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한 달 일상 5.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

by becomingsoo

사랑의 도시라는 별명을 가진 작은 마을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짐을 풀고 나서 카메라만 가지고 천천히 걸으며 마을을 둘러보았다. 조지아에 한 달 있는 새, 지인들이 방문하여 일주일 동안 함께 여행했다. 같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그 와중에 혼자서 나만의 속도로 보내는 시간이 있어서 함께 있을 때 더 여유롭고 많이 웃게 된다.

6월의 시그나기는 걷기 좋은 최적의 날씨. 한적한 골목을 거닐면서 일상의 예쁨을 포착하고, 처음 보는 길을 걸으며 낯섦이 주는 설렘을 만끽한다.

한참을 걷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의 소리를 감상했다. 그렇게 한동안 가만히 앉아 그 소리와 공간에 머물렀던 일이 며칠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혼자 걷고, 혼자 보고, 혼자 머물던 시간들이 다른 어떤 순간보다 오래 기억되는 걸 보면 ‘홀로 있음’의 평화가 내게는 상당히 소중한 것이다.

그 평화에 한참을 깃들어있었기에 이후의 만남들에 관대할 수 있다.


돌길로 되어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작은 테라스 카페가 두 개 나오는데 그중 한 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친구는 카페 주인이 추천해 준 ‘아이스크림 with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의 발상지 조지아, 그중에서도 와인 산지로 유명한 카헤티 지역의 시그나기에 어울릴만한 메뉴다. 아포가토처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 대신 와인을 부어 내왔다.


청량한 하늘 사이로 약간의 비구름이 오락가락하는 시그나기의 하늘과 꽃으로 둘러싸인 소담한 마을의 전경이 바람이 나무 사이를 오가며 내는 소리와 어울려 그날의 풍경으로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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