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베기(스테판츠민다)에서의 하루
트빌리시에서 3시간 정도를 가면 해발 1700미터에 위치한 마을이 있다. 해발 5천 미터가 넘는 카즈베기 산과 캅카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일 년 내내 두꺼운 빙하로 덮여있는 새하얀 산과 푸르디푸른 하늘, 초록이 우거진 나무와 풀들이 경이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까지는 조지아 군사도로를 타야 하는데 일 차선 도로에 수많은 화물차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걸린다. 화물차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도, 중앙선을 침범하여 화물차들을 추월하는 승용차들의 움직임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우나 이내 익숙해진다.
산 길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에서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목격하며 가다 보면 어느새 자동차들의 아웅다웅하는 모습보다는 하늘과 구름, 초록으로 뒤덮인 웅장한 산들의 장관에 눈을 빼앗기고 만다.
눈 덮인 산꼭대기에서 흘러나오는 빙하수가 강을 이루고, 강가를 따라 싱싱한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의 생기를 뿜어낸다. 새푸른 하늘과, 바람이 그린 듯한 구름 문양의 웅장함이 작디작은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이 압도한다.
이 날은 쨍한 햇살과 더불어 비구름도 함께 하는 행운을 만나 맑고 푸른 신비로움이 무엇인지 보았다.
6월의 카즈베기. 광활한 연녹색의 산등성이에 연보라, 노랑, 하얀색의 들꽃들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고 그 한복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피부가 윤이 나는 듯 반짝거린다. 마을에는 소들과 차들이 거리를 공유하고 있고 때때로 거대한 양무리들이 도로 전체를 점령하기도 한다. 그럴 때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먼저 가겠다고 양무리 한가운데를 비집고 가는 자동차들도 있다.
인간 위주의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이곳 카즈베기에서 원래 주인의 진경을 마주했고 결코 침범할 수 없고, 침범하고 싶지 않은 숨 막히는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며 잠시 양해를 구하고 하룻밤 조용히 머물다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