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트빌리시
지난주에는 한 주 내내 낮기온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였다. 낮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었다. 하지만 그다지 덥다고 느끼지 못한 것은 키 크고 잎이 무성한 도시 곳곳의 가로수 때문이다. 그들이 뜨거운 태양빛을 막아주어 그늘이 있는 곳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덕분에 나는 한낮에 골목골목을 걸으며 형형 색색의 과일들이 저마다의 빛을 뿜는 과일가게와, 뽀얀 반죽이 새초롬이 놓여있는 선반 앞에서 열심히 빵반죽을 빚고 있는 빵가게 아저씨와, 손님이 없는 사이 길가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동네 사람들 사이를 그리 덥지 않게 지날 수 있었고, 큰 나무 옆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고양이와 함께 나무 그늘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뜨거운 한 주가 지나고 주말이 시작되면서부터 종일 비가 내렸고, 언제 뜨거웠냐는 듯이 선선한 날씨로 돌아왔다. 이 도시에서는 비가 내리는 소리마저 특별하다. 아마도 저 높푸른 나무들 때문이리라. 종일 내리는 비로 그 나무들은 한층 더 높아지고 푸르러지겠지.
주말 업무를 마치고 날씨가 잠깐 개인 틈을 타 오랜만에 밖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서 30분쯤 떨어진 식당에서 밥을 먹고 운동도 할 겸 집까지 걸었다. 한두 방울 똑똑 떨어지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더니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되어서 걷다가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잠깐 비를 피했다.
차를 한 잔 주문하고 창가 자리에 앉아 비 내리는 길가를 넋없이 바라보았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파란 하늘이 빼꼼 나타나 햇살까지 비추다가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구름이 움직이는 거, 자동차가 빗길을 헤치고 지나는 거,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거, 풍경의 조각들이 모여 글루미 한 상쾌감을 이뤄냈다.
나는. 새삼. 이곳에 와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희미하게나마 새로 찾아낸 기분을 느낀다.
정주와 이동, 익숙함과 변화는 반대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