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 MZ

by 은율


[어머 나 나이들었나봐 꽃이 좋아졌어]




'나이가 들었다'라는 표현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적으로 나이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꽃이 좋아질 나이'의 기준이 있는 걸까? 딱 정해둔 기준은 없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대략 눈치로 알 수 있다. 요즘 시대의 화두가 되는 소위 "MZ"라 불리는 세대에 형식상 끼어있기만 한 나는 일찌감치 꽃을 좋아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출처:네이버지식백과]



흔히 우리네 어머니들의 대표적인 카카5톡 프사가 산행의 끝 봉우리 또는 화려한 꽃으로 대동단결 된다고들 하는데 우리 엄마랑 나는 그 반대다. 엄마는 오히려 산행보다는 카페가는 걸 더 좋아하시고, 프사도 꽃보다는 여행지에서의 인상 깊었던 장면 또는 그 외의 것들이 차지하고 있다. MZ인 나의 프사는 가족사진, 취향 가득 담긴 공간과 사물 또는 꽃과 나무 통틀어 [식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꽃을 좋아하지만 세상 무수히 많은 꽃들의 이름을 꿰고 있다거나, 심는 법, 잘 키우는 법을 달달 외우고 있거나 혹은 플라워수업을 꾸준히 수강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있어주는 것.

묵묵히 그 자리에서 사계절 매력을 드러내는 나무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 반가움을 주는 꽃들,

어떻게 여기서 자라났나 싶을 만큼 존경심이 들게 하는 이름 모를 풀들.


내 눈에는 그저 사랑스럽다.




이모는 내가 어릴 때 꽃가게를 운영하셨다. 엄마랑 자주 이모의 꽃가게에 놀러 갔었다. 꽃도 꽃이지만 꽃꽂이에 쓰인 부자재들을 만지고 놀았었다. 이모는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으셨고, 거기에 보리차를 끓이셨다.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기도 했지만 식사 때가 되면 흰 밥에 뜨끈한 보리차를 말아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구수한 보리차와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였던 이모의 꽃가게가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아서 그런지 지금도 꽃이 좋은 이유 중 하나이다.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날에도 우리 집 한켠엔 화병의 자리가 있다. 풍성하고 화려한 꽃도 좋지만 동네 로컬푸드에 가면 그 계절, 그 날 보이는 소국 한 단, 후리지아 한 단, 운 좋으면 작약까지- 눈에 띄면 장보다가 하나씩 데려온다. 과한 포장보다도 간단히 이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포장, 크라프트지, 무심한 듯 신문지에 돌돌 말려 있어도 충분히 괜찮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녀석들이니깐.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우리 가족은 꽃시장에 간다. 다양한 생김과 각기 다른 향을 내뿜는 꽃과 나무들을 보는게 우리의 힐링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가격도 착해서 나날이 늘어나는 우리 집 식물 식구들은 다 거기서 모셔온 친구들이다. 꽃은 꽃대로 활짝 피면 핀대로 또 지면 지는대로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직접 씨를 심어 싹을 틔우기도 하고, 그 성장과정을 눈으로 지켜보는 것은 가장 근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경이로운 풍경이다.

내 육아의 8할은 식물로 치유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육아와 가사에 찌든 피폐한 육체는 어찌하지 못해도 정신만큼은 꽃을 보면 한없이 녹아내린다. 식물로 치유받고 식물이 커가듯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 속에 있다.



꽃을 좋아하는 나이가 어디 정해져있겠나 그저 각자가 느끼는대로,

내가 MZ세대이든, X세대이든, 오렌지 족이든 아름다운 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느끼면 되지 않을까?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꽃이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