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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Nov 10. 2022

태국 방콕, 식은 팟타이 맛있게 먹기

방콕의 먹거리 (#20)


저녁 하기 싫은 날이 잦아졌다. 아이들 간식으로 사 온 팟타이, 하지만 입맛 짧은 작은아이가 먹지 않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2인분을 포장해왔다. 자연히 팟타이 1인분은 냉장고로 들어가고 그렇게 3일이 흘렀다.


아내와 아이들이 집에 없는 시간이면 익숙하게 식사를 거르게 되지만 재고된 팟타이를 처리해야 하기에 자연스레 한 끼를 때우게 된다. 냉장고에 묵은 팟타이를 꺼내 포장된 도시락을 열어보니 면이 묵처럼 굳어 있다.


팟타이는 역시 즉석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그래도 딱딱해져 가는 팟타이를 살려보고자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 번 더 볶아 본다. 예전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풀려가며 제 색깔을 찾아간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니 식욕이 당기지 않아 나름대로 이리저리 구색을 맞춰보기 시작한다.


▶ 계란 프라이

팟타이 전문점에 가면 꼭 추가해야 할 것이 계란 프라이. 이왕이면 반숙으로 튀겨진 계란 프라이는 팟타이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을 더한다. 차가워진 팟타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현실적인 처방은 계란 프라이. 물론 불의 세기와 기름의 양도 작아 식당만큼의 프라이 품질이 나오진 않지만 반숙의 프라이만 있어도 구색을 맞추기 훌륭한 재료가 없다.


▶ 식초

태국의 식초는 맛과 강도가 한국의 식초보다 약하다. 그래도 식초는 불은 면발에 스며들어 생기를 불어넣고 굳어서 엉킨 면발을 슬슬 풀어주는 윤활 역할도 한다. 사실 라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레몬도 기존 팟타이 맛을 헤치지 않는다.


▶ 고춧가루

태국의 칠리 고추냉이처럼 건조하게  맵기 때문에 팟타이와 잘 어울린다. 한국의 고춧가루는 음식에 바로 넣는다면 풋내가 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매콤함을 더하고 싶다면 계란 프라이 할 때 남은 기름에 살짝 고추기름을 내어 식은 팟타이와 함께 볶아도 발란스가 유지된다.


▶ 김치

이것저것 다 귀찮다면 식은 팟타이를 전자레인지에 충분히 돌리고 김치와 함께 먹으면 된다. 김치의 신맛, 매운맛, 아삭한 식감은 팟타이와 정말 잘 어울린다. 태국 사람들에게 매일 만들어 먹는 쏨땀(태국식 김치)보다 김치는 더 완벽한 조력자다. 이미 태국 마트에서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활용 홍보가 부족하다. 김치는 식은 팟타이도 춤추게 한다.


냉장고에서 이틀 지난 팟타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정리해 보면. 기름을 충분히 두른 팬에 계란을 튀기듯 반숙을 하고 남은 기름에 고춧가루를 넣고 고추기름을 낸 다음 냉장고에 있던 팟타이를 볶아 준다. 라임이 없다면 레몬, 그래도 없다면 식초와 설탕을 조금 넣고 잘 비벼서 먹어보자. 조리할 여건이 안된다면 전자레인지에 팟타이를 돌리고 김치와 싸서 먹어도 충분이 훌륭하다. 식어도 맛있는 팟타이. 태국에서 그대를 미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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