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는 밀크티이다. 밀크티는 만들기도 간편하지만 찾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카페에는 밀크티 메뉴를 판매한다. 태국의 신기했던 카페 문화 중 한 가지는 커피나 휴식을 위해 카페를 이용하기보다 식사와 밀크티를 마시기 카페를 애용한다는 점이다. 태국사람들의 밀크티 사랑은 길거리 음식점 수만큼 많은 밀크티 가게에서 알 수 있다. 한국사람이 식후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태국사람들도 식후마다 밀크티를 마신다.
타이 밀크티는 홍차, 연유, 카다몸, 팔각, 타마린드 등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 만든다. 홍차는 인도에서 재배된 강한 향의 Assam 차, Ceylon 차를 주로 사용한다. 얼음을 가득 채운 컵에 쌉싸름하고 진하게 우려낸 홍차를 부드러운 우유와 달콤한 시럽을 혼합해 천천히 녹여마신다. 토핑으로 흑설탕과 파티오카 분말을 달콤한 향이 날 때까지 끓인 쫀득한 식감의 보바(버블펄)를 넣어 먹기도 한다.
태국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타이밀크티 브랜드는 75년 전통의 차트라무(ChaTra Mue), 우롱차와 녹차를 주로 판매하는 중국식 찻집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타이티를 대표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 홍차의 맛이 강해 다른 밀크티보다 진한 홍차 맛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타이티로 당도를 5단계(0%, 30%, 70%, 100%, 130%)로 선택할 수 있다. 태국인이 즐겨마시는 단계인 normal(100% 이상)은 너무 달아 마시기 힘들 정도. light(30%) 레벨이라면 진하고 부드럽고 달콤한 오리지널 타이 밀크티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도 물가상승을 피해 갈 수 없다. 40밧(1,600원)이었던 아이스밀크티를 최근 45밧(1,800원)으로 인상되어 편의점 커피와 가격이 같아져 버렸다. 서민들의 대략적인 시급이 약 50밧(2,000원)이라면, 하루에 45밧짜리 타이티 한잔을 사 먹기도 부담스러워진다. 식후 즐겨마시던 타이티를 하루 한잔으로 줄이고 당도를 높일 수밖에 없으니 쌉싸름 맛이 떫어진다.
태국의 문화는 퓨전을 지향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수용하기보다 자국보다 우월한 외국 문화만 받아들이고 혼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간다. 영국식, 일본식, 대만식, 인도식의 차문화가 태국에 와서 현지화되며 태국식 밀크티의 독특한 메뉴로 재 탄생되었다. 타이 밀크티 또한 대만과 인도의 밀크티를 혼합하여 타이식으로 재해석한 음료이다. 모방 같기도 하지만 오리지널을 존중하며 그 경계를 넘어서지 않는다.
땀을 많이 흘려 지칠 때 달콤한 타이 밀크티 한잔을 마신다. 주문이 낯설어 한참 헤매어도 재촉하지 않는다. 비록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이방인의 행동이 어설프고 갑갑하더라도 앞에서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갈 때까지 뒤에서 기다려 주는 배려심이 힘든 태국 생활을 견디게 한다. 적당한 경계를 지키며 타인을 존중해 주는 태국인의 성품이 쌉싸름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운 태국인의 성품과 묘하게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