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과 로스터리 카페
트빌리시 올드 타운을 둘러보려고 점심을 먹고 나섰다. 조지아에 대한 첫인상은 키가 크고 무성한 나무들이다. 도시 전체가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푸르고 청청한 큰 나무들로 싱그럽게 둘러 싸여있다. 꽤 더운 날씨였는데도 이 나무들 덕분에 골목골목마다 그늘이 지고 그 아래 벤치나 카페테라스에서 사람들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좋은 나무들이 도시 곳곳에 우뚝우뚝 솟아 바람을 타고 흔들린다.
천천히 걸으면서 골목 구석구석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식당의 야외테이블 의자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검은 고양이, 후미진 거리 한편 주택가에 널린 빨래, 집 앞에 무심하게 세워져 있는 오토바이,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들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쌩쌩 차들이 달리는 큰길을 겨우 지나 올드 타운 건너편으로 갔다. 출발하기 전에 트빌리시 시내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브루잉하는 로스터리 카페들을 몇 군데 찾아놓았더랬다. 집에서 가져온 원두를 오늘 점심에 다 소진했기 때문에 겸사겸사 일부러 찾아갔다.
하리오 v60으로 내린 패션 프루츠 시그니처 커피를 추천하길래 마셔봤는데 먼저 과일을 셔벗 형태로 만들어 놓은 것을 드립퍼에 한두 스푼 넣고 그 위에 그라인딩 한 원두를 부었다. 진한 산미와 스파이시한 향미가 입안 전체를 감쌌다. 핸드드립 외에 이 가게의 시그니처 음료로 애플 민트 커피라는 것이 있어서 뭐냐고 물었더니 애플 민트 시럽에 커피를 넣은 것인데 좀 달다고 했다. 당도를 낮춰서 한 잔 줄 수 있냐고 했더니 시럽 자체가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당도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하길래 주는 대로 마셔보았다. 워낙에 애플 민트를 좋아해서 요르단에 갔을 때도 매일 마셨더랬다.
그렇게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 두 잔을 마시고 원두를 사가려고 했더니 원두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서 원두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른 로스터리 카페를 찾아가야겠다.
트빌리시 시내는 어디를 가든 나무와 함께다. 큰 나무들이 도시와 공존한다. 카페 입구에 크게 드리워진 나무 한 그루가 운치를 더하고 이 카페의 멋이 되었다. 이 도시는 나무와 그늘과 건물과 사람이 어우러진 이 풍경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