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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02. 2022

태국 방콕, 캐주얼한 브런치 카페

방콕의 먹거리(#13)


지금 누군가 "태국 방콕의 진정한 재미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다면 고민 않고 "방콕의 숨은 골목 가게에 앉아 사람 사는 구경하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최근 코비드가 마무리되면서 골목 상권들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길을 걷다 보면 새로 창업하거나 영업한 지 3~4개월 된 신규가게가 몇몇 눈에 띈다.


오늘처럼 외출을 하는 날이면 아침식사를 거른다. 배가 부르면 게으름이 연가시처럼 슬금슬금 머릿속으로 기어올라와 본능대로 편안한 침대로 유혹하기에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온다는 태풍이 지나갔는지 흐리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구름 사이로 햇살도 비추지만 걸어 다니기에 충분하다. 적당히 땀을 내줘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제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골목 사이사이를 돌아다닌다. 점심은 이르고 아침은 지나 배가 살짝 고픈상태, 브런치가 생각나는 시간이다. 야외보다는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 브런치 카페를 찾다 보니 눈에 띄는 캐주얼한 카페가 나온다.



분위기  

좌석

대기업 본사들이 인접한 대로 앞의 10평 남짓 조그만 가게. 방콕 외곽에 위치하다 보니 관광객보다는 지역 원주민과 평일 직장인 상대로 영업하는 곳이다. 2인석 큰 테이블 1개와 작은 테이블 2개로 배치되어 간단히 앉아 먹을 수 있다.


음악

음악은 카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음악이 없으면 커피와 함께 겉들이기 좋은 브라우니가 빠진 것 같다. 디저트를 매일 먹지 않지만 함께 먹으면 커피의 맛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감초 같은 역할이다. 감초가 빠진 약방처럼 카페에 음악이 없어 아쉽다.



메뉴

음료

커피는 아메리카노, 라테, 모카, 카푸치노 등을 기본으로 아이스티, 과일 소다 등 소다 10종류. 코코아, 멜론, 녹차 등 다양한 밀크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그 외 스페셜 커피로 민트 라테, 허니 아메리카노, 오렌지 블랙, 블랙 토닉, 코코넛 아메리카노로 특별함을 더했다. 캐주얼한 브런치 카페에서 무난한 아메리카노보다 직설적인 맛과 색상의 오렌지 블랙을 선택하였다.


토스트

햄버거 번을 이용해 그릴에다 토스팅 하는 메뉴다. 공식적인 종류는 12가지. 자세히 바닐라, 초콜릿, 잼, 크림, 치즈 등 다양한 필러들이 있다. 나의 선택 기준 간단하다. 혀를 마비시킬 만한 단맛만 아니면 된다. 영어를 사용하시는 사장님이 달지 않은 메뉴인 치즈와 참치 2개를 추천해주신다. 토스트는 치즈와 실패할 할 수 없는 조합이기에 치즈 번으로 선택했다.



▶ 오렌지 블랙

캐주얼 카페란 제목처럼 커피도 비비드 하게 특별한 메뉴로 주문해 보았다. 오렌지주스와 에스프레소를 섞은 칵테일 느낌의 커피이다. 아래는 오렌지 색, 위에는 커피색의 색감까지 엣지있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갈색과 오렌지색은 묘한 어울림이 있다.


처음부터 예쁜 색깔을 섞기 싫어 쌉싸름한 커피부터 한 모금. 미디엄 로스트의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해 쓴맛을 싫어하는 나에게 충분히 가볍고 고소하다. 두 모금째에 새콤 달달한 맛을 느끼고 싶을 때 빨대를 바닥까지 넣어 오렌지 주스를 조금씩 마시면 멋진 커피 오렌지 칵테일이 완성된다.


▶ 치즈

앞뒤 좌우 버터를 듬뿍 바른 후 그릴에다 토스팅을 한 후 번안에 제법 두툼한 치즈를 넣어 다시 토스팅 해주신다. 이것은 무조건 맛있을 수밖에 없는 메뉴. 브런치 메뉴에 칼로리 따위는 신경 안 쓰는 것이 국룰.


크게 한입 베어 무니 겉은 버터의 가벼운 바삭함과 고소함이 속은 치즈의 진한 진득함과 고소함에 입안은 꼬소함의 폭탄이 번과 함께 터진다. 토스트의 가격은 30밧(1,200원) 브런치로 부족함이 없다. 작은 양은 아니지만 2개도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을 맛이다.



가격

메뉴당 가격이 30~35밧(1,300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점상도 아닌 실내 점포에서 이 정도 가격은 인상적이다. 심지어 맛도 기대 이상. 음료와 토스트를 합해 75밧(3,000원)에 가성비 좋은 브런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좁은 공간과 음악이 없다는 것이지만 가격이 모든 단점을 보완한다.



마무리

가격 대비 만족할만한 맛을 가진 캐주얼 브런치 카페. 아이들과 함께 와도 우유와 함께 토스팅 번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체인점으로 방콕에 여러 곳이 있지만 이곳은 도심이 아닌 외곽이라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많지 않다. 4개월 전에 가게를 오픈하셨다는 사장님, 아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나름 고민이 많다고 한다. 여행 규제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방콕 외곽 지역은 아직 관광객들을 보기 힘들다.


평일 낮, 직장인 상대로만 영업을 하기에 직원과 점포세 포함 기타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크게 남는 수익은 없어 보인다. 한국이나 태국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현실에 마냥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브런치를 먹었다고 뿌듯해지지 않았다. 어서 일상생활이 회복되어 한국과 태국의 영세자영업자들의 2년 동안 멈추어진 행복시계가 다시 움직이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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