 살아있는 멸치로는 육수를 낼 수 없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검색을 해봤더니 살아있는 멸치를 넣으면 육수가 아니라 멸치탕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고 한다. 여하튼 육수는 ‘오직 햇볕에 바싹 마른 멸치’만이 사용된다. 그래서 감칠맛 우러나는 국물이 된다.
그렇다면 건멸치를 통해 바라본 스피치의 맛은 무엇일까.
스피치의 육수는 무엇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바로 삶 속에서 우러나온다. 햇볕에 바싹 마른 멸치가 뜨거운 물속에서 우러나야 비로소 감칠맛을 내듯,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온 삶의 이야기가 우러나오는 것이다. 고난과 역경의 열풍 속에서 견디고, 다시 고통과 괴로움으로 바싹 말랐던 이야기야말로 사람을 감동으로 이끌어내는 최고의 스피치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은 그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는 '상처 받은 치유자'가 된다.
스피치의 감칠맛은 말하는 사람의 삶의 깊이에서 나온다. 어디서든 한마디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바로 '명(鳴)스피커'가 된다. 그럼 어떻게 명스피커가 될 수 있을까? 바로 자신의 아픔 속에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깨지고, 넘어지고, 힘들어 지친 이야기, 나아가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과 깨달음을 얻는다.
Kateryna Babaieva 님의 사진, 출처: Pexels
뜨거운 가마 속에서 구워낸 도자기는 결코 빛깔이 바래는 일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난의 아픔에 단련된 사람의 인격은 영원히 변하지 않게 된다.
안락은 악마를 만들고 고난은 사람을 만드는 법이다.
- 독일 철학자 ‘쿠노 피셔’(Kuno Fischer.1824.7.23.∼1907.7.5)
예전에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다시 재기한 사장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한때 사업에 실패해서 10억이 넘는 빚이 남아서 숨도 쉴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자신의 실패로 인해 심한 열등감에 시달리다 어느 날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 대학에 가서 돈이 없으면 대출받아서 공부하는데, 나도 대출받아서 사업 공부와 인생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자! 빚이 아니라 대출금이야! 하하". 긍정적인 생각을 하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다시 재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팔팔 끓는 솥에 들어갔다가 다시 햇빛에 바싹 마른 멸치처럼 어려움 속에서 긍정적 생각으로 다시 일어선 것이다. 그의 스피치는 절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사람들을 마음을 울린 명(鳴)스피치였다.
리더로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스피치를 꿈꾸는가?
그렇다면 멸치처럼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숨이 턱턱 막히며 바싹 말려졌던 경험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곱씹어본다면 자신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그 울림을 고스란히 담아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