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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습장

태국 방콕, 멀어질수록 보이는 것들

살림남의 방콕 일기 (#69)

by 김자신감


미니멀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은 얼마일까? 디지털 노마드의 삶으로 돈을 벌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한국을 떠나 태국에 있는 지금도 계속되는 고민이다.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돈 없이 제대로 죽을 수도 없겠구나 생각 들 때가 많아진다. 40대 중반, 자유로운 삶을 사는 건 시기상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반환점에서 고민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과거의 나에게 던져보았다.


1.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월급보다 많이 벌 수 있을까?

직장 생활만 20년, 회사를 벗어나 어떤 경력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의 커리어로 전문성 있게 현재의 직장의 월급보다 더 많이 벌 수는 없을 것 같다. 사용자의 노동자로 시키는 일만 처리할 뿐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전문성 있게 일을 처리할 능력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2.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당장 그만둘 수 있을까?

지금은 회사를 떠나와 있지만, 과거 직장에선 과도한 업무로 번아웃 상태로 하루에 몇 번씩 퇴사하리라 마음먹는다. 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마음으로 분을 삭이고 삭인다. 아마 모든 직장인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우리는 결코 과감히 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결국 회사에서 아웃시킬 때까지 눈칫밥을 먹으며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틸 뿐이다. 그렇다고 40대 중반 이직도 여의치 않고 그 기회는 제한적이다.


3. 내가 원할 때 쉴 수 있는가?

직장생활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매일 서로 다른 타지방으로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와 겨울방학 코로나로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과 집안 상태를 고려해 본다면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일은 일대로 가정을 가정대로 따로국밥처럼 놀다 보니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피로와 무기력함만 가득 찰 때가 많았다. 단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주리라 수동적인 생각만 하다 보니 가장으로서 무책임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많았었다.


4. 퇴직 후 일자리가 고민되는가?

아내와 자주 하는 대화 중 퇴사 후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이다.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는 아내와는 달리 나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이라야 커피숍, 치킨집, 빵집, 세탁 및 제봉, 택시 등이 있지만 이 마저 비즈니스에 대한 경험과 영업, 운영 기술 또한 전무하니 내가 이렇게 무능력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갑갑해 왔었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며 커리어를 쌓았다고 착각만 했을 뿐 실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함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과거 나에게 던졌던 4가지 질문들의 답변들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태국으로 오기 전, 회사와 가정에서 근심 걱정만 늘어나다 보니 불만과 짜증이 앞서는 나를 자주 보곤 헸었다. 물론 이런 염려는 결코 긍정적으로 나를 출구로 안내하지 못했다는 걸 떠나와 보니 비로소 보인다.


오늘 드디어 준비한 책이 출간되었다. 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다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돈은 부족하지만 어느 때보다 내가 선택한 일을 즐기고 열심히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대견스럽다. 꿈만 꾸었던 미니멀 라이프와 디지털 노마드의 삶. 여전히 실험 중이다.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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