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플레이어

살림 사는 남자의 방콕일기

by 김자신감




집에 오래된 기타가 하나 있다. 스틸 줄은 오래되어 탄성도 약하고 뻑뻑해 맑은 소리도 나지 않지만 나 혼자 연주하고 음을 흥얼거리기에 충분하다. 5년 전 지인에게 7만 원을 주고 산 오래된 중고 기타. 나는 그 기타가 좋다. 낯선 타지에서 함께 외로운 시간을 함께 인내해 주었기 때문이다. 힘들 때 옆에 있어 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평생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심지어 오래된 기타 줄마저 정이 들었다. 연주하면 할수록 굳은살이 배기는 기타 줄이지만 손가락이 아프다고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끊어낼 생각은 없다. 오히려 튜닝할 때 끊어질까 조심스럽다.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작은 아이 방에서 잠시 쉬는 습관이 생겼다. 그 방에는 작은 전자 키보드가 있어 피아노를 배우는 작은아이가 오늘 배운 곡이라며 한 번씩 연주해 준다. 그 곡을 들으며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요즘 내가 즐기는 힐링 루틴이다. 다행히 일어날 힘이 있다면 오래된 녹슨 기타를 들고 작은 아이와 코드 반주를 맞추곤 한다. 말로 하는 대화도 아니고 화음도 벗어나지만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기는 충분하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약 대신 치료해 줄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파트너와 함께 하면 더욱 좋지만 바쁜 일상에서 함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어렵기에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여야 한다. 30대까지는 나만의 영역을 넓히며 살았기에 마음속의 갈증이나 어떠한 갈구도 없었지만 지금은 늘어나는 가정일과 회사 업무로 좁아지는 나의 영역에 스트레스가 지속되다 보니 점점 나의 색깔이 희석되는 느낌이었다. 바로 그때 운 좋게 기타 연주란 취미를 40살에 비로소 발견하게 되었다.




다양한 취미는 나의 생활을 풍성하게 한다. 요즘은 기타 연주를 통하지 못했다. 글쓰기란 취미가 생겨서이다. 거실 한쪽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올드한 기타의 존재는 주인의 외도로 점점 소리를 잃어가고 있다. 며칠 전 큰아이와 큰 다툼이 있은 후 방치된 기타를 찾았다. 습한 날씨 탓인지 줄에는 녹색 곰팡이와 먼지가 엉켜 소리가 잘 나질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부드러운 솔로 줄을 닦아내고 약간의 오일도 발라주었다. 손가락은 굳었고 손끝 굳은살도 사라져 운지가 예전 같지 않았다. 이 무더운 여름도 지나가고 곧 가을이 오면 다시 예전처럼 연주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을 기대하며 예전처럼 함께 소리를 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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