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8)

by 김자신감


폭풍이 지나가고 날이 개면 맑은 날이 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맑지만 더운 날씨가 온다는 걸 잊고 있었다. 며칠 동안 흐렸던 날씨로 동남아 더위도 별거 아니구나 오판하는 순간 본격적인 태국의 무더위가 느껴진다. 먹을 것이 없어 마트에 장 보러 갈려니 차 없이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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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오토바이가 많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도로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차를 구할 생각이 없다. 집에서 3km 떨어진 대형마트에 가려니 주변에 그랩이나 볼트로 검색되는 택시가 없다. 다행히 무반 가까이 편의점 2곳이 있기에 그곳까지 걸어 가보기로 집을 나선다. 우려와는 달리 한국에서 흔히 겪은 습한 더위 느낌으로 오히려 나무 그늘에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방콕 중심지는 아니지만 나름 수도권인데 시골 느낌이 강하다. 울퉁불퉁하게 포장된 2차선 도로가로 흙길이 그대로다. 그 길 사이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간단한 노점들이 서있다. 무더위에 지쳐 잠시 쉬는 건지 음식을 파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작은 로터스 매장에 물과 빵, 쌀, 달걀, 간식 거리등을 구입했다. 밀린 빨래가 걱정된 아내가 오랫동안 빨랫비누를 찾는다. 결국 찾지 못하고 행사하는 42밧(1,500원) 짜리 4개들이 세숫비누를 고르고 계산하려는데 회원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정상가인 62밧(2,300원)으로 할인이 불가하다는 점원과 실랑이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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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취소하는 아내에게 나는 필요한 거면 그냥 사자고 핀잔을 주었다. 타국 땅에서 남의 편을 들어주는 남편이 얼마나 얄미웠을까? 나에게 화를 버럭 낸다. 무거운 짐을 들고 무더운 길을 걸어오는 내내 아내는 말 한마디 없다.


저녁을 먹고 아내에게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몇 배에도 못 미치는 이곳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서비스를 바란다면 그것은 태국 사람들에게 가혹한 것이라는 나의 의견과 가격을 모르고 취소한 것이라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는 아내의 견해가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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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말도 맞고 나의 말도 맞다. 태국보다 높은 환율을 가진 우리나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로 혜택을 보고 있는 외국인으로서 합리적인 비용이라면 너그럽게 넘어가는 관용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라는 중재의견으로 말다툼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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