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행 짐을 꾸릴 때 애정했던 캡슐커피 메이커를 가지고 올지 말지에 대해 고민을 했었다. 미니멀하게 살아보자는 다짐으로 한국에서 하루에 서너 번 이상 사용하던 커피 메이커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익숙한 맛이 최고의 맛이라 여겼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겠지만 이제는 하나씩 채워지는 커피 쿠폰의 도장이 얼마나 부질없는 행동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태국에 도착 후 며칠 동안 낯선 커피 향이 거북해 익숙한 커피맛을 찾기 위해 많이 방황을 했었다. 길거리 카페부터 편의점 카페, 로컬 카페, 카페 전문점, 스페셜티 카페까지 많은 숍을 방문하였고, 자본에 길들려 진 입맛을 야생으로 돌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입맛에 잘 맞는 커피 맛에 만족하기보다 다양한 커피 맛에 만족하게 되었고, 익숙한 냄새의 커피를 찾기보다 커피의 새로운 향기를 알기 위해 커피를 찾게 된다.
태국에는 다양한 카페가 있다. 다행히 집 주변에도 걸어서 다닐만한 카페가 여러 곳 있다. 편의점 카페, 로컬 카페, 커피 바,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등 목적에 따라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편의점 카페는 세븐일레븐의 All Cafe와 로터스의 정글카페가 있다. 이런 편의점 카페는 많은 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하여 쓴맛과 다크 한 맛이 강해 아메리카노 보다 라테가 어울린다.
로컬카페는 카페와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는 태국의 일반적인 카페이다. 가장 애용하는 피난처 카페도 로컬카페에 해당된다. 하지만 카페인만큼 커피가 주류. 미디엄 로스트의 아라비카 원두를 이용하여 적당한 산미, 바디감을 가진 무난한 풍미의 커피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태국음식도 위생적으로 요리하여 현지 지역주민들이 많이 이용한다.
태국의 대표적인 커피 프랜차이즈인 아마존 카페는 편의점 커피와 로컬카페 사이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커피는 아마존 카페의 아라비카와 로부스타를 블랜딩 한 원두를 사용하고 음료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원두가 달라진다. 로부스타 함량이 높아 스모키하고 진한 풍미가 강해 아메리카노 보다 에스프레소 베이스 음료인 라테, 모카 등이 어울린다. 동네 아마존 카페는 컨테이너 박스가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간단한 디저트도 판매한다.
커피바는 주로 커피 음료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규모 카페이다.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기도 하며 계절에 맞는 다양한 스페셜티를 판매하기도 한다. 대부분 섬세하고 산뜻한 풍미를 가진 고품질의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벼운 바디감의 아메리카노가 어울린다. 커피 전문점은 커피바와 비슷하지만 규모가 커서 로스팅 원두를 선택할 수 있으며 원하는 커피도 요청할 수 있다.
태국은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도 다양한 카페가 있다. 다양한 카페만큼 카페의 맛과 향기가 다 달라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가격에 따라 40밧대(1,600원)의 편의점 커피부터 50밧대(2,000원) 프랜차이즈 카페, 60밧대(2,400원)의 로컬카페, 70밧대(2,800원)의 커피 전문점까지, 원두에 따라 로부스타의 편의점 카페,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블랜딩의 로컬카페, 아라비카의 커피 전문점으로 한 가지 맛과 향에 길들여질 여유도 이유도 없다. 소비자의 입맛을 길들이고자 자본의 향기를 추출하기보다 커피의 본질의 향을 담아내는 태국의 카페는 리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