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목적이라면 스타트업이어도 고려해볼만 합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4년차 스타트업에서 작가는 옥외광고를 6번 집행하였다. 물론 처음부터 예산이 많이 쓰이는 이 마케팅을 내가 직접 하자고 한 건 아니었다. 예산 규모도 클 뿐더러, 시작할 당시 2년차 서비스가 이걸 벌써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은 마케팅 방향 점검 시간에 대표님의 입에서 비롯되었다. 4년 중 총 3년에 걸쳐 1년에 2번, 처음엔 물음표로 시작했지만 횟수로 손 하나를 넘긴 지금, 옥외광고 집행이 고민인 스타트업 마케터라면, 이 3가지를 점검해볼 것을 추천한다.
'누가 시장 1등이 아니고 싶겠어요?' 라고 반문을 던질 수 있지만, 실제로 산업군의 경쟁 상황에 따라 1등이 아닌 2등으로의 포지셔닝이 목표인 브랜드도 있고, 혹은 출시된 지 오래된 브랜드라 현재의 젊은 세대에 소구하기 위해 '젊은' 이미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곳도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다들 잘 아는 미국의 렌터카 기업 'Avis'이다. Avis는 또 다른 렌터카 회사 Hertz를 넘어서기 어려운 것을 확인 후 2등으로 포지셔닝 하고자 했고, 당시 캠페인도 그것에 초점을 맞췄다.
후자의 경우는 밀가루 회사로 알려진 '곰표'가 대표적이다. 1950년 창립된 '대한제분'에 소속된 브랜드 곰표는 몇 년 전부터 2-30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다양하고 효과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고, 맥주부터 막걸리, 패딩까지 온갖 '힙하고' 효과적인 콜라보를 진행해 그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여진다.
하지만 시장 선두의 위치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그 위치가 얼른 선점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말이 다르다. 1등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 있거나 서비스적인 우위를 갖추었다면, 우리 기업이, 우리 서비스가 시장을 대표하고 있음을 나타내야 한다. 그 방법에는 서비스적 차별화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것이 당장 어려운 산업군이라면 광고를 통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지하철 내에도 수많은 옥외광고 매체가 있지만, '1등' 이미지가 목표인 기업이라면 개찰구 위 작은 스티커 광고, 타는 곳 위의 동영상 광고 보다 지면이 크고 라이트도 들어오는 스크린도어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광고를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광고 지면의 크기가 더 크고 압도적인 매체에 광고를 하는 기업을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돈이 많고 (=더 잘 나가고) '대세'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더 확장하여 구체적인 매체를 추천해본다면, 최근들어 많이 생기고 있는 대형 건물 외벽 전광판을 활용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강남역~신논현역 사이를 지나가면 보이는 대형 매체들인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작가도 집행해보고 싶은 매체는 이 두 곳이다.
두 곳 모두 현재 혹은 한 때 넷플릭스, 무신사와 같은 기업에서 독점하다 시피 광고를 계속 송출하고 있기도 한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로 수많은 전광판들 사이에서 경쟁력 있는 위치 독점으로 주목도를 확보한 점 두 번째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하는 매체의 스펙이다. 신논현역에서 강남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작가가 추천을 하는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전광판 옥외광고 매체는 추후 별도 글로 다루어 보겠다. )
옥외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마케팅 목표와 명분을 찾았다면 이제 이 고민을 할 것이다. '얼마를 써야 효과가 나타나?' 실은 쏟는 비용이 크면 클수록 좋다. 링크를 눌러 자세히 탐색이 가능한 온라인 광고와 달리 옥외광고는 지나가면서 슥슥 보여지는 매체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타겟의 동선을 따라 깔아두어 일정 수준의 노출 빈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면 그렇지 않다. 퍼포먼스 광고를 돌리기에도 빠듯한 수준이기 때문에 '최대' 효과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노출 효과를 내는 적정 비용 규모를 찾는 것이 필수다.
작가도 이 선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5번의 집행 끝에 수도권에서 효과를 내는 적절한 비용 수준을 찾게 되었다. 서비스를 조금 받는 것을 포함하여 약 5억 정도가 해당 규모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작가도 1,2억 집행했을 때 보다 5억 수준을 집행했을 때 주변 지인들로부터 '너네 광고 봤어!' 하는 소리를 꽤 자주 들었었다.
마지막 스텝에서 살짝 흠칫하는 스타트업 마케터 분들이 꽤 있으실 거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계가 집행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기업마다, 조직마다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스타트업 중에는 '제품 중심', '퍼포먼스 마케팅 중심'인 곳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전자의 경우 '마케팅과 프로덕트 조직은 별개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대표를 비롯한 조직 전반이 '프로덕트 오리엔티드(product-oriented)' 되어 있다면 브랜딩 활동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물론 잘 만든 프로덕트 자체가 브랜딩의 핵심이 되기는 하지만, 거기에 브랜딩을 통한 이미지 생성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꼭 필요하다. 후자(퍼포먼스 마케팅 중심)도 집행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명확하지 않은 데 반해 비용은 기본 '억' 단위로 필요한데, 대체적으로 마케팅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성과 측정이 안되는 옥외광고 보다 예산을 통한 성과 확인이 확실한 온라인 광고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물론 작가도 처음에는 이러한 성과 측정에 기반한 광고를 통해 실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옥외광고 집행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CMO나 대표(CEO)가 브랜딩이나 관련된 활동에 열려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는 마케터 분은 대표님을 겨우겨우 설득해서 옥외광고를 집행했지만, (당연히) 드라마틱하지 않게 오르지 않는 '퍼포먼스 지표'를 대표님의 반응을 보고서는 그 회사에서의 옥외광고와는 작별을 고하셨다는 분도 봤었다. 즉, 기존의 마케팅은 bottom-up 방식이 적절하다면, 옥외광고는 top-down 방식이어야 집행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글쓴이도 주변에서 집행 여부를 고민하는 마케터를 보면 '대표님은 어떠셔?'라고 꼭 물어본다. 대표가 브랜딩의 필요성을 빠르게 느끼고 있을 경우라면, 빠듯한 자금 상황인 와중에도 집행까지 이어질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6번의 옥외광고 집행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 결정에 필요한 요소 3가지에 대해 소개하였다. 물론, 작가도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서 이 정도(6번)의 옥외광고 집행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100% 확신할 순 없고 이 일련의 과정들이 브랜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이렇게까지 글을 쓴 데에는 작가가 담당한 브랜드가 서비스적 차별화가 어려운 시장이기에 이런 활동이 어느 정도 도움은 되고 있다는 6~70%의 확신을 가지고 글을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서 한 손가락이 넘어가는 횟수로 광고를 직접 집행하면서 얻게 된 인사이트를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논의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라며, 추후에는 실제 집행 과정과 TIP에 대해서도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