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그해 여름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1)

by 김자신감


나의 여름은 항상 뜨겁다. 특히 올해 여름은 더욱 그렇다. 머릿속 뇌가 열탕에 갇힌 듯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그 때문인지 며칠 아니 몇 주 동안 잠을 제대로 이룬 적이 없다. 단순히 열대야 탓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실 막연한 방향과 불확실한 결과가 뻔한 일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일은 저질러졌다. 큰아이가 태어나 10여 년 넘게 살던 정든 집. 이곳을 떠나기 위해 이사를 마쳤지만 10년 묵은 짐을 하루에 정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가지고 갈 짐과 버릴 짐을 구분하며 무심한 척 고심 많은 아내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우리가 올바르게 가고 있는 걸까?" 아내는 아무 걱정 없다는 표정으로 "아니다 싶으면 1년 후에 다시 돌아오면 되는 거지."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 학교, 나의 직장, 살던 집, 익숙했던 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을 해야 하는 상황의 답변치고 너무 무책임하게 들려온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가는데 고작 1년 만에 돌아온다니 무슨 말이야? 포기한 게 있는 만큼 그곳에서 모든 걸 다 이루고 온다고 생각해야지!" 죄 없는 아내에게 버럭 한다. 하긴 애초부터 나의 질문이 잘못되었다. 그 정도로 나의 마음이 약해져 있었고 심리상태가 불안한 것이다.


남들은 떠나는 나를 모두 부러워한다. 평생 떠나는 게 아닌 고작 2~3년, 그것도 최고의 동남아 휴양지인 태국으로 가기 때문이다. 특히 아내가 주재원으로 파견 가니 모든 부러움의 대상은 남편인 나의 몫이다. 야망이 큰 아내를 둔 덕분이다. 하지만 막상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사춘기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로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누구나 선망하지만 정작 본인에게 익숙한 환경을 떠나 불확실한 곳으로 가족 모두 떠나야 한다면 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40대 중반, 한창 일과 재테크, 사회생활로 왕성할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편안한 익숙함보다 낯선 변화를 선택했다. 이 결정이 나의 인생, 아이들의 인생, 아내의 인생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우리는 저질러 보기로 했다. 열국의 정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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