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반도주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2)

by 김자신감


늦은 밤 도둑처럼 도망치듯 어머니 집에서 빠져나왔다. 살던 집을 정리한 뒤 2주 동안 모친 집에서 신세를 졌다. 야반도주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복합적인 마음이 교차한다. 이번 출국은 설렘보다 허전함이 앞선다. 칠순 어머니를 홀로 두고 낯선 타지로 긴 여정을 떠나는 마음이 예전치 않다.


인천 공항 아침 9시 30분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이들과 늦은 밤 공항행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지겹다 못해 지친 이곳, 막상 떠나려니 아쉬운 미련이 남는다. 할머니가 벌써 보고 싶다는 작은아이의 울먹임에 괜스레 서럽다. 늘어난 나이만큼 짐의 무게도 무겁다. 거대한 이민 가방 4개에 10개의 수화물들 모든 것을 정리했다지만 그래도 양손 가득도 모자라다.


이른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붐빈다. 모처럼의 활기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공항, 조금 전의 공허함이 기대로 채워지며 생기가 돈다. 생각나는 커피 한잔, 출국장에서 편히 먹고 싶은 마음에 에둘러 출국심사를 마쳤다. 새벽 버스를 타고 멀미를 호소하던 큰아이가 비로소 배가 고프단다. 아이들을 샌드위치로 요기시킨 뒤 2 터미널 스타벅스 라테 한잔으로 한국을 떠나 태국에서 시작을 알리는 신고식을 마치고 오전 9시 30분 대한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익숙함의 무거움이 두려움의 무게를 덜어내려 기대감으로 가속하여 미련을 떨쳐버리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모처럼 새처럼 가벼워진 자유로움을 느낀다. 짧은 기간이지만 부지런히 준비했다. 뜻대로 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인내하며 슬기롭게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인생의 중반, 나의 시간을 구속한 책임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이제는 나의 시간에 집중해야 할 때임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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