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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soo Dec 30. 2022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리스 일상

점심을 먹고 좀 걸었다. 실내가 추워서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가 이내 벗게 되는 햇살 따사로운 크리스마스 시즌. 한낮에는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나는 더운 날씨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신타그마 광장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다. 넘쳐나는 사람들, 거리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는 이들의 연주 소리, 광장 중앙의 커다란 성탄 트리 주변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 저마다 부드러운 얼굴이다.

 사람들이 많은데 왁자지껄 혼잡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의 부드러운 미소 때문이었을까. 가장 번잡한 중앙로를 걸을 때도, 줄을 서야 하는 베트남 레스토랑에서도 고요를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도 피곤하지 않았다. 편안한 잠을 잤다.


성탄절은 부활절과 함께 그리스 최대 명절 중 하나다. 11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것이 보인다. 거리마다 성탄 전등 장식을 설치하고 가게들은 쇼윈도에 성탄장식을 한다. 그리스에 특히나 많은 인테리어 상점들은 크리스마스트리와 각종 성탄 용품들로 가득해진다. 학교는 1월 6일까지 약 2주 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을 가진다. 크리스마스이브의 풍경도 정겹다. 아이들은 머리에 산타 모자나 루돌프 머리띠 등의 간단한 성탄 코스튬을 하고 손에는 트라이앵글을 들고 거리를 나선다. 그리고 집이나 상점에 들어가 크리스마스 전통 캐럴을 부른다. 그러면 어른들은 캐럴을 부르러 온 아이들에게 캔디나 용돈을 준다고 한다. 동네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는 동안 두 팀의 아이들이 카페에 들어와 노래를 불렀다.


한낮의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쑥스러워하는 아이들의 캐럴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른하고 고요한 평화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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