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쏟아진다. 한국의 비는 강했다 약했다 강약을 조절하며 오는 비라면, 영국의 비는 내내 흐리다 잔잔하게 흩날리는 비다. 태국의 비는 맑다가도 시커먼 구름이 몰려와 번개를 동반해 짧게 확 쏟아 버리는 비다. 어쨌든 각 나라마다 환경이 다르기에 내리는 비의 분위기도 다 다르다.
아침 9시부터 쏟아지는 비. 이 정도면 시간당 80~100mm는 충분히 넘을 기세다. 몇 시간 동안 한 번에 집중되다 보니 배수구가 막힐 법도 하다.
이렇게 비가 오면 모든 것이 일시 정지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도, 날아가던 새들의 지저귐도, 배달로 바쁜 오토바이의 시끄러운 소음도 모두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에 묻혀버린다. 그냥 이 비가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비를 피해 잠시 쉴 뿐이다.
맑은 날은 무더위를 피해, 흐린 날은 번개와 폭우를 피해, 밤에는 모기 등 해충을 피하려 활동에 제약이 많은 이곳의 삶. 한국과 태국에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태국에서의 일이 한국보다 환경적으로 힘든 점이 많음을 몸소 느낀다.
일을 미루는 습관이 있는 나. 태국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 말고개미처럼 부지런해야 한다. 지금은 덥고 지금은 비가 오니까 내일 하자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태국에 온 목적은 보기 좋게 실패할 확률이 높다.오늘 해야 할 일은 미루지 않는 것이유일한 생존 방법이다.
오전 내내 내리던 폭우가 그치고 밖에 나가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구름 사이로 비춘다. 비가 오면 침수 걱정, 해가 비추니 더위 걱정에 짚신장수와 우산장수의 형제를 둔 어머니 마음 같다.
아직까지 커피를 마시지 못했던 탓에 약한 두통이 온다. 근처 카페로 커피 한잔 마시러 밖으로 나왔다.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기분 좋게 맞을 수 있는 양이다.
충분히 밖에서 기분 좋게 마실수 있는 온도라 나무 밑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커피 맛도 좋고 모든 게 좋아질 때쯤, 온몸이 근질근질거려 일어나 살펴보니 작은 불개미들이 나의 온몸을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개미들도 비가 그치니 일을 해야 할 터, 의자 위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 개미를 가방과 몸에서 털어냈지만 왠지 나의 온몸으로 기어오르는 느낌을 한동안 지울 수 없다.
나의 소중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도 다 녹아 제대로 커피를 즐기지도 못한 채 개미로 인해 아까운 시간을 날려버렸다. 그 순간만큼은 개미의 부지런함이 원망스럽다. 하긴 내가 먼저 개미의 집 앞에 털썩 앉아버렸으니누구 탓을 하리.
태국에서 커피는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실내에서 먹고 나오는 것으로, 또 나무 밑 그늘, 야외 테이블과 의자는 내 것이 아니고 원주 생물들의 것이라 함부로 앉지 않는 것으로. 나는 단지 자연의 이방인 일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