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성이 주는 아름다움
단조롭게 보이는 일상에 음악이 들어오면 그 일상은 색을 얻고 같아 보이나 다른 일상이 된다.
지금 기억으로는 온통 회색빛이었던 나의 이십 대는 음악이 있어서 그나마 근근이 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던 플레이리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취향을 갖춰갔고, 그 취향은 한결같지 않은 형태로 노선을 바꿔가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미 자신의 취향을 갖고 있던 오랜 친구가 가끔씩 건네던,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늦은 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반복해서 들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우울했던 내 이십 대는 우울한 지도 잘 모른 채 그가 건네주던 음악 때문에, 휴대용 미니카세트 플레이어 덕분에 겨우겨우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이곳, 트빌리시에서도 음악은 여전히 함께다. 열 시에서 열 한시쯤 식사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건 음악을 트는 것. 그러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열린다. 내가 먹는 것, 듣는 것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만찬이 시작된다. 어쩌면 하루 중 가장 만족스러운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날은 다음 곡이 어떤 곡이 나올지 모르는 랜덤 재생인데 음식을 준비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나면 ‘와, 이건 뭐지?’하면서 준비하던 손을 털고 아티스트와 곡의 제목을 확인하고 주제별로 구분해 놓은 재생목록 중에 어울릴만한 항목에 저장해 두는 행위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신보가 발매되었거나, 특히나 사랑하는 아티스트의 앨범을 콕 집어 통으로 들을 때 빼고는 거의 랜덤 플레이 설정이다. 다음에 나올 곡이 무엇인지 모르는 불확실성과 의외성이 좋다. 예상치 못한 순간, 좋은 곡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언제나 설렌다.
예상치 못한 순간은 매일 발생하는데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건져내서 일상이라는 보석함 속에 담아두고 싶다.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공존했던 오늘 하루, 예상치 못한 만남은 버블티 가게 선반에 앉아있던 고양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