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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Nov 06. 2022

태국 방콕, 삼겹살 비빔면보다 로스트 덕 에그누들

방콕의 먹거리 (#19)


모처럼 혼밥 외식이다. 10월로 접어드니 예상치 못하게 내리는 폭우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잔뜩 흐려도 비는 오지 않는 건기로 접어드는 것일까. 그래도 한낮의 더위는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구름이 사라지니 걸어 다니기 더 힘들어졌다.


오늘 선택한 메뉴는 구글 평점 4.3에 리뷰 평가 390개 이상인 오리고기음식점. 북경오리처럼 잘 구운 오리고기에 국수 또는 밥 위에 고명으로 올려주는 저렴한 태국의 로컬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분위기

식당의 입지는 대도로 코너 자리에 위치하여 유동인구와 오토바이, 차량 접근이 편해 멀리 떨어진 로컬 사람들도 차를 가지고 가족단위로 식사를 하러 온다. 20평 남짓한 식당에 직원만 8명이 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내부는 모두 오픈되어 별도의 에어컨 룸은 없다.


간단한 누들과 덮밥음식을 파는 곳이지만 점심때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오후 2시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홀의 1/3은 다 차있다. 로컬 느낌 풍기는 실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친절히 영어로도 번역된 메뉴가 반갑다. 전체적으로 50~100밧 (2~4천 원) 사이의 가격대. 아침도 조금 먹은 터라 밥과 면요리로 선택해 보았다.



메뉴 & 맛

로스트 덕 전문점으로 오리고기 덮밥과 국수가 이 집의 대표 메뉴지만 정작 볶음 메뉴도 눈이 간다. 사실 팟타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음식이지만 방콕 외곽지역 식당에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 주방에서 들리는 딸그락 거리는 웍질 소리가 자꾸 마음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 가게의 시그니처인 구운 오리 에그누들을 주문해야 하기에 팟타이는 다음으로 미루고 밥 종류인 새우 오믈렛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며 어떤 소스가 있는지 살펴보니 4대 조미료(고춧가루, 피시 소소, 설탕, 고추식초) 외에 고추를 넣은 달콤한 블랙빈 간장소스가 낯설다. 아마 오리고기를 위한 소스 같다.


▶ 새우 오믈렛

주문한 2개의 메뉴 중에 새우 오믈렛이 먼저 사각 핑크 접시에 담겨 나온다. 튀기듯 반숙한 노란색 계란에 통통한 하얀 새우살이 먹음직스럽다. 심플한 메뉴지만 비주얼 만으로 군침 돈다.


익은 듯 안 익은 듯 계란이 밥알 속으로 스며들 때 짭짜름한 새우와 올려먹으니 흔히 먹던 카오팟(볶음밥)보다 느끼하지 않고 풍미가 좋다. 이런 계란 오믈렛을 언제 먹어 봤는지 어렴풋 일본 오므라이스 맛집에서 먹어본 옛 기억이 떠오른다.


▶ 로스트 덕 비빔면

바로 이어서 나온 면요리. 면은 인스턴트 에그누들 위에 노릇노릇 구인 오리 고기 6~7점. 면과 함께 삶은 청경채가 섞여 있다. 이곳의 오리고기는 껍질과 살이 분리될 만큼 기름이 잘 빠져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담백하다.


드라이 에그누들 안에는 아무런 소스가 없다. 테이블에 있던 고추 간장소스로 간을 맞춘 후 비벼 맛을 보니 그 맛이 서서히 드러난다. 소스를 본인 입맛에 맞춰 먹어야 하니 귀찮기도 재미있기도 하다. 고추식초, 고춧가루를 추가해 멋진 나만의 비빔소스를 완성시켰다. 달고, 맵고, 새콤, 짭짜롬한 비빔면 위에 잘 로스팅된 오리고기를 한점 올려 먹으니 묘하게 잘 어울린다.



새우 오믈렛의 밥의 양은 백반집 스테인리스 그릇의 1.2배,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계란이 약간 부족해 남성 성인은 양이 작을 수는 있지만 주문 시 계란을 추가할 수 있다.


에그누들은 라면의 1.5배의 양으로 청경채와 잘 구운 오리고기가 토핑 되어 있다. 비빔면이라 성인 남성 혼자 먹기는 살짝 부족해 보인다. 새우 오믈렛과 함께 먹지 않았다면 무조건 곱빼기로 먹어도 한 그릇 비울 양이다.



가격

맛집의 기본은 저렴한 가격. 새우 오믈렛과 구운 오리 에그누들은 각각 60밧(2,400원)에 총 120밧(4,800원) 어쩌다 보니 메뉴 2개를 시켰지만 배가 고파서인지 맛있어서 인지 2그릇을 다 비우고 말았다.



위생

대도로 코너에 위치해 먼지와 매연 등 위생환경은 좋지 않다. 실외 테이블에는 방황하는 개미들과 날아다니는 파리들이 거슬리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따로 에어컨 룸도 없기 때문에 부족한 쾌적함과 위생상태를 감내해야만 한다. 하지만 매분매초 사람이 들고 나기 때문에 음식의 회전율은 빠르다.



마무리

태국 현지인이 차를 몰고 와서 먹고 가는 로컬 식당이다. 고작 오리고기 먹고자 이런 고생을 하나 싶지만 오리고기는 중국 본토의 북경오리처럼 잘 구워져 특유의 느끼함은 사라지고 부드럽고 담백하다.


한국의 비빔면에 삼겹살이 있다면 태국에는 에그누들에 로스트 덕이 있다. 잘 구워진 삼겹살에 새콤 달콤 매콤한 비빔면이 잘 어울리듯 바싹하고 담백한 로스트 덕에 달콤 짭짤한 에그누들도 못지않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직접 소스를 추가해 즐겁게 맛볼 수 있는 로스트 덕 비빔면에 한 표를 주고 싶다


구운 고기에는 비빔면, 삶은 고기에는 따끈한 국물이 진리 듯 각자에 취향에 맞춰 부담 없이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드라이 누들, 수프 누들, 볶음 누들, 덮밥, 볶음밥까지 태국의 거의 모든 밥과 면요리를 만들어 내는 심야식당 같은 로스트 덕 누들 집이 로컬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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