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의 태국의 더위는 극에 달해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어 양산을 펼쳐 들어도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숨을 그늘이 없다.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태국의 의원선거 기간으로 인적이 드문 길거리에하원의원 입후보자들의 현수막이 전봇대마다 붙어 있다. 걸어 다니는 현지인이 없는 도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빼곡히 적힌 공약이 변화를 위한 열망을 느낄 수 있다. 비록 투표권 없는 외국인이지만 태국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태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입헌군주국으로 상, 하원의원으로 구분된다. 상원의원은 6년 임기로 국왕에 의해 임명되며 하원의원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원은 4년마다 투표에 의해 선출되며 입법과 예산을 결정하는 우리의 국회의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태국의 선거일은 일반적으로 일요일에 시행되며 일주일 전부터 지정된 장소에서 사전 투표를 할 수 있다. 태국의 투표권은 18세 이상으로 유권자 등록을 한 모든 시민에게 부여된다.
태국의 투표권은 국가 헌법에 따라 보호되는 기본권으로 의무사항이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투표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투표를 하지 않거나 투표를 할 수 없는 경우는 사전투표일 또는 선거일 7일 이내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를 자세히 살펴보니 하원의원 후보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내거나, 선거 입후보자, 현 상원의원에 입후보자, 마을 이장 선출을 위한 입후보자, 현 의원인 자 등으로 일반 시민이라면 투표를 거부할 수 있는 명확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
공통된 공약 키워드를 살펴보니 최저임금 상승, 보건병원 혜택 지원, 환경규제, 차상위계층 지원 등 복지 관련 공약이 대부분. 특히 이색적인 공약으로 현재 하루 약 400밧인 최저임금을 임기 내 600밧 수준으로 올리고, 약 월 600밧인 연금을 3천 밧으로 인상, 매연 차량 면허 취소와 화전 농민 벌금부과 및 공장 오염물질 규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지역민 이익 분배, 마약 재활지원강화와 마약합법화 반대 및 규제 입법, 교사처우개선과 학교 학생 1인 무료 태블릿 지원,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노후주택 리모델링 지원 등 태국 현지 서민을 위한 생활 지원 공약이 흥미롭다.
태국 정부는 초등 무상 교육 지원 등으로 평균 식자율은 높아졌지만 고연령 세대의 문맹률도 여전히 높다. 그래도 지역구마다 십여 명의 후보가 만들어 놓은 꼼꼼한 공약집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 투표일은 평일이 아닌 휴일에 치러져 선거를 위한 별도의 법정공휴일이 없다. 비록 의무투표이지만 약 70%대의 투표율을 보이며 강제적이기보다 자발적인 투표를 지향한다. 조용한 방콕 외곽 지역, 한적해야 할 휴일이 모처럼 사람들로 붐빈다.
낯선 이방인이 바라본 태국의 5월은 섭씨 40도씨가 넘어가는 숨 막히는 날의 연속이다. 거기에 하원의원 투표와 더해져 방콕 전역의 거리가 후끈하다. 각 후보 진영의 홍보차량들이 스피커를 켜고 골목골목을 다니며 투표를 독려한다. 여전히 방콕의 거리는 여러 시위로 교통이 정체되고 통제되기도 하지만 보다 나아질 미래를 위해 발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으로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 미래의 동남아를 선도하는 태국을 응원해 본다.