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음악, 똑같은 커피, 똑같은 자리, 매일 들리는 카페지만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카페 사장님이 나의 커피와 브런치를 묻지 않아도 셀프 주문까지 해줄 정도면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이지만, 아직 먹어보지 못한 다양한 음식이 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다. 많은 태국 식당들을 방문했지만 자주 먹는 음식만 찾게 되니 이곳의 일상이 지루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수개월을 제집 드나들었던 피난처 카페는 매일 새로운 음식을 한 가지씩 맛본다는 생각에 지루함은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점심시간. 인적이 드문 골목길 카페는 더욱 조용하다. 구석에서 존재감이라도 알리고 싶어, 주문한 지 2시간이 지나 한강이 되어 향을 잃어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교체할 겸 사장에게 오늘의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 보았다. 매일 주문하던 음식이 아니라 주인도 당황했는지 메뉴판을 펼 쳐들며 한참을 보더니 얌운센 샐러드를 권한다. 그러고 보니 매일 혼밥을 하다 보니 샐러드 메뉴는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식사류가 아니라 순간 당황스러웠지만 더 당황했을 사장님을 배려하고자 예상치 못한 샐러드가 점심이 되어버렸다.
얌운센의 '얌은 섞다, 운센은 당면'의 뜻으로 얇은 글라스 누들을 각종 재료 섞어 먹는 일종의 비빔국수다. 한국의 비빔국수는 고추장, 간장, 식초 등 발효된 장의 깊고 은은한 맛이 베이스라면 태국의 얌운센은 라임, 고추, 설탕 등 가볍고 신선한 풍미가 특징이다. 태국 음식에 해산물이 들어가면 가격이 올라간다. 특히 새우는 닭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20% 정도 비싸다. 일반 단품 80밧(3,200원)인데 얌운센 샐러드가 95밧(약 4,000원)이니 메인 음식보다 비싸지만 얌운센에는 해물이 들어있다.
얌운센은 솜땀과 함께 태국의 대표적인 식전 음식으로 새콤 달콤 매콤한 소스에 오징어, 새우와 다진 돼지고기, 토마토와 각종 채소가 들어가 있어 식사대용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추가로 간이 약한 팟카오(볶음밥)와 함께 주문한다면 느끼함은 잡아주고 고소함이 더해져 잘 어울릴 듯하다. 얼마 되지 않는 양, 몇 번 포크질에 볶음밥을 주문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다음부터는 얌운센과 팟카오를 같이 주문해서 먹어야 제맛일 듯하다.
커피도 커피지만 음식이 더 맛있는 태국의 로컬 카페. 현지인들은 커피보다 식사하러 오는 카페. 태국의 로컬 카페는 카페와 식당이 혼합되어 길들어진 자본적인 카페 문화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좋다. 익숙하면 밀려오는 게으름이 싫어 매일 새로운 것을 찾지만, 매일 찾는 피난처 카페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정한 태국의 로컬은 조용한 골목 카페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